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의 만화산업을 말 그대로 박살 내버린 사건 "정병섭군 자살사건"이

그 당시 우리나라의 문화 검열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데, 

지금 중국의 검열 행보와 비추어 보았을 때 그 목적과 방식이 매우 유사하게 느껴짐.

70년대 초 한국 어린이들은 만화방에 가서 만화 빌려 읽는 것이 낙이었음. 

만화에서 나오는 신조어가 유행어가 될 정도로 만화의 어린이 집단에 대한 파급력은 강력했지.

당시 기성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었고, 심심하면 언론에서 만화의 유해성에 대해 패곤 했음.

그런데 어느 한 사건이 단초가 되어서 만화산업이 뚝배기가 깨지는것도 모자라 분서갱유급으로 사지분해가 되어버림.

사건의 전말은 이러 함. 1972년 1월 31일 오후 5시 경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에 살던 정병섭이라는 학생이 만 12세의 나이에 자살을 해버림.

그 이유인 즉, 자신이 즐겨보던 만화에서 주인공이 죽어도 부활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죽어도 되살아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목을 매달아버린 것임.

당시 정병섭군이 즐겨보던 만화 <로봇 삼국지>

정병섭군은 작중에서 로봇 장비가 죽어도 되살아는 장면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든 것인지, 

누나와 함께 밀린 방학숙제를 마치고 만화를 보다가 그렇게 자살을 해버린다.

당시 유신 직전의 한국 사회에서, 해당 사건은 문화산업에 대한 검열 및 탄압에 아주 큰 빌미를 제공했다.

보통 어떤 나라의 상황이 혼란스러울 수록 내부 또는 외부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서 집권세력의 정당성 유지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음.

지금의 중국도 사상 최초의 국가주석 3연임이 실현되기 직전인 위태로운 상황인것도 당시 한국 상황과 비슷하지.

언론, 평론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무고한 어린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불량 만화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고, 저명한 인사들도 만화를 비판하기 시작함.

결국 정병섭군이 단골로 드나들던 만화가게의 주인들이 구속되었고

만화가, 만화 출판사 사장, 유통업자들이 줄줄이 구속됨 ㅋㅋ

만화 창작과 관련된 69명이 무려 고발조치 되었고, 58개의 만화 출판사 중 절반이 등록 취소됨.

대본소를 단속해서 단 하룻밤 사이에 만화책 2만권을 압수해버리기도 함.

그리고 당시에 70여명의 대본업소 주인들이 즉결심판에 회부되었는데,

그 혐의인 즉, 5원짜리 만화책 몇 권을 본 아이들을 상대로 표딱지를 나눠주고 텔레비젼을 보여준 혐의임 ㅋㅋ

그러면 당시 만화업자들은 어떻게 반응했나?

스스로 "불량만화 불태우기"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똥고쇼를 함.

만화 화형식 ㅋㅋㅋ

만화 보던 아이들도 이러한 사회 여론에 휩쓸려서 다같이 만화를 향해 침을 뱉기 시작함.

정병섭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나쁜만화 안 보기 운동"이 펼쳐졌고

어린이들도 "절대 만화가게에 안 가겠다" "만화 볼 돈으로 저축한다" 등의 결의를 함.

그렇게 각 학교 운동장에서는 수만권의 만화책이 화형당했다.

당연히 공중파 방송에서도 만화영화 방영을 대폭 축소했고, 

아침방송의 경우 만화영화의 90%가 사라졌다. 

MBC는 <뽀빠이> 한 편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종영해버렸음.

그렇게 "만화 = 불량"이라는 이미지는 그 후로도 쭉 이어져, 70년대를 지나 80년대에 이르러서는 

만화 등의 간행물을 다루는 "도서잡지윤리위원회"에서 만화 창작에 엄청난 간섭을 했음.

가령, 어린 남녀가 함께 있는 장면 --> 검열

판자집 가난한 생활 --> 그리지 마

국군이 전투에서 패배 --> 그리지 마

이놈, 저놈 수준의 욕 --> 삭제 해

이런 기조는 199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완화되었는데, 이미 시장 자체는 뒤진 지 오래였음.

작가들은 이미 검열이 내재화 되어서 스스로 "이거 그려도 괜찮은가?"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경쟁력을 잃은 국내 만화산업은 2000년대 일본 만화 등의 수입 승인으로 다시 한 번 관짝에 들어감.

그 이전까지는 일본 문화 전체, 즉 소위 '왜색이 들어간' 모든 것들은 수입금지 대상이었다.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소위 문화 정화운동도, 결국 목적은 자신들의 집권 정당성 강화에 지나지 않고,

그에 동조하는 업계의 행태도 우리나라 70년대 이미 보였던 상황이다.

그대로 간다면 중국 문화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떨어질 테지만, 전세계에서 씹트롤중인 PC충들의 활약을 생각하면..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요약하자면, 

1. 지금 중국 상황은 한국 70년대와 비슷하다.

2. 우리나라도 저런 검열의 시대가 있었다.

3. 그런데 중국은 21세기에 저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