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코핀 컴퍼니에 처음 지원을 가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제가 코핀 컴퍼니에 지원가는 것을 여자친구는 무척 못마땅해했습니다.
물론 저도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를 두고 장기간 파견을 나가는 것은 상당히 미안한 일이었으나, 계약사 측에서 제시한 너무나 보수가 좋았기에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빠, 꼭 해야 돼?"
"금방 다녀올게. 조금만 도와주고 오면 되는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알겠어."
여자친구는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한숨을...
그러더니 제 손에 두꺼운 봉투를 쥐어주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게 뭐야?"
"오빠, 꼭 갈 거라면 이걸 가져가 줘. 만약 위험한 일이 생기면 그걸 펼쳐봐. 하지만 아무런 일도 없다면 다시 나한테 돌려줬으면 좋겠어."
여자친구가 쥐어준 봉투를 품에 넣은 채 저는 코핀 컴퍼니의 본사로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사람들도 나쁘지 않고 사내식당 메뉴들도 나쁘지 않았고, 다이브에서도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 예상과는 다르게 만나는 사람마다 정말 살갑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날, 다이브 도중에 알게 된 그곳의 사원들과 고급스러운 식당에 가서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이고 하니 긴장이 풀린 저도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만 저희 테이블 분과 옆자리 사람이 싸움이 나고 말았습니다.
카운터끼리의 싸움이어서 일까요?
접시는 쏟아지고 바닥을 장식하고 있던 등도 깨지고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죠
...그것에 끼어든 것이 저의 실수였습니다.
"이보세요, 그만좀 싸워요! 바"닥 등"이 깨졌지 않습니..."
제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까지 저와 다정하게 술을 기울이던 사람이, 제 등을 옆에 있던 술병으로 내리쳤기 때문입니다.
"흐미, 이 잡것 좀 보소잉. 지금 뭐라혔는가, 닥등? 지금 나보고 '닥쳐라 등신아'라고 했구마잉?"
아뿔싸.
코핀 컴퍼니의 금지단어를 저도 모르게 입으로 내버린 것입니다.
"아, 아닙니다. 전..."
"오오미, 너도 주시윤 애미애비 곁으로 보내줄랑께!"
뒤늦게 해명하려 했으나 사원들은 이미 성난 각등이처럼 날뛰고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총과 칼을 들고 제게 덤벼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죽는 것일까, 서울에서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와 결혼하고 싶다던 여자친구가.
눈앞에 주마등이 지나가던 찰나, 여자친구가 말하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위험한 순간에 꼭 열어보라던 것, 저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허공을 향해 종이봉투를 뻗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난도질로 인해 봉투는 헤져, 내용물이 보이던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는 눈녹듯 사르르 녹아내리고, 정신을 차린 순간 저는 코핀 컴퍼니 귀빈실에 뉘여져 있었습니다.
영문은 알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저를 극진히 보살펴 주었고, 제가 몰고온 언더컨트롤을 신은나로 바꾸어 주며 저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당신이 이런 귀한 분인지 몰랐당께, 우덜의 무례를 용서해 주시요."
"다음에 꼭 오면 이터늄 한박스 챙겨드릴랑게, 꼭 오시유. 기다리고 있겄소."
"예, 예에.. 알겠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몸이 떨려 그들이 내미는 상자를 열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집 앞까지 오게 되었을 무렵, 조심스레 그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대체 어떤 것이 들어 있었길래 그런 일이.
아버지가 코핀 컴퍼니에 갈 때는 꼭 챙겨가라고 하시던 하트베리 친필 싸인본? 각힐 소싸움 매드무비 CD?
둘 다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류금태 - 뉴에이지.
어째서 여자친구가 이런 것을.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평소에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그녀는 사장님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절망감에 감싸여 두 눈을 가렸을 때, 언젠가 그녀가 했던 것 같은 말이, 잠결에 들리었던 것 같은 말이 귓가로 아스라히... 아스라히 쏟아져 내렸습니다.
"오빠랑 결혼해서... 꼭 카운터사이드를 시켜주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