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주말챈에 올리는 예하 순애물) 하나의 연인, 열의 타인 -1-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2화: 관남충X에클레시아 하나의 연인, 열의 타인 -2-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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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그럭.
“왜 그러지? 문제라도 있나?”
2주가 지나서야 겨우 자신의 무장을 돌려받은 모르스는 갑옷을 입고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아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구나. 이곳에 연무장 같은 곳은 없는가?”
“으음, 훈련실 장비를 좀 압류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간단한 운동 정도라면…”
“충분하다. 오늘은 잠시 검을 휘둘러보기만 할 터이니. …또 무슨 일인가.”
관리자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짓자, 모르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니, 처음보단 훨씬 여유로워진 것 같군. 난 자네가 다시 검을 잡자마자 하루 종일 틀어박혀서 수련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서 말이야.”
쯧, 하고 모르스가 혀를 찼다.
“어차피 한동안 잡은 적 없는 검에 다시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억지로 조급하게 움직여도 큰 성과는 없겠지.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감각을 되찾으려던 것이지, 애초에 온종일 검술에만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그럼 잘 된 일이군. 이쪽으로. 지금은 별 것 없지만 그래도 공간 자체는 제법 넖은 편이라네.”
부웅-
모르스가 검을 휘두르자 검이 깔끔한 궤적을 그렸다.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검을 잡지 않았으니 실력이 녹슬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관리자의 눈에 비친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하지만, 정작 모르스 본인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검을 노려보았다.
꽈악-
촤아아악!
검을 강하게 움켜진 모르스가 이번엔 재빠르게 허수아비를 난도질했다. 허수아비가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녀의 얼글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다.
‘…느려졌다. 참격의 위력도 약해졌어. 이래서야 타기리온에게 생채기라도 낼 수 있을런지.’
그녀는 이내 관리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 허수아비, 부숴도 되겠는가?”
“좋을 대로. 어차피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대충 엮어서 만든 것이라. 그냥 훈련실 자체를 무너뜨리는 수준만 아니면 별로 상관없네.”
“…그렇다면 잠시 물러나거라. 조금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녀가 양 손으로 검을 쥐어들자, 검이 백금빛 볼꽃에 휩싸였다. 마치 타오르는 듯한 검을, 그녀는 그대로 허수아비를 향해 내리쳤다.
콰앙!
폭음과 함께 먼지가 솟아올랐고, 먼지구름이 걷히자 허수아비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났고 훈련실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나타났다.
‘…그래도, 힘을 충분히 주면 아직 환형일식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건가.’
“콜록, 콜록…조금 더 뒤로 물러나 있을 걸 그랬군.”
등 뒤로 다가온 관리자가 기침을 하며 다가오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미안하구나. 그래도 앞으론 힘 조절을 못할 일은 없을…어?”
휘청-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가 앞으로 엎어졌으나, 관리자가 제때 반응하여 그녀를 받아냈다. 딱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모르스는 충격받은 얼굴로 일어설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이럴 수가. 고작 이 정도 공격 한 번에 힘이 풀린다고? 신앙이 없는 나는 도대체 얼마나 약해빠진…’
“그, 일단 좀 일어설 수 있겠나?”
그러한 그녀의 상념을 깬 것은 관리자의 목소리였다. 그제야 자신이 반쯤 안겨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세웠다.
“시, 실례했구나. 난 그저…”
“너무 충격받지 말게. 자네의 능력 특성상 강한 숭배를 얻기 힘든 이 곳에서는 힘이 약해질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 그리고, 지금은 그냥 오랜만에 쓰는 힘이라 근육이 놀란 걸세. 딱히 지쳤다는 느낌은 아니지 않나?”
그녀는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확실히, 일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지쳤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건 순간적으로 힘이 빠져나가 생긴 약간의 탈력감인 모양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가. 하지만 힘을 담은 일격 한 번으로 탈력감이라니…과거엔 이보다 배는 강력한 기술을 남발해도 지치는 일 따윈 없었거늘.’
과거 위대한 정적이었을 시절엔 넘쳐흐르는 신앙에 힘입어 다칠지언정 지치는 일 따위는 단 한번을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았고, 그림자가 된 이후엔 맹목적인 감정에 삼켜져 하다못해 의식을 잃을지언정 지쳤다는 감상을 받을 겨를조차 없었다. 그만큼 탈력감은 그녀에게 있어 생소한 느낌이었고, 그만큼 무력하게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한탄하는 그녀를 보며 관리자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건 좀처럼 고쳐지질 않는군. 이만 나가지. 어차피 오늘은 몸풀기 정도만 하려던 것이잖나.”
“나는 내 나름대로 나의 힘이 결코 영원하지 않음을 명심하며 살았다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차라리 역병에 먹힌 모습이 그대에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관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 같군. 따라오게.”
반박할 틈도 없이, 모르스는 관리자에게 이끌려 건물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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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모르스를 데려간 곳은, 야외 콘서트장이었다. 물론 모르스는 ‘콘서트장’ 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지만, 간간히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과 과거에 보았던 악기와 비슷한 모양의 물건들을 보아 이곳이 음악을 연주하는 장소라는 것 정도는 알아차렸다.
“이곳은 연주회…같은 곳인가?”
그녀가 묻자, 관리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의 세계에서는 들어보지 못했을 아주 독특한 장르지.”
