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간 의미없는 사담입니다. 철학...이라고 제목에 쓰긴 했지만, 그냥 지금 별하전에 관련해 생각하는 것들을 두서없이 나열한 글입니다. 이번 글에는 개인적인 의견이 좀 들어있습니다.


사실 별하전의 세계관은 CYOA를 제작하면서 짜여진 것이 맞지만, 그 세부 설정의 경우에는 이전에 쓰였던 소설 등에서 재사용된 것들이 많고, 캐릭터들의 서사 역시 CYOA를 알기 전부터 일부 짜여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많아질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별하전의 경우에는 사실 CYOA중에서는 제약이 많은 편이라 생각하고 있거든요.


사실 이 부분의 가장 좋은 해결법은 약한 캐릭터부터 강한 캐릭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만들어두면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각 캐릭터에게 가능하다면 개성과 서사를 부여해주고 싶기 때문에, 이 부분이 참 어렵네요. 지금 당장도 주요 캐릭터 외에는 서사가 없는 수준인데, 캐릭터를 늘려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FGO 같은 게임에서 캐릭터가 실장될 때를 생각해보면 조금 쉽겠네요. 각 이벤트 또는 메인스토리에서 등장한 캐릭터가, 동시에 픽업으로 등장하고, 동시에 그 캐릭터의 정보창에서 그 캐릭터만의 추가적인 이야기(메터리얼, 대사, 인연퀘 등등)를 볼 수 있듯이 하고 싶지만, CYOA의 특성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그런 대사나 인연퀘를 만들 시간도 부족하구요.


또한 소설과 CYOA를 동시에 진행해보며 느낀 점이라 하면, 정보를 숨겨야할지 공개해야할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이 든다는 겁니다. CYOA는 정보가 가능한 한 많이 공개되어야 합니다. 아무런 정보도 쓰여있지 않은 문 2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선택지마다 그 정보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고, 또 각 선택지를 골랐을 때 플레이어가 느낄 변화 역시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소설은(특히나 연재중일 때에는) 정보를 가려놔야만 합니다. 이는 엄청난 모순이죠. 다시금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죠죠 3부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죠죠 3부에서 최종보스는 이제 인터넷 밈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더 월드"라는 이름의 스탠드를 사용합니다. 죠죠 3부 내에서 이 더 월드의 능력은 베일에 싸인 채, 최종전이 어느정도 진행된 후에서야, 일행 6명중 3명이 죽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밝혀지죠. 그런데 CYOA를 만들며, 이 최종보스를 CYOA 내의 보스 내지 캐릭터로 추가해보자 한다면 상당히 머리가 아파집니다. "최종보스. 능력:비밀, 성향:비밀" 이라고만 써둔 선택지가 있다면 별로 고르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별하전은, 정확히는 별하전 본편은 사실 '모순'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지아는 그 선봉에 있지요. 어떤 존재든 아프지 않았으면 하고, 슬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회귀하며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죽음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지상의 존재에게는 그렇게 느껴짐을 알면서도 지아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만약 지아가 전생해도 기억을 잃지 않도록, 모든 존재에게 마법을 걸 수 있다면 지아의 꿈은 이루어질까요? 글쎄요...

모순적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불행을 눈감아야 합니다. 세계의 반동은 이 모순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세계의 반동은 세계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방호 장치입니다. V3 업데이트 때 공개하려던 설정을 약간 앞서 다뤄보겠습니다. 세계는 기본적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급진적인 변화로 인해 불안정함이 생기고, 그로 인해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세계는 최우선으로 회피하려 합니다. 그렇기에 세계는 신과 같이 엄청난 능력을 쓸 수 있는 존재가 행동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지아가 지상의 존재 모두에게 기억 유지라는 마법을 건다면, 지아는 스스로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희생을 전제로 하는데, 이 행동이 반드시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도 않지요. 기억 유지 마법으로 인해 변화의 속도가 제어되지 않아 멸망으로 이끌어질 수 있습니다.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존재를 구할 수 없다. 행동을 하면 불행한 존재가 생긴다. 불행이라는 무언가를 없앨 수 없다는 것이 확실시되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지아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움직이고 있지요. 이는 별하전이 모순을 주된 장애물로 배치했지만, 동시에 모순을 구원자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네, '기적'입니다. 기적이라는 건 논리적으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사건과, 일어난 사건이 모두 존재하는 모순이 이 세계에는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 믿고 움직여야만 합니다. 혹시라도 그나마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고, 그러한 변화에 한계 역시 없다고 믿는 것일 따름입니다.


현실은 모순덩어리입니다. 살기 위해 움직이지만, 움직일수록 점점 죽어갑니다. 분명히 행복하게 살고 싶어 공부하고, 일하고, 고통을 참는데 더더욱 힘들어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비록 힘들더라도, 이 이야기를 읽고 경험하는 당신이 발걸음을 멈추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방향을 약간 바꾸어, 이번에는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별하전의 캐릭터를 분류한다면, 지아나 밀라, 미라와 같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항상 최선의 결과를 목표로 하는 부류/레이나, 마레와 같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항상 최악의 결과를 회피하고자 하는 부류/그리고 모네, 미 테아와 같이 현재를 중요시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별하전의 스토리 내에서는 모네가 '타인에게 피해를 의도적으로 끼치기 때문'에 악역이지만, 현재를 중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습니다. 플레이어 역시, 저 셋중 어떤 신념을 가진 캐릭터를 플레이하던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 역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가' 라는 고민의 결과니까요. 신념의 차이로 플레이어의 행보를 다른 캐릭터가 막을 수는 있어도 말이지요.


상당히 길어졌습니다만,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의문'에 대답하는 이야기입니다. 모순에 대한 대답,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이자, 지아의 이야기이자, 여러분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모든 노력이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몇 명 보고 잊혀질지도 모르고, 쓰레기같은 글을 썼다며 욕을 먹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믿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말이라도 기대하고 실망하고 다시 믿으면서 말이에요.


한밤중에, 갑자기 들어 쓴 긴 잡설이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위의 글과는 관련 없이, 현재 제작중인 퀘스트의 일부분입니다.

어째서 바탕 흑색, 글씨 흰 색인지는 각자 추측해보시기를! 아마 금방 답이 나오겠지만요.


좋은 밤 되세요. 다시금 감사합니다.


그저 별 이유 없는

조건:어떠한 방식으로든 대중의 혼란을 유도할 것

보상:카오스 카탈리스트

있잖아,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카오스 카탈리스트

물건/RARE 7

퀘스트 “그저 별 이유 없는” 으로 획득

이걸 생명체한테 몰래 주입해. 주사기 쓰듯이 말야. 그럼 그 생명체는 점점 뒤틀리기 시작할거야.

어떻게 뒤틀리냐고? 글쎄, 나무가 산소를 흡수하고 독을 뿜어내거나, 나뭇잎이 뿌리에서 자라고 가지에는 촉수가 자란다던가, 나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