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얘기가 나와서 써보는 미세먼지 팁, 제가 만드는 방식들을 종합한겁니다. 어디까지나 정답은 아니며, 아예 감을 못 잡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팁으로 쓰시면 됩니다. 사실 고증이라기보단 핍진성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0. 내가 무슨 세계관을 원한거더라?

목표를 명확하게 잡자.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고증 살리면서 만드는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 난 마법이 있는 세계관을 만들래!(X)

->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력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래!(O)


이제 여기서 아이디어 가지를 좀 더 치자면

-> 언제부터 마법이 나타났을까?

    기술과 사회 변화가 얼마나 급진적인가가 여기서 갈린다. 마법이 최근에 발견된거라면 사회는 혼란스럽고, 기술과 마법의 대립이 극심하게 벌어지는게 옳다. 예전부터 있던거라면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고, 기술과 마법이 융합된 모습이 더 자연스럽다.


-> 어떻게 그 기술력과 마법이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멍청하지 않다. 마법이 정신나갈 정도로 강력하다면 기술은 도태되거나 마법을 보조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이다. 칼과 활로 무장한 밀집 대형의 병사들과 강력한 파괴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들은 전쟁터에서 공존할 수 없을 것이다. 공존을 원한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필요하다. 방어 마법도 강하게 만들면 되는거 아니냐고? 능동방호체계가 있다고 군부대를 밀집대형으로 꾸리진 않는다.


1. 시드마이어 문명 기술 & 문화 발전표를 연다.


혹시 농담으로 보인다면 진담이다. 문명 게임이 고증이 100%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테크트리를 구현해둔 만큼 기술과 문화 발전 양상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마법 얘기가 나왔으니 마법사들의 등장 타이밍을 잡아보자. 문명 테크트리에서 문자 테크트리가 열릴 때 즈음으로 가닥을 잡아보자. 마법이라는게 흔히 생각하기엔 어려운 학문이다보니 구전으로 이어지던게 문자로 전승되면서 하나의 큰 학문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문화의 정치 철학을 보면 '전제정치', '과두제', '고전 공화제'가 있는데, 여기에 마법사가 성직자를 겸하며 통치하는 정치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문명에서는 신권이 더 뒤쪽에 나오는데, 사실 제정일치 사회는 부족단계에서부터 나타났던 형태라 무리가 없다. 신권=교황 이라고 생각하면 문명이 채택한 방식도 맞다고 볼 수 있으니 넘어가자.



2. 어느 시점에 제약을 건다.

판타지 세계관의 마법사들은 다양한 제약을 받는다. 단순히 어렵다로 하면 고증 문제에 많이 부딪치게 되는데, '아잇 싯팔 국가 단위로 빡세게 사업하면 되는거자늠!' 같은 반박은 당연히 나오게 된다. 조악한 기술력과 비등비등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필요하다.


예1)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법사들은 죄다 마녀로 몰려 집단으로 사냥당했으며, 일부 가문에서 극비로 전승된다.

  -> 이런거라면 성직자들의 힘이 강해지는 시기가 괜찮아 보인다. 종교의 권한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마법사들을 마녀로 몰아가며 사냥하게 된 것.

예2) 마법사들은 어느 경지에 오르면 몸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법사는 일정 수준에서 만족하려 한다.

  -> 이런 케이스라면 최초의 대학이 세워지고 몇 백년 뒤 학문이 일정 수준이 되었을때로 상정하면 좋을 것 같다. 학문을 연구하다보니 계속 나가다보면 몸 망가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정체된다는 흐름.

예3) 슈퍼맨와 크립토나이트 관계처럼 마법사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인 물질이 발견되어, 마법사에 대한 암살이 굉장히 쉬워져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

  -> 어떤 상황에서라도 넣을 수 있을텐데, 나라면 천문학과 항해 기술이 발전해 대륙 곳곳을 탐사하게 된 이후로 하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굉장히 일찍 발견된다거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게 좀 더 세계관에 어울릴 것이다.



3.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머리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

예1) 극비로 전송된다면 마법의 발전 방향은 꽉찬 육각형이 아니라 각 가문별로 한 분야에 특화된 모습일 것이다. 또한 자신들을 사냥한 집단에게 큰 적개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만약 종교 단체에게 죄다 죽은거라면 신에 대한 모독, 종교 권위 약화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예2) 이런 케이스라면 기술이 마법과의 차이를 점점 더 크게 벌리려고 할 것이다. 마법의 길로 가려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며, 마법사들의 세력은 눈에 띄게 약해질 것이다. 그들은 기술 발전을 저해하려 하거나, 무언가 몸이 망가지지 않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다.


예3)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약점이 되는 물질을 독점하려들것이며, 그들을 제어하고 싶은 사람들 또한 그 물질을 차지하려 움직일 것이다. 광물이라면 광산을 두고 이권 경쟁이나 다툼이 극심해질 것이며, 현대의 석유처럼 국가 단위로 전략 자원으로 취급될 확률이 굉장히 크다.



마법이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판타지 요소를 역사 흐름의 어느 순간에 끼워넣고, 발전 방향을 여러가지 제약을 달아 조정해준 뒤 시뮬레이션 돌리면 핍진성은 얼추 갖춰집니다. 원하는 결과만 스냅샷으로 가져가지 말고 시작지점부터 방향성 조정하면서 시뮬레이션 돌리면 고증에 태클을 덜 받는 세계관을 만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