“확실히, 음악은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겠구나. 그래,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어떤 종류더냐?”
이러니저러니 해도 출신이 어디 가질 않는지, 음악이라는 말을 듣자 그녀의 흥미가 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리자는 마음 속으로 안심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헤비 메탈, 이라고. 굳이 따지자면 음…분노를 매개로 하는 연주에 가깝다고 해야하나.”
“분노를 매개로 하는 연주라. 흥미로운 기교구나.”
이내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메탈 밴드가 무대 위에 올라서자, 모르스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연주자치고 복식이 꽤나…독특하구나.”
관리자는 복장의 특이함으로 따지면 엘리시움 필하모닉도 만만치 않다…는 말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ARE Y’ALL FUCKING READYYYYYYYYYYYYYYYYYYYYYYY!!!”””
“꺄악?!!!!!!!”
기타를 맨 남자가 포효하듯 소리치자, 날카로운 신음과 함께 그녀가 귀를 틀어막았다. 그제서야 관리자는 모르스가 귀가 예민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런. 괜찮나?”
모르스는 눈물이 맻힌 눈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내 귀가 예민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왜…아악?!”
밴드가 현을 튕기고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이내 모르스는 울상이 되어 귀를 틀어막았다. 귀를 손으로 막아도 들려오는 커다란 소리에 그녀는 절로 눈을 질끈 감았다.
포옥.
…?
자신의 손을 따듯한 무언가가 덮자, 그제야 통증이 사라지며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손을 덮은 것이 관리자의 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흘끗 뒤를 보자,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 안. 하. 네.’ 그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모르스는 잠시 그를 흘겨보곤, 다시 고개를 돌려 밴드를 바라보았다. 덕분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던 음악 자체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과거 엘리시온에서 항상 울려퍼지던 경건함, 믿음, 위대함만을 담은 노래와는 다른, 질척거리는 인간의 감정의 파도가 담긴 형태는 그녀에겐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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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노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는…”
마침내 마지막 연주가 끝나자, 모르스는 입을 열었다.
“이제 되었다. 놓아주거라.”
그 말가 함께 관리자의 손이 떨어져나갔다. 아마도 손 때문에 뜨거워진 얼굴을 식히면서도, 어딘가 아쉽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쉬워? 무엇이? …연주겠지. 이런 곡은 엘리시온에서 들어본 적이 없으니, 새로운 형태의 악상이 마무리된 것에 대한 아쉬움일 테지, 분명.’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지?”
그의 질문에, 모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법 신선했다. 내가 듣던 곡은 항상 신앙과 위대함을 칭송하는 노래 뿐이었으니. 인간적인 노래도…나쁘지 않더구나.”
“그렇다면 다행이야. 큰 소리에 대해 미리 주의를 주지 못한 것은 미안하네. 요즘 부사장에게 업무 관련으로 들들 볶이다 보니 자꾸 깜빡깜빡하게 되어서 말이야.”
“…앞으론 주의해다오. 그거면 충분하다.”
관리자는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무대를 직접 방문하는것도 물론 좋지만…이 세상에선 사실 악기와 연주자 없이도 이것만 있으면 음악을 감상할 수 있지.”
그 말에 모르스는 눈을 크게 뜨며 관리자가 손에 든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번갈아 보았다. 이 조그만 것들이 음악을 연주한다고?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지.”
관리자가 두 개의 이어폰 중 하나를 자신의 오른쪽 귀에 꽂고 다른 한 쪽을 내밀었다.
“으음, 귀에 무언가를 꽂는 것은 거부감이 있다만…그대가 사용법을 가르쳐주니 기꺼이 배우겠다.”
그녀는 어색한 손짓으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러자, 언젠가 들어본 듯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mFWQgxXM_b8
“이건…그리운 곡이구나. 내가 어렸던 시절 멀리서 들어봤던 기억이 있어.”
그 말엔 관리자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처음으로 이 남자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이 묘하게 즐거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그곳에도 이 곡이 있었다니, 놀랍군. 여기에서 이 곡은 비발디라는 작곡가가 쓴 사계라는 곡의 일부인데. 그쪽에선 무슨 이름이었지?”
“오래되서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아마 토흐라는 악사가 지은 룩스 카엘리(Lux Caeli = 하늘의 빛) 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이름도, 작곡가도 다르지만 같은 음율이라니. 재미있어.”
관리자가 나지막히 말했지만, 어느샌가 모르스는 음악에 심취해 마치 건반을 두드리듯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피아노를 칠 줄 아나?”
그 말에 그녀는 멈칫했다.
“…그래. 나도 한 때는 악사가 되고 싶었다. 비록 현이나 건반 대신 검을 쥐게 되었지만, 피아노만큼은 간단하게라도 익힐 수 있었어. 물론 나는 만인의 소리를 들어주는 자이니만큼, 추기경이 된 후로는 악기에 직접 손을 댄 적은 없다.”
“나중에 연주를 한 번 들려주겠나?”
모르스는 순간 고민에 빠졌지만, 구태여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기회가 된다면 들려주겠다. 나도 내 연주 실력을 평가받아본 적은 없으니, 즐거운 경험이 되겠구나.”
그리 말하며 부드럽게 미소짓는 얼굴에, 순간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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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전투 개시
다음화는 오늘 올라올수도...아닐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