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보글이 아니라 걍 생각 써놓은 거라 한줄요약은 딱히 없음. 뇌피셜로 읽어주셈.





2. 제목에 반박하는 내용임. 어그로였음 ㅇㅇ. 


3. 사진이랑 콘 많이 썼으니까 읽어줭






어제 쉬면서 나무위키 문서를 훑어보는데 2077 평가 관련 부분에 이런 말이 있더라.




(...) 사펑2077 자체가 사이버펑크 장르 중에서도 특히 과한 이펙트와 효과가 들어가 있는게 사실이다. 







당장 사이버펑크 장르의 걸작으로 취급 받는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시리즈 같은 다른 사이버펑크 장르 작품의 경우 이렇게까지 과한 시각적 이펙트가 없다.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도시 모습. 이건 내가 참고용으로 퍼온 사진임.)



(공각기동대에 나오는 도시 모습. 이건 내가 참고용으로 퍼온 사진임.)



오히려 도시의 전경이 전반적으로 회색톤에 무채색이라 차갑다는 인상을 주고 무질서하게 배치된 화려한 네온사인이 합쳐져서 대비되는 이펙트들이 화려하지만 허전한 특유의 느낌을 주는데 사이버펑크 2077의 경우 건물도 화려하고 네온사인도 화려하다보니 시각적으로 피로한 느낌을 준다.





(...) 그러나 번화가 뒷골목 할 것 없이 너무 형광색으로 강조를 하다 보니 오히려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며 (...) 





블레이드 러너나 공각기동대는 2~30년이 지난 2020년대에 봐도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이버펑크 2077은 비슷한 콘셉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도 빼어난 수준은 아니다. 





평가가 박할 초창기에 적힌 문서라 그런진 몰라도 꽤 부정적인데,


언급된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러너에 비해 화려한 건 맞지만 그정돈가? 싶네. 



공각기동대는 잘 모르지만, 일단 블레이드러너는 작품 분위기 자체가 엄청 차분함. 영화 내내 흐린 날 아니면 밤에 비가 오고, 대사도 되게 적음. 따라서 무채색 도시가 어울리겠지. 




(나보고 블레이드 러너를 한 짤로 요약하라면 이걸 고르겠음. 이 사진에 블레이드 러너 분위기의 모든 게 담겨있음.)



근데 나이트 시티는 다 죽어가는 디스토피아 도시가 아니라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모이는 위험한 곳" 임. 아라사카나 밀리테크도 모여있잖음.




뒷골목이 아니라 클럽, 음식점, 술집이 모여있는 수도권 번화가에 가깝다고. 




그리고 사펑은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각 지역이 핵심으로 등장함. 기업 플라자, 글렌, 가부키, 재팬타운, 리틀 차이나 등등이 다 다른 모습과 개성을 가져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 조명과 건물의 배치임.


특히 나는 재팬타운의 분홍분홍한 네온사인이랑 화려한 조명을 좋아해서 주차해놓고 구경하기도 함. 



그리고 네온사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사이버펑크 도시의 상징 아닌가?



(산나비의 스테이지 배경들.)



얼마 전에 사이버펑크 인디게임이라 해서 산나비를 플레이 해봤는데, 배경이 예술이더라. 반짝이는 도시가 진짜 예뻤음. 


근데 만약 네온사인 없이 흐릿한 조명만 있었다면 훨씬 칙칙해 보였을 거임.


"네온사인"이야말로 분위기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라는 건, 아마 사이버펑크 장르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다 동감할 거라 생각함.




그리고 저 꺼무위키 도시 풍경 평가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말이 나옴.


네온사인도 화려하다보니 시각적으로 피로한 느낌을 준다. 2020년의 서울야경과도 비교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예전에 사펑 2077에서 게임 홍보 차 '사이버펑크스러운 현실 도시 사진 공모전'을 연 적이 있었음. 


커뮤니티 투표(인기투표) 부문에서는 서울이 1위를 차지했음.


(우승한 사진)


다른 나라에서도 서울이 "사이버펑크스러운 도시"라는 인식이 있음. cyberpunk 연관 검색어로 seoul이 뜨기도 하거든.


근데 재밌는 건, "cyberpunk city seoul"이라고 검색하면 이런 사진들이 나온다는 거임.



블레이드러너나 공각기동대의 차분한 도시보다는 사펑2077의 화려한 모습과 비슷하지 않음?  


우리가 "사이버펑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네온 떡칠된 도시라서가 아닐까? 



누가 저 문서를 썼는지는 몰라도, 서울과 사펑2077이 비교된다면 그건


"서울이 눈뽕2077보다 낫다" 가 아니라 "서울이 사펑2077을 연상시킨다"이기 때문일거임. 





https://www.youtube.com/watch?v=mil9Dlk63a4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이것도. 


건축학자가 나와서 나이트 시티에 관해 입 터는 영상인데, 11분 44초에 이런 말을 함.


"맨날 포장마차 나와."


"상상력이 너무 진짜 너무... 블레이드러너에서 멈춰 있는 것 같아."


"네온사인 이거는 80년대에나 미래적인 거지. 너무 옛날 이야기 아냐?"


"뻔해!" 





그러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차들은 왜 70, 80년대 머슬카를 닮았을까? 그리고 전기차도 아닌데?


덩치 큰 단말기들도 요즘 나오는 얇은 디스플레이들 보다 뒤쳐지는 거 아님? 어떻게 이게 미래야?


현실에선 버블 이후로 경제 나락 간 일본이 왜 저기서 2077년에도 의기양양하게 경제, 문화적으로 서방세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리볼버나 이런것도 다 폐기 직전의 낡은 무기여야 하는 거 아님? 



답은 간단함. 



그게 사이버펑크니까.

 




바로 그런 


"구닥다리 시절에 상상한 미래"가 궁금해서, 


"유치하게 깜빡이는 네온사인"을 보려고, 


"식상한 디스토피아적 생활"이 흥미로워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도시"를 구경하려고 


오늘도 사이버펑크 2077을 켜는 거임. 




마치 씹덕겜 보고 "왜 캐릭터들이 다 플레이어를 좋아함? 비현실적이게." 이러는거나 히어로물 보고 "맨날 희생하고 시련 극복하고 식상한 전개야."이러는 거랑 똑같다.




길거리에서 반짝이는 네온사인이나 구시대적인 미래상 갬성은 사이버펑크라는 장르를 구성하는 핵심인데, 저렇게 깐다는 건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입을 턴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사펑 팬덤 중에서도 블레이드러너처럼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더 세련된 미래를 원하는 사람이나, 화려한 네온에 눈아픈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저렇게 단점으로 취급해서 깔 일은 아니라는 거다. 





오늘의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