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A사 내부 어딘가.


각종 특이점이 집결된 커다란 시뮬레이터인 '이그드라실'을 보며 데이터를 뽑아내는 B사의 '응시자', 루다가 있었다.


"어디 보자... 뒤틀림이 되도록 변수 칩을 꼽아봤는데... 이번에는 히스클리프 쪽이 유난히 많이 나왔네. 특히… '거울'이라는 기술의 영향이 큰 편이고..."


그는 끊임없이 나오는 데이터와 B사의 특이점으로 림버스 컴퍼니 중 LCB팀의 동향을 응시하면서 여러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때 문이 열리며 제나가 나타났고, 그 기척에 '발톱'인 바랄이 먼저 배웅을 해주었다.


"마침 잘 됬군."


"방금 도시의 금기를 어긴 이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온 참이란다. 어디, 나온 데이터들을 보자꾸나."


루다는 여태까지 나온 이그드라실의 데이터에 관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거참, 별난 일이 다 있구나. 다른 세계의 히스클리프가 현 세계의 히스클리프를 죽이려 드니, 자기혐오가 폭발해서 뒤틀렸다라..."


"그래서 정보 좀 갱신하니까 외형이 크게 달라지더라고! 정확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응시를 해봐야 해."


최근 화제인 T사 둥지에 위치한 워더링하이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바랄이 화두를 바꿔버렸다.


"우선 각기 다른 'LCB'라는 팀에 속했던 인물들의 카드 칩으로 뒤틀린 모습을 관찰하고 싶군."


"우리도 뒤틀림에 대해서 연구해야 하니까, 그것도 한번 봐야겠네?"


루다는 흥미로워하며 문서나 여러 가지들을 집약하여 만든 각 인물의 데이터칩을 꽂은 상태로 각지의 뒤틀린 모습을 '이그드라실'을 통해 관찰하기 시작했다.


***


이곳은 N사 어딘가.


무채색의 단조로운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이곳에서 의문을 품은 이가 있었다.


'오늘따라 햇빛이 눈부시군.'


그의 이름은 뫼르소.

몇분 전에 레몽이나 마리를 만나 N사 업무이나 여러 일을 끝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그는 최근에 지금은 N사 직원이나, 뒷골목 출신인 레몽으로 인해서 각종 사건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 증거로 히잡 같은 걸 입은 뒷골목 폭력배들이 자신을 뒤쫒고 있다는 것이며, 정작 장본인은 그것에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극단적인 '이단 심문관' 부서보다는 자주 싸우지는 않지만, 사무직임과 동시에 전투직 수준의 싸움지식과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이 또한 레몽과 상부에서 준수한 업무 실력의 보상으로 주는 '경험의 기회'를 잘 활용한 결과였다.


"...."


그가 소속된 부서는 이단 심문관 부서를 포함한 전투직과 관련된 곳을 관리하는 부서였기에 뒤에서 습격해오는 폭력배들을 주먹으로 손쉽게 제압했었다.


...하지만 이런 똑같은 일만 벌어지지는 않는 때도 있었다.

그는 집으로 복귀하자, 자신의 어머니가 뒤틀려있는 상태로 이성 없이 날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저것은 뒤틀림이나, 본래 나의 어머니이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어느 정도 충격적인 모습인지 시선을 피하려고 해도 살의가 가득한 그녀의 공격에 황급히 맞대응을 해주었다.


집에서 싸우기에는 위험했기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끌고 나와 싸우기로 한 그는 문득 레몽이 주었던 로직 아틀리에제 피스톨을 허리춤에서 꺼내었다.


- ***!


'제압이냐, 살해냐...'

아무리 공감하는 걸 어려워하는 그여도 감정은 있었는지, 자신을 홀로 낳아서 키운 어미를 죽이는 걸 꺼리게 된 순간, 그의 눈에 찔러온 태양빛이 방해를 해왔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과 함께 5발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쏴버리기 시작했다.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듯한 5번의 총성 끝에는 장전된 탄환이 매우 강했는지, 그녀는 괴로운 신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


너무나도 반사적으로 일어난 일에 또다시 그는 당황하고 말았다.


