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용 작품이라 당연히 NTR 장르이고, 장르에 맞춰서 내용을 짰기 떄문에 카사 스토리 고증과 다소 다른 내용이 있다는 것 감안하고 읽어주셈.



배경은 대충 또다른 엘리시온의 평행세계라고 생각하면 될 듯.


1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2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2-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3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3-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4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4-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5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5-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6화: [누군가에게는 순애] 범인과 위인 -6-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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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악!”

 

비명.

 

캉! 콰직! 서걱!

 

소음.

 

“캬아아아아아!”

 

포효.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인 이곳은 지옥이었다.

 

괴물과 역병의 기운이 인간을 잡아먹는 지옥. 사람과 괴물의 목숨들은 한낱 불씨마냥 흩어져버리고, 그 자리를 순간의 비명과 신음이 메꾸었다.  피가 비산하고, 부서지는 병장기들의 파편이 하늘을 날았다.

 

그 지옥의 한가운데에서, 하나의 빛이 일렁였다.

 

“물러서지 마라!”

 

한 여성이 포효하듯 소리치며 검을 휘두르자, 새카만 역병의 군대 역시 푸른 섬광에 반으로 갈라졌다.

 

“와아아아아아!”

 

호쾌한 참격에 쓰러지는 이형의 괴물들을 바라보며 병사들이 환호했지만, 정작 그 주인은 그저 이마에 흐르는 땀과 튄 피를 닦으며 다시 한 번 검에 힘을 줄 뿐이었다.

 

참으로 기묘한 기분이었다.

 

정신도, 육체도 피곤하기 그지없고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은 기분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따위 검과 갑옷은 벗어버리고 이 전장에서 멀리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이미 한계라고, 그리 생각하지만-

 

우웅-

 

그녀의 전투에 호응하는 군중의 환호와 믿음에, 그녀의 성흔은 아직 더 해낼 수 있다며, 그녀의 육체에 강제로 활력을 불어넣고 흐릿한 정신을 억지로 붙든다.

 

“…오너라.”

 

그리 중얼거리며, 그녀는 다시 한 번 검을 들어올린다. 다시 한 번, 푸른 섬광이 번쩍인다. 다시 한 번, 검은 형체들이 우수수 쓰러진다.

 

“다음.”

 

“다음.”

 

“다음!!!”

 

“와아아아아아!”

 

“만세! 만세!”

 

“모두 추기경 예하를 따르라!”

 

그녀가 그리 울부짖을 때마다 적은 쓰러져가고, 그에 호응하듯 군의 환호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그 환호에 호응하듯, 그녀의 성흔은 더욱 찬란하게 타오르며 힘을 소진한 정신과 육체에 이전보다도 거대한 힘을 공급한다.

 

소진하고, 채워진다.

 

소진하고, 채워진다.

 

이론상 영원히 싸울 수 있고, 실제로도 활력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다란 규모로 공급되고 있었다. 전신의 근육에는 힘이 넘치고, 정신은 또렷하다.

 

하지만, 조금씩 깎여나간다.

 

‘버겁다.’

 

적을 베어넘기는 것을 벨 때마다 쉬워지고, 그녀의 검은 시간이 흐를수록 찬란한 빛을 내뿜지만, 어딘가 버겁고 지친다. ‘더 이상 못 하겠다’는 아니다. 그저,

 

‘그만하고 싶다.’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전투에서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 그녀의 적은 그녀의 검 앞에 무참히 쓰러진다. 그림과도 같은 영웅의 승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최강의 성자, 위대한 정적은 승리할수록 강해지고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인간’ 에클레시아는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눈앞의 괴물들이 무섭다. 포효와 비명과 소음이 귀를 끔찍하게 괴롭힌다. 끝없이 튀는 피는 너무나도 혐오스러워, 지금 당장이라도 씻어내고 싶다. 뒤에서 들리는 환호와 기도는 분명…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지만, 동시에 부담스럽다. 모든 이가 나에게 기대고 있다. 모든 이가 ‘나 혼자’ 에게 기대고 있다. 인간 에클레시아가 하고싶은 모든 것은 추기경 위대한 정적에게는 허락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외롭다.

 

분명 자신의 뒤를 따르는 수많은 이들은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며 그녀를 응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응원하는 자는 인간 에클레시아는 아니다. 그들은 그녀의 공포, 분노, 슬픔, 외로움, 혼란 따위는 바라지 않으며 관심도 없다.

 

그들의 눈에 비치고, 그들이 기도하는 대상은 완전무결한 살아있는 신, 위대한 정적이다. 그들이 원하는 에클레시아는 고결하고, 용맹하며, 자비롭고,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올곧은 길을 흔들림 없이 걷는 초월적인 존재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에클레시아는 끝없이 내면의 ‘인간’을 불태운다. 그 불길로 역병을 몰아내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전부 내려놓고 쉴 곳을 찾기 위해.

 

그녀의 마음에서 지금도 제발 도망치자고, 마크를 만나서 멀리멀리 도망쳐서 소박하게 살자고 애원하는 평범한 소녀 에클레시아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에클레시아는 끝없이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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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언제 온데?”

