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네모 자서전 

굳게 믿는 힘(思い込む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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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게임에서 발견한 '강해지는 방법'


실력을 쌓으려면 커뮤니티에 뛰어들어라

지금부터는 프로게이머인 제가 강해지기 위해 평소에 무얼 하고 있는지 얘기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프로게이머의 생활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 지금 돌이켜보면 사회인으로서 업무를 할 때의 사고방식이나 방법론에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릴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겸업 프로게이머로서 '사회인'과 '프로게이머'라는 두 가지 입장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이미 사회인 경험보다도 프로게이머 경험이 길어졌을 정도죠. 즉 사회인이 되기 전인 학생 시절부터, 게임을 통해 눈앞의 과제를 어떻게 클리어할 것인지, 어떻게 자신의 실력을 기를 것인지, 어떻게 강해질 것인지 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생각해 왔다는 뜻입니다.

게임이라는 세계를 잘 모르시는 분은 "프로게이머는 강해지기 위해 뭘 하는 거지?"라며 궁금해하고 계실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시합에 이기기 위한 정보를 취득하고, 자신의 결점을 극복하며 스킬을 향상하기 위해 반복 연습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일반적인 스포츠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스포츠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대회에 따라 룰이 달라지거나 게임 시스템이 업데이트로 변경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겠죠.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경우 시합은 복수의 라운드로 구성되고, 제한 시간 내에 상대의 체력을 완전히 깎아 KO 시키거나, 자신보다 남은 체력을 적게 만들면 그 라운드에서 승리. 그리고 대회에서 규정된 라운드 수를 먼저 가져오면 시합에서 이기게 되는 것이 기본적인 룰입니다. 여기에 더해 실제 대회에서는 다양한 특수 룰이 지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전인지 단체전인지에 따라서 전략이 달라지기도 하죠.

게임 시스템 업데이트는 게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캐릭터 간의 강약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점차 업데이트를 진행하여 기술이나 콤보 등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캐릭터가 업데이트로 강해진다면 괜찮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게임의 어려운 점입니다. 오히려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약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정보를 얼마나 빨리 깨닫는지, 그리고 업데이트에 맞출 수 있는지가 승부를 크게 좌우합니다.

그러면 이런 정보를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실력자가 있는 커뮤니티에 대담하게 뛰어드는 것입니다.

2장에서, 고등학생 때 나간 '길티기어 이그젝스' 전국대회에서 지고 난 이후 처음으로 분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제 거점인 오쿠보 알파 스테이션이라는 게임 센터에서만 게임을 플레이했죠.

하지만, 전국대회에서 지고 난 후 "좀 더 강해지고 싶어"라는 욕망에 불이 붙은 다음부터는 신주쿠 MORE 등, 다른 게임센터에도 적극적으로 발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당시 MORE는 1회 50엔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신주쿠에서는 저렴한 게임센터였는데, 그만큼 사람도 많아서 기껏 게임센터에 가도 정작 게임은 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실력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었기에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MORE에서 괜찮은 승률을 거둘 수 있게 되자, 다음에는 치바현 후나바시에 있던 '게임 후지 후나바시'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이곳은 '길티기어' 랭킹 배틀을 개최하던 게임 센터로, 투극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카큔(kaqn)씨가 점원으로 일하고 있었죠. 카큔씨와 대전할 수 있길 바라며 가끔씩 다니곤 했습니다.

어떻게든 실력자들이 있는 곳이 직접 뛰어들어 본다. 그러면 대전은 물론이고 얘기를 나누면서 늘 반성할 점이나 부족한 과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사회인에게도 통용되는 얘기죠. 실력이 있는 사람, 생각이 깊은 사람과 같은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면 엄청나게 공부가 되는데다, 자신이 품고 있는 고민이나 과제를 그들과 상담하면 바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보이게 된 경험, 한 번쯤은 해보시지 않았나요?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에 뛰어드는 건 무서워"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 마음도 분명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죠. 게임 센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상당히 '성가신 놈'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임 센터를 예로 들자면, 가게에 다니면서 "그 녀석, 항상 여기 있네"라는 느낌으로 서로 얼굴을 기억하게 되고, 게임에서 상대가 이기면 "아, 그 녀석 강해졌구나"라면서 인정하게 됩니다. 이는 회사에 새로 들어갔을 때나 부서나 프로젝트에 참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말을 거는 것은 무리더라도, 처음에는 그 장소에 같이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눈이 맞으면 얘기를 걸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전하고, 담당한 업무에서 확실하게 결과를 내는 등, 단계적으로 나아가면서 서서히 익숙해지는 거죠.

커뮤니티의 좋은 점은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입니다. 게임이든 일이든 잘 하는 사람의 행동을 보면 대략적인 이미지를 구상할 수 있고, 그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해보고 직접 시험해보는 것은 어느 일에서나 유효한 방법입니다. 사람들 중에는 초보자나 후배에게 가르쳐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잘 듣는 것도 중요하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 몰두하는 일에 흥미를 가져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누구에게나 기쁜 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 신나게 얘기를 해 주게 되죠. 커뮤니티의 가장 큰 이점은 그런 사람을 발견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같은 테마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게임도 업무도 재미가 배로 늘어나 좀 더 열심히 즐길 수 있게 될겁니다.

여기까지는 정보 수집 얘기를 주로 했습니다만, 그와 병행하여 스킬을 올리기 위해 연습도 필요합니다. 연습의 기본이 되는 것도 커뮤니티 사람들과의 대회나 시합이죠. '스트리트 파이터 V'의 경우에는 게임 내에 'CFN(캡콤 파이팅 네트워크Capcom Fighting Network)'라는 분석툴이 있습니다. CFN에서는 자신이 대전한 리플레이 영상은 물론이고 특정 플레이어를 검색해 그 사람의 리플레이도 볼 수 있습니다. 화면에는 어떤 조작을 했는지 알려주는 키 로그도 표시할 수 있어 실력자의 플레이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죠. 이러한 툴도 활용하며 자기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대책을 생각하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의식하면서 연습을 반복합니다.

다만 마구잡이로 연습을 하면 아무리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수 밖에 없죠. 격투게임은 강해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고, 특히 회사원 생활을 하던 무렵에는 좀처럼 연습 시간을 확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의 승률을 보며 특히 잘 이기는 캐릭터, 특히 많이 지는 캐릭터를 분류하고 많이 지는 캐릭터를 철저히 공략하는 방법을 취했습니다. 승률이 좋은 캐릭터와 계속해서 대전을 한다면 그 캐릭터 상대로 점점 더 강해지게 될 수는 있겠지만, 제가 약한 캐릭터를 만났을 때의 승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약한 상대에 대한 대책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제가 약한 캐릭터를 쓰는 플레이어에게 직접 연락해 대전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파링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격투게임 플레이어끼리는 라이벌이지만 동시에 동료이기도 하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합의 치열함과는 별개로 서로 흔쾌히 대전을 받아주는 문화가 있죠. 이는 격투게임 커뮤니티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