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국방일보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시리즈에 국산 텅스텐 날탄 관련 일화가 연재된 적이 있음. 무직백수라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남아돌아서 정주행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어서 찾아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봤음.


1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812/1/ATCE_CTGR_0020050085/view.do

2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819/1/ATCE_CTGR_0020050085/view.do

3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826/1/ATCE_CTGR_0020050085/view.do

4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902/1/ATCE_CTGR_0020050085/view.do

5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909/1/ATCE_CTGR_0020050085/view.do

6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923/1/ATCE_CTGR_0020050085/view.do

7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0930/1/ATCE_CTGR_0020050085/view.do

8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007/1/ATCE_CTGR_0020050085/view.do

9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014/1/ATCE_CTGR_0020050085/view.do

10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021/1/ATCE_CTGR_0020050085/view.do

11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028/1/ATCE_CTGR_0020050085/view.do

12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111/1/ATCE_CTGR_0020050085/view.do

13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118/1/ATCE_CTGR_0020050085/view.do

14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125/1/ATCE_CTGR_0020050085/view.do

15편 -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20031202/1/ATCE_CTGR_0020050085/view.do


11편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옴.


(전략)

열화우라늄 소재는 텅스텐 중합금보다 관통력 면에서 10% 가량 우수하다. 전차의 장갑에 적당한 충격이 아닌 반드시 관통해야만 하는 대전차 철갑탄에서 이것은 대단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리 매그니스(Lee Magness)박사는 열화우라늄과 텅스텐 중합금의 이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셀프 샤프닝(self - sharpening)과 머시루밍(mushrooming)이라는 현상을 통해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열화우라늄과 텅스텐 중합금의 구성원소(텅스텐·니켈·철)는 각각 열을 전달하는 열전도도(熱傳導度: thermal conductivity)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인데, 열화우라늄의 열전도도가 28인데 비해 텅스텐은 174, 철은 78.2, 니켈은 88.5다. 열전도도가 낮을수록 셀프 샤프닝은 더 잘 일어난다.

〈그림〉은 열화우라늄 관통자와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가 각각 목표물에 충돌할 때 그 끝 부분의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열화우라늄 관통자는 목표물에 충돌한 후에도 그 끝이 뾰족하고 직경도 작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열화우라늄 관통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 즉 스스로 날카로워지는 셀프 샤프닝 현상에 의한 것이다.

관통자가 목표물에 충돌할 때 마찰력에 의해 열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열은 밖으로 전달되면서 소멸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열전도도가 낮은 열화우라늄 관통자의 경우 이 열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관통자 끝, 국부적인 곳에 계속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이 열에 의해 국부적인 곳이 계속 연화(softening)되는 국부적 변형(localized deformation)을 보다 잘 일으키기 때문에 관통자 끝 부분을 뾰족하게 유지하게 되는 셀프 샤프닝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면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는 목표와 충돌할 때 그 끝이 전체적으로 변형돼 버섯 모양과 같이 되고 만다. 이같은 머시루밍 현상이 발생하면 결국 관통자와 목표물의 접촉면적이 늘어나 에너지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일정한 접촉면적을 유지하는 열화우라늄 관통자보다 결국 낮은 관통력을 보이게 된다.

(후략)


 머한 밀리터리 커뮤니티에서는 우라늄 날탄의 관통 성능이 일반적으로 더 높은 이유를 설명할 때 99.9%는 이 기사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 우라늄의 열전도율이 텅스텐보다 훨씬 낮고, 그로 인해 관통자의 앞쪽 끝부분만 계속 데워지다 녹아내리거나 깎이면서 자기첨예화가 일어난다는 식임. 가챈에서도 이렇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고, 나도 어디서 대충 그렇게 말하는 사람 있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음.


 그런데 바로 다음 편을 읽어보면 열전도율과는 전혀 상관 없는 방법으로 텅스텐에 자기첨예화가 일어나도록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전략)

이를 정리해 보자. 일반적으로 표준 크기의 입자 또는 이보다 작은 입자의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에서 버섯 모양처럼 끝이 뭉툭해지는 머시루밍(mushrooming)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그림 1〉처럼 충돌시 크랙(crack:금·틈)이 텅스텐 입자 내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텅스텐과 텅스텐 입자의 계면 사이 또는 텅스텐과 기지상(基地相)의 계면 사이를 따라가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입자가 일정 크기로 더 커지면 크랙이 텅스텐과 텅스텐의 계면 사이로 따라가다가 〈그림 2〉처럼 입자 내부 자체로 침입하게 되고 결국 더 작고, 더 많은 크랙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바닥에 떨어진 유리처럼 깨진’ 듯이 된 텅스텐과 기지상은 충돌시 변형되는 관통자 첨두 부위에서 더 잘, 더 빨리 떨어져(혹은 벗겨져)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후략)


 입자 크기를 키운다고 열전도율이 낮아지는 건 아니니까 내용에 의문이 들었음. 그래서 찾아보니 11편의 열전도율 부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리 매그니스의 논문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생략한 얘기인 것으로 보임.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0167663694900558

 위 링크가 국방일보 기자분이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논문임. 전문을 보려면 유료 결제를 하거나 교육기관 로그인을 해야 하지만, 그런 거 없이 볼 수 있는 초록만 봐도 벌써 텅스텐 계열과 94% 우라늄+6% 나이오븀 합금은 머시루밍이 일어난다는 문장을 볼 수 있음. (열화)우라늄으로 관통자를 만들더라도 합금 조성에 따라서 자기첨예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임. 6% 차이로 열전도율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지는 않고, 열람해본 본문에는 99.25% 우라늄+0.75% 티타늄(대부분의 실제 날탄이 따르는 조성) 합금이나 92% 우라늄+8% 몰리브덴 합금은 그런 거 없이 자기첨예화 잘만 일어난다고 되어 있음. 참고로 우라늄(28 W/m K) 대비 나이오븀의 열전도율은 2배(54 W/m K) 정도, 몰리브덴은 5배(138 W/m K) 정도니까 오히려 92% 우라늄+8% 몰리브덴 합금은 열전도율 때문이라는 설명에 반대되는 것임. 그러니까 열전도율 하나만 가지고 자기첨예화 여부를 설명하는 것은 오류임.


 '그럼 자기첨예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저 논문의 결론을 최대한 요약하면 '관통자에서 국부적 변형이 더 잘 발생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요인'임. 열전도율도 그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정말 일부일 뿐이고 논문에는 거의 언급도 안 됐음. 사실 자기첨예화가 되는 텅스텐 날탄이 나올 수 있던 것도 열전도율 하나만이 자기첨예화를 결정하는 게 아니니까 머한 연구진들이 또다른 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거겠지만.



참고 자료

Magness, L. S. (1994). High strain rate deformation behaviors of kinetic energy penetrator materials during ballistic impact. Mech. Mater. 17. 147-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