 

“…모르겠어.”

 

지난 몇 주 동안,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마크를 바라보며 소피아는 이를 악물었다.

 

“싸웠다고 했지.”

 

“…응. 들켰거든, 그 치료사를 매수한 거.”

 

“…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어나 봐.”

 

“아냐, 소피아. 넌 잘못 없어. 난…후회는 하지 않아.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아마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난 그냥…그때 화를 낸 것만 후회하는거야. 사실 에클레시아가 화를 낼 만한 일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도 그저 에클레시아를 생각하는 그 모습에, 소피아는 괜스레 화가 났다. 지금 네 곁에 있는 건, 네가 필요한 순간에 도와준 건, 모두 나인데 어째서.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 사람도…너무한 것 아냐? 네 가족인데. 너는 특별하잖아. 특별해야 하잖아. 연인이란 건…그런 거잖아. 서로를…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사랑 아냐?”

 

마크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하지만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니까.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품에 안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그만큼 대단하고, 올바른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지. 태양빛을 혼자서만 쬘 수는 없잖아?”

 

알아. 내가 모든 면에서 그 여자한테 밀린다는 거. 솔직히 같은 여자로서도 질투가 날 정도야. 외모, 강함, 성품, 지위, 명예…모든 것이. 하지만 난.

 

“그 사람에게 넌, 대체 뭐야?”

 

“뭐…?”

 

“지금 이 순간도, 너를 혼자 내버려두고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괴물과 싸우고 있잖아. 항상 세계, 세계, 세계, 그놈의 세계. 그놈의 만인.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게 뭐야?”

 

“소피아, 너…”

 

울 생각은 없었는데, 눈물이 흘렀다.  지금까지 애써 무시했는데. 이미 기회가 없다고, 그리 생각했는데. 한번 고삐가 풀린 욕심은 멈출 줄 모르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하지만 넌, 내가 필요하잖아. 중요한 순간마다 너보다 세계를 구하는 그 여자보다, 세상을 배신하더라도 너만을 구할 내가, 너를 더…

 

“나는, 나라면, 널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어.”

 

“소피아?”

 

내가, 너를 더 사랑해.

 

“난 널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희생하고, 버리고, 외면할 수 있어. 널 위해서 쓴 돈?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 없어. 널 위해 치료사를 매수한 것? 너와 리아를 해친 그 개자식들을 처리하기 위해 강도들에게 돈을 쥐여준 것도, 난 후회 안 해. 다 너를 위한 일이니까.”

 

그 말에 마크의 표정이 굳었다.

 

“소피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가 반문하자, 소피아는 조소를 내뱉었다.

 

“하켈인지 헤겔인지 하는 그 성자 나부랭이. 진즉에 노역장으로 가던 마차가 전복되고 강도한테 습격당해서 뒈져 나자빠졌을 걸? 지금쯤 산짐승 뱃속에서 소화되고 있겠지. 죄인의 성흔을 봉인하는 봉인구는 참 꼼꼼하게 검사하면서, 정작 죄인 호송은 대충대충이더라, 교단. 덕분에 일이 쉬웠다더라고.”

 

“소피아, 대체 왜?”

 

그 말에 소피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개새끼들이 감히 널 해쳤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너와 네 가족을 해쳤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왠 깡패 새끼들한테 당해서 사이좋게 침대 신세라는데, 화가 안 나? 난 그 여자를 이해하지 못 하겠어. 대체 왜? 그렇게 강하면서. 당장이라도 검으로 그 자식들을 토막내버릴 수 있으면서. 허구헌날 그놈의 도덕, 그놈의 여파 핑계를 대면서 더러운 일엔 손대지 않지.”

 

“소피아…난…”

 

“처음엔 포기하려고 했어. 내가 봐도 나보다 훨씬 대단해 보였으니까. 나보다 아름답고, 나보다 강하고, 나보다 고결하지. 비교하는게 민망할 정도야. 근데 뭐 어쩌라고? 정작 그 대단한 사람과 함께하는 너는 이렇게나 불행한데? 이젠 못 참아. 아니, 안 참아.”

 

마크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소피아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난 그 여자랑 달라. 도덕? 세상? 타인? 그딴 시답잖은 것들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어. 너와 리아만이 내 모든 것이고, 너희 둘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태양빛을 혼자 쬘 순 없다고? 맞아. 그 빌어먹을 여자는 정말 태양같은 여자지. 하지만 난, 나는…너만을 위한 모닥불 정도는  되어줄 수 있어. 그 누구도 아닌, 너만을 위한 안식처가 될 수 있어.”

 

소피아는 굳어버린 마크를 향해 얼굴을 들이대고는 이내 입을 맞추었다. 자신의 눈물이 섞인 키스는 짭짤한 맛이 났다.

 

“그러니까, 나한테 와. 영원히 닿지 못할 태양 따윈 내버려 두고, 너만을 따듯하게 해줄 내 옆으로 와.”

 

“……”

 

“난, 널 위해서라면 다 해줄 수 있어. 당연히…이런 것도.”

 

소피아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겉옷을 벗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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