햇빛에 의해 쏴버린 총알의 탄피들을 보며 잠잠했던 감정의 파동들이 요동쳤다.


우선 '치워야' 했기에 떨리는 손으로 평소 하던 업무처럼 뒤틀린 시체와 탄피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탄피와 시체들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며칠이 흘렀다.


이 사건을 전해 들은 N사는 유감을 표하며 얼른 장례식부터 치러주었다.

그는 밀크커피 한잔을 마시며 자신이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런 그의 염원 같은 생각과는 다르게도,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었다.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음모들이 기저에 깔려 있었고, 그의 어머니를 뒤틀리게 만든 원인이 그의 목을 옥죄었다.


결국은 ‘날개의 금기’를 저질렀다는 명분으로 재판대에 올라선 그는 주변인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단 한마디의 말로 다른 이들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


“내 어머니는 뒤틀렸고, 나를 지키기 위해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햇빛이 너무나도 눈부셨기에 죽이고 말았다.”


쏟아지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강제 퇴사나 다름없는 처벌을 받고 나온 그의 앞에는 늙은 디에치 협회 해결사가 나타났다.


그 해결사는 신부라 불리며 주먹파에 속했던 자였고, 뫼르소에게 디에치 협회에 들어오지 않겠냐며 온갖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뫼르소는 그 이야기를 듣자, 자신과 너무나도 먼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무시했지만, 점차 분노가 마음속에서 자라나기 시작했었다.


기저에 깔렸던 음모의 주동자 중에서도 문득 들었던 그 신부의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올리자, 쌓였던 그의 감정은 폭발하고 말았다.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게 무슨…”


아마도,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감정의 격정을 통해서 자신의 심정과 폭언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그의 몸에 쇠사슬처럼 감긴 부조리의 끈이 점차 숨이 막힐 정도로 죄어오는 상태로, 종극에는 서로 싸우기까지도 했었다.


“나의 평온과 일상, 그리고 모든 것들을 한순간에 깨뜨려버린 채로 조롱하려고 드는지에 대해 알기나 하는 건가-?!”

- 쾅!!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실존주의적 질문과 그의 주먹에서 나온 갖은 분노를 표출하고도 역부족했었다.


신부는 2등급 해결사였으며, 그와의 전력 차가 너무나도 컸었다.

물론 디에치 협회의 특성상, 싸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휘발되는 지식의 양이 커졌기에 뫼르소는 이걸 이용하면서 싸워나갔다.


최후에는 그가 신부에게 커다란 한 방을 먹이면서 가장 잔혹한 죽음을 선사해주었다.


“…그때 자의로 판단하여, 있는 그대로 서술했을 뿐인데-”

피를 뒤집은 채로 고개를 올려다보자, 쐬어 내려오는 그 빛은 여전했었다.


그 빛은 아마도 ‘백야’일지도 모를 환한 빛이었을 터지만, 그는 피떡이 되어버린 신부를 뒤로하고 지금쯤이면 집에 있을 마리를 만나러 갔었다.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뫼르소!”

“2급으로 추정되는 디에치 협회 해결사 한명을 죽이고 온 길이다.”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지만,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뫼르소의 어투는 그야말로 ‘지쳐버렸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런 그의 의중을 세심하게 알아챈 그녀는 소중한 애인으로써의 본분을 다해주었다.


- “뫼르소, 넌… 지금도 나를 사랑해?”

-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는 이전에 충격을 받긴 해도 사랑을 해주었다.


그것이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태라면 더더욱 그러했었고, 그를 집안에 들여보낸 상태로 이를 증명하였다.


이후에는 당연하게도 그가 해주었던 최선의 사랑인 ‘관계’를 맺는 일상이 벌어졌다.

