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재주가 없어 이렇게 썼어 미안.
일단은 푸념글 성격의 글 맞아.
나에 대해
1.지정성별은 남성이고, 여성애자야.
2.20대 중반인데 많은 교대생이 그렇듯 군대는 아직 안 갔어.
3.성격은 상남자 같단 소리 듣고 mbti도 검사하면 estp-a 뜨더라.(마블의 토르 떠올리면 편할 듯)
4.성격과 별개로 고등학생 때부터 문득 내가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5.갑자기 뜬금 없는 얘기 같지만 유치원 때는 또래에 여자인 친구들 뿐이었고,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남성인 친구 비율이 더 적었는데 요새는 비율이 역전됐어.
한 짓들에 대해
1.고등학생 때 그래서 부모님께 그래서 성 정체성 고민을 말해보니까 집에서 쫓아낼 기세더라.
2.되게 친하고 믿는 한 살 어린 친구한테 불안함을 머금고 난 여자인 거 같고, 더 이상 오빠 말고 언니라 불러주면 안 될까 했는데 보수적인 가톨릭이라 그런지 별 수확은 없더라, 그 이후로도 걍 오빠라 부르는 게 영 기분 좋지는 않았어.
3.여목을 연습해서 온라인에선 완전히 여자로 지내. 언니나 누나 소리 듣거나 여자들한테 여자 취급 받으면 특히 기뻐. 한 번은 내가 남자라 해봤는데 사람들은 안 믿고 그냥 보이시한 여자 정도로 여기더라. 그냥 사고 자체가 완전 여자인데 뭔 소리냔 반응도 있었어.
4.오랜 퀘스처너리라 퀴어 모임이 있어. 근데 트젠은 여태 최근에 한 명 본 게 전부라 여전히 정보가 부족해.
5.고등학생 무렵부터 성별을 기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남성으로 안 해도 나한테 손해될 것이 없다면, 여성으로 기재하고 있어.
여기까지 읽으면 그냥 일반적인 트랜스레즈비언인 듯도 싶지만...한편으론 내가 여자나 맞나 하는 의심도 많이 해. 이걸 3개로 나눠서 적어볼게.
젠더 디스포리아가 딱히 없음
1.내 타고난 성격 문제 같기도 해. 우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워낙 밝은 성격이었고, 자존감도 높고 둔감하기도 하고 우울증엔 거의 면역이거든. 딴 사람들한텐 아무리 좆같고 힘든 상황이어도 나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는 소리도 들어봤어. 힘들면 말 좀 하고 센 척 안 해도 된다는 소리도 들어봤고. 근데 내가 힘든지도 그리 잘 모르겠어. 디포가 있는데 무던한 건지, 아님 정말 없는 건지 잘 모르겠어. 트젠이라면 원래 디포에 많이 고통 받는 게 정상 아닌가?
2.성관계할 때도 그래. 여자와 남성기로 관계해도 딱히 자괴감이 없어. 근데 이것도 그냥 내가 워낙 유난히 온갖 감각적인 체험들을 즐겨서 그런 거 같기도 해. 비단 성관계 뿐만 아니라 각종 짜릿한 활동이나 미식 자체를 되게 좋아해.
3.별개로, 난 내 남성기가 사라진다 해도 어떤 아쉬움도 없을 것 같아.
이상성욕 시디 같다는 생각이 듦
1.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머리를 여자들처럼 기르고 다녀. 잘 어울린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그리고 이로 인해 남사친들이랑 목욕탕에 갔는데 나 혼자만 여탕 키를 받는다거나, 택시 기사가 처음에 여자로 보거나 하면 내심 기뻐. 근데 이것도 사실 시디로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2.너무 범죄자 같고 부끄러운 일인데 고백할게. 20살 무렵인가 어쩌다 어려서부터 친한 이웃집 언니네 집에서 혼자 있을 일이 생겼는데, 언니가 장신인 모델이라 한 번 언니 옷을 입어봤어. 그리고 흥분해서 화장실에서 자위를 했어. 이 자괴감 드는 경험 때문에 내가 여자가 아닌 그저 이상성욕을 지닌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도 내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야.
3.그냥 내가 깔끔하게 남자를 좋아했더라면, 윗 내용 가지고 여자라는 성 정체성에 의심을 품을 일은 없었을 것 같은데, 이럴 때마다 여자를 좋아하는 내가 저주스러워.
헌실적인 이유와 결부되었다는 생각이 듦
1.군대에 가기 싫어서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는 생각도 들어.
2.반대로 여지껏 이러한 의심들이 오히려 현실적인 이유과 결부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일단 성전환증 진단을 받고 HRT를 받게 되면, 집에서 쫓겨날 건 뻔하고 기숙사에서도 쫓겨날 것만 같거든. 온갖 좋은 느낌은 아닌 주변 시선을 감수해야할 것이 두렵고, 많은 친구들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무서워. 좋아하는 스포츠 활동도 각종 애로사항이 꽃필 거 같고.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짜 상상도 하기가 싫어.
아무튼 내가 몇 년 간 가진 생각들을 정리해봤고, 이번 겨울은 여유가 없어서 무리고 여름에 부모님 몰래 확실히 정신과에 한 번 궁금해서 진단을 받아보러 갈 거야. 부모님 지원도 없고 내 모은 돈으로 해야지 뭐. 아무튼 길고 재미없는 기록용 글 한 번 길게 쭉 써봤어. 만약 읽고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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