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네모 자서전 

굳게 믿는 힘(思い込む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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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웰 플레이드 라이제스트로

급전직하, 갑자기 위기가 도래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프로게이머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한 직후였던 만큼, 지금 돌이켜봐도 그 당시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멈춰 서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정해져 있었죠. 누구에게 제안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던 중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의 대표이사인 타니다 유야(谷田優也)씨였습니다.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는 e스포츠 이벤트의 기획, 운영이나 e스포츠 선수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하던 웰플레이드와, e스포츠 방송 제작이나 대회 운영 업무를 하던 라이제스트가 2021년 2월에 합병해서 생긴 회사입니다. 양쪽 모두 e스포츠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회사들이지만, 사업 영역에 겹치지 않는 부분도 많아 두 회사가 하나가 되며 사업 영역도 한층 넓어지게 되었죠.

타니다씨 자신도 원래 격투 게이머로, 저는 프로게이머로서 이벤트나 방송, 대회에 나가면서 그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니다씨에게 팀 리퀴드가 철수한 것, 이를 계기로 스폰서나 매니지먼트 회사도 없어졌다는 것, 거기에 더해 제가 하고 싶은 것, 즉 프로게이머에게 가능한 업무 방식이나 가능성, 은퇴 후 진로라는 과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얘기까지 포함해 숨기는 것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그 후에 "저를 매니지먼트해줄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저와 계약을 맺고 함께해주시지 않겠습니까?"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저를 마케팅했죠.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는 원래부터 이벤트 운영이나 방송 제작 등을 하던 회사였으니 앞으로도 제가 다른 기업과 함께 기획을 제안할 때, 실무 면에서 서포트를 해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타니다씨께서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게이밍 디바이스 판매를 하는 MSC의 게이밍 프로젝트 'M 게이밍'과도 스폰서 계약을 체결. 이쪽도 원래부터 연이 있던 기업과 상담한 후 소개받았습니다.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와의 계약을 발표할 당시의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사회인과 프로게이머 겸업 경험을 통해,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진로 문제를 컨설팅

e스포츠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여 e스포츠 선수를 지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진로에 관한 문제를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네모씨는 지금까지 게임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사회인 프로 e스포츠 선수로 프로팀에 소속된 경험을 통해,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구심점이 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에서는 e스포츠 종합상사로서 e스포츠 대회의 기획, 운영뿐만이 아니라, e스포츠 선수나 방송인 등 다양한 분들의 가치를 최대화하여, e스포츠 시장에서 한층 더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습니다.

이번에 네모씨와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음으로써, 쌍방의 비전 달성이 좀 더 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직후 소속 팀, 스폰서, 매니지먼트 회사 전부가 거의 동시에 없어졌을 때는 솔직히 오싹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업무 방식이나 프로게이머로서의 장래를 고민한 결과,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구체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데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세계,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

웰플레이드 라이제스트와 계약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관계를 맺게 된 것이 사이슌칸 시스템이 새롭게 만든 e스포츠 팀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입니다. 사이슌칸 측이 제 스폰서를 담당함과 동시에 저는 해당 팀에 소속되었고, 나아가 팀 운영 컨설팅에도 참여하게 되었죠.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1장에서 이미 적은 바 있으니 생략하고, 사이슌칸 시스템과 관계가 생기게 된 계기는 이벤트로 구마모토에 갔을 때 건넨 한 장의 명함이었습니다. 프로게이머로서 타 기업 사람과 만날 때는 당연히 명함을 교환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연락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는 사이슌칸 제약소와 사이슌칸 시스템 두 회사의 대표로 있는 니시카와 마사아키씨에게 건넨 명함이 제대로 인연을 이어주었습니다.

사이슌칸 제약소는 배드민턴 실업팀을 운영하는 동시에 프로 축구 팀인 로아소 구마모토, 프로 농구팀인 구마모토 볼터스의 스폰서를 맡는 등, 스포츠에 이해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진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e스포츠의 가능성에도 관심이 있어, 제가 만났을 때에는 이미 자회사인 사이슌칸 시스템에 '르게임 구마모토'라는 팀을 결성해 e스포츠에도 참가하고 있었죠. 다만 해당 회사로서는 새로 진출하는 분야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한편으로 저는 전업 프로게이머로 생계를 꾸리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회사원 경력도 살릴 수 있는 기업 대상 컨설팅에도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1장에도 적었듯 스폰서 기업과 선수의 관계성 문제,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진로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기업이 참여하는 계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양자의 생각이 들어맞아, 선수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e스포츠 사업에 대한 컨설팅까지 포함한 계약을 하게 되었던 거죠.

사이슌칸 시스템은 기존에도 스트리트 파이터 리그의 협찬 기업 중 하나였지만, 2021년부터는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라는 팀을 만들어 그 오너로서 리그에 직접 참전했습니다. 신예 선수도 가입해 팀으로서의 활기도 늘어났고, 팬과 함께 분위기를 북돋는 대회를 개최하는 등 팬과의 교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한 명의 선수로서 팀에 소속되어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e스포츠에서 구마모토를 어떻게 홍보할 수 있을까, 기업과 선수, 게임 커뮤니티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 것인가, 거기에 더해 프로게이머의 업무 방식이나 가능성을 어떻게 개척할 수 있을까 등, 사이슌칸 솔 구마모토와 함께 e스포츠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