급히 몸을 씻어 피를 씻겨냈음에도, 은은하게 퍼져오는 피의 향기 속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관계를 맺어갔다.


***


그렇게 아침이 되고, 습관대로 일찍 일어난 뫼르소는 왜인지 피지도 않았던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클럽까지 다녀가기도 했던 그는 180도 달라져 버린 상황 속에서 적응해야 했다.


아무리 지능이나 오감이 좋다고 한들, 지금 상황에서는 하등 쓸모가 없는 탓에 옷을 주워 입은 상태로 그녀와의 작별 인사도 없이 집을 나왔었다.


‘판단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판단… 정확히는 ‘도덕적 판단’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도 어제 일으켰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과 재판의 기억이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하루 만에 일어났던 일이었기에,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던 그는 답을 찾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 N사만이 아닌, 여러 둥지를 돌아보았다.


색을 잃은 듯, 칙칙하고 경직된 사람들이 서로의 일을 하러 떠나고, 자살 자판기에서 유희를 얻기 위해 들락거리는 관광객들…


K사, U사 등 그는 반쯤은 허름한 복장을 한 체로 돌아다니다가 느껴진 그 속의 시선들에서 재판을 받았고, 자신에게 비난을 가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음과 동시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 “넌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


뫼르소는 결코 듣지 말아야 할 따듯한 그 목소리가 들리자, 자신이 뒤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자신이 보았던 어머니처럼 뒤틀림이 되는 게 싫었지만, 온갖 부조리를 쉴 새도 없이 마주해버린 그로서는 지쳐버린 지 오래였다.


“역으로 질문해보지. 당신은 이 ‘부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그건… 불행을 불러오는 것이라 생각해. 이것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야.”


그렇게 기나긴 질의응답과 여행 끝에, 그는 ‘판단’에 대한 답을 깨닫고 만 것이었다.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나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으며, 저들이 왜 웃고 떠드는 것조차… 이해하기를 포기해버렸다. 그저 판단이라는 ‘사슬’에 끌려간 것은 나였으니.”


- “그렇구나. 네가 원하는 모습은 타인이 만들어낸 괴물… 내부가 텅 비워진, 사슬로 된 무언가인 거지.”


“맞는 말만을 하는 군…! 난 그저 눈부셨다는 내용조차 허락지 않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괴물이었다…!”


자기 손에 남은 것은 타인에 의해 감긴 쇠사슬과 주먹만이 남았다는 걸 깨달아버린 그는 따듯한 목소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뒤틀리고 말았다.


온몸이 뒤틀리며 변한 그의 모습은 이러했다.

쇠사슬로 이루어진 몸에 가시 돋친 갑옷을 입었으며, 그 쇠사슬 내부에 흘러내리는 검은 눈물과 푸른색의 눈알들이 있는 인간형 뒤틀림의 모습이었다.


쇠사슬 구멍 사이로 타인의 시선을 상징하는 듯한 눈알들이 이리저리 굴러가고 있으며, 타인에 의해 생겨난 ‘오만함’이 그의 갑옷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뒤틀리기 전보다 덩치가 2배만큼 커진 그는 쇠사슬로 된 촉수를 늘어뜨린 채로 ‘자신을 이끌어줄 주인’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도시 내부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흉측하고도 거대한 그의 모습은 다른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었고, 이내 뒷골목의 손가락들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이 중에서도 먼저 접근한 것은 바로, 엄지였었다.

방황하는 그의 모습과 갖가지 해결사 및 뒷골목의 인원들의 말을 듣고, 곧이곧대로 죽이는 행보로 인하여 어느새 도시 전설까지 올라가 있었다.


“제기랄…! 빌어먹을 만큼이나 크잖아-?!”

언더 보스의 명을 받고 뒤틀린 뫼르소에게 접근한 보리스는 그 덩치와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엄지인 건가.”

