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붕이는 던져지듯이 털썩 차원함선 안에 쓰러졌다.

 “어디로 가시죠?”

 택시는 벌써 구르고 있었다.

 “카운터사이드”

 자동차는 스르르 속력을 늦추었다. 카운터사이드로 가자면 차를 돌려야 하는 까닭이었다. 운전수는 줄지어 달려오는 함선의 사이가 생기기를 노리고 있었다. 저만치 함선의 행렬이 좀 끊겼다. 운전수는 핸들을 잔뜩 비틀어 쥐었다. 운전수가 몸을 한편으로 기울이며 마악 핸들을 틀려는 때였다. 뒷자리에서 카붕이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넥슨으로 가.”

 카붕이는 갑자기 리플송과 라니의 죽음을 생각했던 것이다. 운전수는 다시 홱 핸들을 이쪽으로 틀었다. 운전수 옆에 앉았던 조수 애가 한번 카붕이를 돌아보았다. 카붕이는 뒷자리 한 구석에 가서 몸을 틀어박은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 때에 또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스튜디오 비사이드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카붕이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리플송과 라니는 이미 죽었는데 하고 

 이번에는 다행히 차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그냥 달렸다.

 “카운터사이드입니다. 손님.”

 조수 애가 뒤로 몸을 틀어 돌리며 말했다.

 “가자.”

 철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어디로 갑니까?”

 “글쎄, 가.”

 “하, 참 딱한 아저씨네.”

 “…….”

 “취했나?” 운전수가 조수 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 봐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카붕는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유저 구실, 돈통 구실, 박상연의 사랑개 구실, 카할배 구실, 카뉴비 구실, 또 이계사무소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카붕이는 점점 더 졸려 왔다. 다리가 저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 없어져 갔다.

“가자.”

 철호는 또 한 번 귓가에 류금태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함선이 네거리에 다다랐다. 앞에 교통 신호에 발간 불이 켜졌다. 함선이 섰다. 또 한 번 조수 애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카붕이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따르릉 벨이 울렸다. 긴 차원함선의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붕이가 탄 차도 목적지를 모르는 대로 행렬에 끼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카붕이의 입에서 흘러내린 월정액이 흥건히 그의 와이셔츠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채 교통 신호대의 파란 불 밑으로 차원함선은 네거리를 지나갔다.






진짜 어디로 가지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