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쓰는 '세뇌'라는 말이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글
이기도 하지만 직접적 동기는 정보공유가 아닌 특정 글 때문.

https://arca.live/b/dogdrip/21900112?p=1

바로 이 글. 


위 글의 글쓴이는 "한국의 역사교육은 역사를 배우는 게 아니라 사람 세뇌시키는 거 같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 글쓴이가 세뇌가 무엇인지 모른다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세뇌(洗腦, xǐnăo) 

이 말은 중국말이다. 심지어 중국이 근래에 만든 단어이자 근래에 만든 설득방식이다. 세뇌는 마오쩌둥 시기 중국 공안이 반동주의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상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했던 방식을 뜻한다. '설득? 에이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큰 오산. 학계에서는 늘 중립적인 용어로 정의를 내리고자 하기에 설득이라 말하게 된 것이지, 사실 세뇌는 꽤나 소름끼치는 과정을 동반한다. 



세뇌의 첫번째 단계는 자유를 빼앗는 것이다. 이 자유에는 생리적인 욕구가 포함된다. 자는 것, 먹는 것, 싸는 것 모두 통제된다. 여기서 끝이면 그냥 고문이지 세뇌가 아니다. 두번째 단계는 다수가 그에게 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계속 비난하고, 계속 질문하고, 계속 말꼬리를 잡고, 계속 '옳은 사상'을 반복한다. 며칠, 몇달이고 반복한다. 잠깐 자게 했다가 몇 시간도 안되어서 깨운 뒤 이 짓을 반복한다. 음식을 주면, 막 먹기 시작했을 때 음식을 치워버리고 이 짓을 반복한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허무함, 생리적 욕구의 기본도 갖추지 못함에 따른 굴욕, 자유가 완전히 박탈당한 피폐함 속에 착란상태에 이른다. 그렇게 그 인간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에게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즉 전향하게 되는 것이다. 영양상태나 자유가 회복된 뒤에도 '옳은 사상'과 다른 생각을 함에 생겼던 수많은 굴욕과 절망을 똑똑히 기억하기에, 그 기억에 따른 공포감으로 인해 그는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이상의 내용은 에드워드 헌터라는 기자 겸 CIA요원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쓴 책이 출처이다. 저자인 에드워드 헌터는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이 미군 전쟁포로들을 전향시키기 위해 사용한 수법을 밝히며, brain-washing 즉 세뇌라는 말을 만들어 영어권에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교육에서의 반복 훈련을 두고 세뇌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냥 단순 반복이다. 왜냐하면 반복 과정에서 전달되는 정보나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는 동의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험 답안에 "짱깨는 너무 착해"라고 적으면서 우리는, 반대로, '응 착짱죽짱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복훈련에서는 사유와 의사결정에 대한 자유는 물론 기본적인 자유도 보장된다.



하지만 세뇌는 그렇지 않다.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의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지금부터 챈주 캬루를 생각하지 말아보자. 그럼 당신은 캬루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참 쉽죠~? 진정 어려운 것은 바로 그 생각에 대한 부정이나 이의제기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정과 이의제기를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게 바로 세뇌이다.



롤랑 바르트는 '언어는 두께를 가진다'고 말했다. '언어가 두께를 가진다'는 말은 특정 단어의 의미는 역사적인 과정 속에서 구성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페미'라는 말은 단순히 Feminism의 약어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상당히 비상식적이며 여성의 권익만을 우선시하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냥붕이 아무나 붙잡고 '너 페미지?'라고 물어보자. 아마도 화낼 것이고 그것은 페미라는 말의 두께 때문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뇌라는 말도 두께를 가진다. '세뇌'는 누군가의 생각을 뜯어고치고 다른 생각을 일절 금하고자 한 중공의 야만적인 행위를 그 역사적 과정 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세뇌는 절대 단순 반복이 아니다. 만약 '반복 훈련'이나 '특정 정보의 편향적인 노출'을 지적하고 싶다면 문자 그대로 말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그 단어들이 세뇌와는 달리 남겨두고 있는 가능성, 즉 눈앞의 주장이나 정보와는 다른 생각을 해볼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것이 어떨까.



"함부로 연탄재 차지마라. 그리고 함부로 세뇌라는 말 쓰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