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디스포리아 채널

나는 비수술 트랜스 여성임.

수술은 하지 않았지만, HRT를 1년 반 넘게 해오고 있음.

트랜스젠더라는 개념을 알기 한참 전인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나의 정체성은 여성이지만, 모종의 이유로 남성기를 달고 태어났다고 생각했음. (이후 원인을 알고자 태아의 형성 과정 등도 공부하고 나름 노력함)

결국에는 세포분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해서 여성으로 태어나야 하는데 남성으로 태어나서 이런건가보다 하고 생각했음.

이걸 깨달은게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음.

물론, 이걸 깨닫고 바뀌는건 없었음. 나다운 행동을 하면 항상 조부모님께 혼났기에 본능적으로 이건 어디가서 말하면 안되고 숨겨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임.

그렇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남성의 나라는 페르소나를 만들어 24시간 연기하며 지내게 되었고 덕분에 친구는 온라인 친구뿐이었음.

온라인에서 만큼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수있었고, 혐오발언 들어도 타격도 적고 꼬우면 차단하면 그만인 곳이 인터넷이니까.

성인이 되고 나서 나한테 큰 전환점이 오게 됨.

징병신체검사날, 적어도 여기서 만큼은 남들과 나 자신한테 피해가 되지 않게 솔직하게 적기로 하고 우울증과 성전환증에 대한 것까지 전부 설문지에 작성함.

정신질환 담담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셔 30분 정도를 상담을 했는데, 내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담받아본 경험임.

선생님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첫번째, 숨기고 현역 받기, 두번째, 7급 재검 받고 병원가서 진단서 떼고 상담받기라고 말씀해주심.

그에 덧붙여 지금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도 가족들한테 숨길수있는지 여쭤보니까 뭔가를 깨닫고 재검 판정을 받고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적어도 부모님한테는 말씀을 드렸고, 다행히 부모님 두분 다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시는 직업이다 보니 이해를 해주심. 물론, 트랜스젠더가 뭔지는 잘 모르시니 (아직도 잘 모르시는 듯 하지만) 여러 오해도 있고 했지만.

그렇게 부모님의 지원으로 호르몬 대체 요법도 진행중이긴함.


여기서부터가 핵심인데,

나의 궁극적 목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로 대해지는 것임.

내가 여자라 사람들한테 여자로 대해지길 바라는 것일 뿐, 궁극적으로는 그냥 나로 살고 나로 인정받고 싶은 거임.


난 사회적 여성상과 남성상을 지양하며, 사람들 개개인으로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

여자는 머리가 길고, 키가 작고, 가슴이 크고, 허리가 잘록하고 이런 여성상이나

남자는 머리가 짧고, 날카로운 인상에, 근육이 붙어있고, 키가 크고 이런 남성상을 굉장히 지양하고 타파되어야 한다고 생각함.

나 또한, 사회적 여성상에선 조금 벗어난편임.

스트릿 스타일의 유니섹스 의상을 입으며, 가슴이 크지 않고, 키는 커도 나는 여자고 이게 나인걸? 이라는 생각이 있음.


게다가 나는 성별정정수술을 받을 계획이 없음.

이유는 크게 세가지임.

첫 번째는, 수술을 한다고 해서 나의 근간 (남성의 섹스)가 부정되는 것은 아님.

두 번째는, 수술을 한다고 해서 내가 시스여성이랑 같은 신체가 되는게 아님.

세 번째는, 나중에 과학이 발달해서 자궁이식 수술이 가능해졌는데, 지금의 의료기술로 받은 수술 때문에 자궁이식 수술이 불가능 해진다면?


나는 나의 남성이라는 섹스를 부정하고 싶진 않음.

물론 원망스럽긴 하지. 남들은 겪지 않을 고통을 성장하면서, 성장하고도 계속 겪어야 하는게 트랜스젠더니까.

하지만, 남성기가 있는 나도 나인걸. 나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존중해야 스트레스가 덜함.

어찌보면 정신승리긴 해. 하지만, 이렇게 안하면 뭐 어떡할건데? 수술한다고 시스여성과 같아? 아무리 수술해도 여성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알아야 해. 물론 정말 잔인한 현실이지. 그치만, 사실인걸.


그럼 호르몬 대체 요법은 왜 진행하고 있냐고 물을 수도 있어.

그렇게 너의 남성이라는 섹스를 받아들이면 왜 호르몬 대체 요법을 진행하는지, 머리는 왜 기르는건지.

사회는 유토피아가 아니라는걸 모두가 알거야.

사람을 처음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분류화 하게 되는게 인간이야.

근데 이 사람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을 때 이 사람을 분류화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건 뭘까?

바로 외견이야.

근데 외견만 보고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사회에서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상과 남성상이겠지.

나처럼 여성성과 남성성을 지양하는 사람도 이 과정을 거쳐서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판가름 하게 돼.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성인 나로서 사회에서 어느정도 받아들여지고, 설명 없이도 처음부터 여성인 나로 대해지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사회가 만든 여성상에 나를 맞춰야할 필요가 있음.

그래서 머리를 최대한 기르고, 마스크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근육량은 줄이면서 유산소 운동 위주로 하고, 최대한 여성스러운 의상을 찾아보고, 목소리는 가급적 안내고, HRT를 통해 외견을 어느 정도 맞추고 그러는 거임.


트랜스포비아들이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자신이 알던 것에 반하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네오포비아라고 생각함.

트랜스젠더가 흔한가? 절대 아니지.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 체계에 들어맞는 사람도 아니고, 이질적으로 다가오니 무서울 수 밖에.

조금이라도 이 사람들의 적개심을 풀기 위해서는 이 사람들의 분류 체계에 들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함.

물론 사람을 외견만 보고 판단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님. 본능이니까.


이왕 민감한 주제 꺼낸 김에 화장실 얘기도 해보자면,

성중립 화장실을 굳이 없던 곳까지 세금으로 만들자 이런건 아니고,

성중립 화장실을 최대한 짓는 방향으로 설계하도록 얘기는 했으면 좋겠음.

그리고 트랜스젠더일지라도 성중립 화장실이 없는 경우에는 자신의 섹스에 맞춰서 화장실을 이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함.

트랜스섹슈얼의 경우에는 성전환 후의 성별대로 가면 되겠지?

나의 경우에는 경찰수사 받을까봐 무서워서 일부러 사람없는 때 골라서 남자화장실 사용함.

그러다가 전에 술취한 아저씨가 내가 남자가 맞냐며 확인해본다며 성추행한 경험이 있었음.

그 이후로 진짜 왠만해서는 공중화장실 이용을 안하고 가게 된다고 해도 친구랑 전화로 대화하는척 일부러 목소리 낮게 깔면서 남자화장실 들어감.

그럼에도 섹스에 맞춰서 화장실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분명히 악용하는 사례가 나올것이기 때문임.

지금도 그러잖아. 그냥 변태면서 이성의 목욕탕 가놓고서 자신은 트랜스젠더인데 혐오범죄라며 호소하는 일들.

그렇게 되면 욕은 누가 먹어? 범죄자한테 가야할 화살이 이때다 싶어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로 가잖아.

내가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런 꼴은 절대로 못보겠음.

그렇기 때문에 섹스에 맞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되, 성중립 화장실을 늘리는 방향으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모두가 나와 같진 않을거야.

트랜스젠더라는 큰 카테고리로 묶여있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있을테니까.

절대로 내가 모두를 대변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을 끄적여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