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 요즈음 왜 이렇게 당에서 충성하는 요원들이 없는가?"
 스탈린은 변절한 요원 목록이 담긴 문서를 책상에 던지며 말했다.
 회의장에 앉아있는 자들 모두 그 이유가 스탈린 서기장의 대숙청 때문임을 알고 있었으나, 아무도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계속 이러다간 이 나라 사람들 전체가 자본주의의 돼지 놈들에게 선동될 판인데, 동무들은 대책이 없는가?"
 그의 질책이 계속되자, 한 장교가 손을 들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서기장 동지, 당에 완벽히 충성하는 요원을 양성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요원 양성 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회의장이 술렁였다. 장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고, 스탈린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말은.. 어린아이때부터 요원으로 양성하여 사상무장을 철저히 시키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동지. 어린 시절부터 확실한 사상 교육을 받는다면 언제나 충성하며, 목숨까지 내놓을 것입니다."
 스탈린이 흡족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좋소. 그 작전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서 철저히 지원해줄 터이니, 교육생을 모집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동지!"
 그렇게, 소비에트 연방 고위층들에게 전부 이 소문이 퍼지게 되었다.
 대숙청으로 인해 불안에 떨고 있던 당의 간부들은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거리낌 없이 요원 양성 훈련소에 보냈다.
 빈센트 슈미트도 그렇게 보내지게 된 아이들 중 하나였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모두 독일 공산당 출신으로, 할아버지는 독일 공산당 당대표까지 맡았었다.
 비록 그가 태어난 해 히틀러가 공산당을 해산하면서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소련으로 망명을 떠나왔지만, 그들의 지위가 달라지진 않았다.
 그들은 소련 내에서 꽤 높은 지위를 누렸고, 대숙청도 운 좋게 피했다.
 그러나, 빈센트의 아버지는 이번 기회에 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고, 또 말썽꾸러기였던 둘째 아들을 요원 양성소에 보내면서 자신의 품위까지 지키려 했다.
 그렇게 빈센트는, 불과 6살때 양성소로 보내졌다.
 빈센트는 말썽꾸러기답게 교육 시간에도 무단으로 이탈하거나 떠드는 등, 다른 아이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체력 훈련 등이 있는 날에는 양성소에 있는 누구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면서 그의 능력을 보여줬다.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엄마 손을 잡고 양성소에 처음으로 온 어린 아이는 어느새 성인이 되어 있었다.
 키도 커지고, 근육도 붙었다. 체력 검증에서도 단 한번도 탈락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여전히 보여줬다.
 그리고 여전히.. 교육 시간에는 잤다.
 물론 교사들은 그를 깨우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그는 친구들 사이에 숨어서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
 그가 운동을 하느라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해진 것을 알게된 교사들은 결국 그를 깨우는 것을 포기하고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그는 차차 요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