보리스의 등장에 눈치챈 듯, 셀 수 없이 많은 그의 눈동자가 보리스에게 꽂히고, 커다란 덩치가 보리스의 모습을 가려버렸다.


그는 그런 뫼르소의 모습에 놀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이내 침착해지며 자신이 명령받은 대로 싸움을 걸어보았다.


“도시 전설급 뒤틀림이지만, 한번 겨뤄보자고. 손쉬울 것 같은데-”

“…말한 대로 이행하겠다.”


보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쇠사슬 촉수와 주먹을 휘두르는 그였지만, 보리스는 그의 공격을 재빠르게 막아내었다.


“막아낼 때까지 정확히 0.35초가 걸렸다. 매우 강하군.”

“이게 도시 전설급이라고? 진짜 묵직해서 쥐였으면 고깃덩이로 날아가겠네…!”


그가 시작한 결투는 시작이 좋았으나 끝은 뒤틀린 뫼르소의 전략으로 인해 힘겨운 상태로 이어져갔다.


“끄윽-!? 제기랄, 그만-!”

“…요청한 대로 멈췄으며, 그러기까지 약 3시간 20초가 걸렸다.”


절도있게 공격을 멈춘 뒤틀린 뫼르소는 아무 말도 없이 정자세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었다.

보리스는 그의 행동에 분석을 마친 듯, 엄지로 들여놓을 만한 뒤틀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그의 생각은 갑작스럽게 ‘검지’의 전령이 나타나자 금방 무너지고 말았다.


- “지령이 도착했습니다. 한번 열어서 보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이행하겠다. 흠, 내용은 ‘검지의 명예 일원이 되어, 대행자의 일을 그들이 원하는 때에 무조건 도울 것.’ 기한은 무제한이군.”


자신의 덩치에 비해 매우 작은 지령 용지를 섬세하게 열어서 읽어본 그는 검지 전령이 건넨 검지 특유의 하얀 망토를 자기 몸에 둘렀다.

(사람 사이즈가 아닌 그의 몸에 맞췄다고 해도 무방할 거대한 망토였다.)


보리스는 갑작스러운 검지의 행동에 이해를 못 했지만, 정식 일원이 아니란 소리에 조금은 안심한 것 같았다…


****


다시, A사 어딘가.


바랄은 시뮬레이션 속 보리스와 뒤틀린 뫼르소의 결투를 보며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그걸 본 제나는 미소를 지으며 평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뫼르소의 모습에 이름을 붙이고 싶구나.”


“정확한 명칭은 ‘이그드라실’에 주입된 일정 조건에 달성하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을 터인데…”


“그렇지만 꽤나 마음에 드는 기분도 들기에, 임의로 지어보자면… ‘포박의 만안거인(萬眼巨人)’이라 붙이면 되겠지.”


제나의 말에 루다가 감탄하며 다른 이들의 모습 또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분간 뒤틀림으로써의 모습도 관측해보고, 개화 E.G.O.로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


“그나저나 최근 시뮬레이팅 중에서도 ‘공백의 인물’쪽은 어떻게 돼가는 거지?”


“아, 그건 특색 위주로 접근하면서 영입을 하는 것 같아. 여기 며칠 전 로그를 보면… ‘요한은 베르길리우스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라고 나왔거든. 세력을 꾸리려는 듯한데…”


이들은 끝없이 가지를 뻗어내는 듯한 원탁 형태의 시뮬레이터 기기인 ‘이그드라실’을 보면서 화기애애한 이야기와 함께 시뮬레이팅 데이터를 뽑아내어 갔다.





소설 형태로 뫼르소 뒤틀림 모습 설정을 공개해본다.

거기에 더해 머리가 만든 시뮬레이터 이름도 공개해보는데, 세계수 이름으로 지으면 좋을까 싶어서 그렇게 작명해보았다.


이외에도 여러 잡다한 것이 있으니 읽으면서 확인 해보는 게 좋을 것 같고...


아니 몇개월째 기술 개발 파트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살려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