So you remember we lost the time
See, you remain the part of my inside
It's just the only one what I should treasure for you
-Shadows Of Memory, Counterside
평소와 같은 일상.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대충 할 일을 처리한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취미생활도 하고싶고.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알바를 뛰고 또 알바를 뛴다. 피곤하지만 뭐 어쩌겠어.
게임에 과금은 해야겠는데.
"크…이게 돈의 맛이지. 각성캐고 뭐고 바로 천장 찍어버렸죠?"
라고 말하는 알고 지내는 망할 놈이 있어서 말이지.
내가 하는 게임은 카운터사이드. 류금태 사단의 신작이라며 당당하게 내놨지만 운영으로 싹 말아먹은 그 게임이다. 그나마 요즘은 정신을 좀 차려서 그런지 뉴비들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협력사 창을 쭉 훑다보면 대표소대 전투력이 네 자리인 뉴비들이 많다. 그런 뉴비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잡생각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펜릴 소대 셋 다 기르고 있다는 건 즐겜러 선언인건가, 쟤는 왜 편성을 하다 만건가.
저 뉴비는 4라는 미친 평균 코스트로 린 시엔 없이 어떻게 소대를 운영할 생각인걸까, 등등.
"근데 너무 막 집어넣긴 했는데? 다 SSR SR인데 한계초월은 어떻게 하려고?"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지만 혹여나 폐사할까 걱정이 되는 건 변함없다. 일퀘 깨는 김에 데려가서 굴려볼까. 그래도 저 정도 레벨이면 2지 하드 정도는 돌겠는데.
"…어림도 없지. X발."
우리의 자랑스러운 류금태 씨는 이제 인간조차 초월하셨는지 완벽한 타이밍으로 기습점검을 때려버리셨다. 어제 점검 시간 미정인 것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지부도 안 돌려뒀는데. 내 관리지원금 못 받았다고.
내 카손실 어쩔건데.
두 시간 경과.
망할. 결국 알림이 왔다.
- 사장님! 자원 수급이 완료되었습니다~
문 열어. 문 열라고 이것들아. 내 이터니움 실시간으로 손실나는 중이라고.
네 시간 경과.
곧 열릴 것이다. 열린다.
점검 종료.
끝나자마자 바로 접속을 시도했다. 신캐. 신캐를 뽑자. 그리고 연봉협상을 달리자. 이벤 맵을 돌자. 이면세계 배경을 얻는거다. 오늘따라 로딩이 너무 느린 것 같다. 내가 너무 조급해져서 그런거겠지. 로딩 게이지가 안 올라간다. 화면이 멈춘건가. 옛날 기기도 아닌데 왜 이러지. 화면 중간에 생긴 건 노이즈인가? 갑자기? 점검하면서 뭘 건드렸길래 노이즈까지 생기는거냐. 노이즈가 점점 퍼져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을 가득 채웠고, 이내 스마트폰 자체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뭐야?! 뭔데 이거! 노이즈가 어떻게 화면 밖으로 번지는거야?! X발 이거 뭐냐고!"
대답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어느새 방 바닥은 노이즈로 뒤덮여 지직거리고 집어던진 스마트폰은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 되었다. 정체 모를 노이즈들은 사방으로 퍼져나가 나를 구체 형태로 감쌌다. 그 안은 너무나 어두워서 무엇이 있는지, 어느샌가 단단해게 굳은 벽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어디선가 싸늘하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선별 프로그램 작동. 생명 반응 감지, 포획 완료. 사용 디바이스 조사ㅡ개체 특정, 카테고리 '사장'.
뭘 선별한다는거야. 설마 영화나 소설 같은 데에서만 보던 인류 말살 정책 그런건가. 나는 왜 '사장' 이라는 카테고리에 분류된거지? 디바이스라면 스마트폰일텐데 뭔가 특별한 건…설마.
카운터사이드?
"그 게임이 이 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는거지? 거기, 목소리! 있어?!"
대답은 없었다. 내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자기 할 말만 했다.
- 분류에 따른 역할 지정. 사명, '구원' 을 부여합니다.
뭔가 큰 걸 나한테 넘긴 것 같은데. 구원이라니, 세계멸망이라도 일어난다는 말인가.
- 이 세계를 구할 선택받은 자가 모두 정해졌습니다. 부디 세계의 종말을 막기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과 함께 시야가 돌아왔다. 눈이 빛에 적응한 뒤 서둘러 방 밖을 확인하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검은 암석과 붉은 결정이 합쳐진 듯한 외관과 귓가에 울리는 포효.
카운터사이드에서 본 침식체, 비스트였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