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추석 등 명절이라고 하면

가족 혹은 친구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느라

챈에는 손이 안 가겠지만


안 그런 원붕이도 있겠지.







어서와라.


오늘은 생선 이야기를 해 보자.




저번 해등절에 뿌린 이벤트 레시피 중에



이런 요리가 있는데,


이름은 '풍요로운 한 해'


설명을 읽어 보면

생선회다.

리월 생선회다.


여기서 중국 음식에 좀 견문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텐데,


중국에선 회를 먹지 않아.



다리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걔네지만

생선이든 고기든 완전 날로 먹는 음식을 찾기는 의외로 정말 힘들어.

신선하게 먹는 야채 등의 반찬도

물이나 기름에 최소한은 데쳐서 먹는 습관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거든.


하지만 기록을 뒤져 보면

중국에서 과거 회를 먹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인기 있는 음식이었단 기록은 많이 찾아볼 수 있어.



가장 대표적으로 논어(論語)에서

공자의 생활 방식을 다룬 향당(鄕黨)편의 8절.


"食不厭精(식불염정)하며 膾不厭細(회불염세)러시다"

-밥은 도정한 쌀로 한 것을 꺼리지 않으셨으며, 회는 가늘게 썬 것을 꺼리지 아니하셨다.


공자의 식생활에 대한 묘사의 맨 첫번째 문장이

밥, 그리고 회에 대한 것이었어.

당시에 회가 별난 사람들만 먹는 희한한 음식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담담하게 서술하지는 않았겠지?



까마득한 옛날에 회는 이미 

밥 바로 옆에 놓을 수 있는 당당한 식탁의 메뉴였으며,

사람 따라 취향을 챙길 만큼 조리법도 체계화 되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또한 범엽의 후한서(後漢書) 방술열전(方術列傳)의 내용이며

삼국지연의에도 소개되어 유명한 내용으로



조조가 도사인 좌자(左慈)를 만났을 적,

자신은 구할 수 없는 송강(松江)의 농어회를 먹고 싶다 말하자

좌자가 그 자리에서 낚싯대를 던져 농어에 생강까지 갖다 주었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있어.


이외의 일화들은 꺼무위키든 어디든 여럿 나와 있으니

나중에 심심풀이로 뒤져보길 권하고,


아무튼 중국에서도 옛날에는 회를 잘만 먹었다고 하는 게 중요하지.



그러던 게 대충 명나라 시대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레시피와 식습관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는데,


현재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가설은 존재하지 않아.

다만 거대 도시가 발달하고 공공위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익히지 않는 음식이 국가 주도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해 볼 뿐이지.


뭐 그건 그거고



미호요가 아무 생각 없이 회를 꺼내왔을 리 없겠지.

전부터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의 향토 요리가 많이 소개가 되는 느낌이니까.



딱 설날 무렵에 열리는 해등절인 만큼

테마는 신년.

그리고 한국의 구절판처럼 다채로운 고명을 함께 먹는 점이 특징이지.


찾아보자.



찾았다.



중국 광둥 지방으로부터 유래하여

지금은 싱가포르와 말레이 지역에서 새해맞이로 먹는 요리.


어생(위솅, 魚生)이 그것이다.



지금은 연어의 인기가 압도적인 만큼 그걸로 만드는 게 보통이지만,

요리사의 재량과 손님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생선도 쓴다고 해.



다만 현지에서 이 위솅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으로,

본래 중국 일부 지역의 향토 요리가 이쪽으로 전래되고,

이후 본토의 레시피는 소멸해 버리면서 본의 아니게 종주국이 되어버린

웃기면서도 씁쓸한 사연이 있다고 해.





아무튼 이것도 그냥 막 먹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던지듯이 높이 들어 올리며 섞어 줘야 

복이 들어온다고 하는 모양인데,



와...


뭐 그래서

오늘의 주제인 '풍요로운 한 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진데

이대로 끝내긴 섭섭하니까 뇌절을 해 보자.



중국의 회는 겉핥기긴 하지만 지금까지 알아봤고

일본의 회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유명하지.



그렇다면

한국의 회는 어떨까?


연재를 쉬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조사해 보았는데,

완벽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두 나라의 회 문화에 대해 가닥은 잡을 수 있었어.



우선 일본의 사시미(刺身)는 '생선 본연의 맛'을 특히 중시해.



무사들의 집단이 권력을 공고히 한 가마쿠라 막부 이래

그들이 신봉하던 선종불교의 영향으로 음식에 사치를 부리는 것은 엄격하게 다스려졌어.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미식을 추구하게 마련인 인간은

진귀한 재료나 향신료 대신

그들은 재료의 맛을 극한으로 이끌어내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어.



육질이 단단한 복어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혀끝으로 근육의 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두껍게 썰었고



살점에서 아련히 배어나오는 기름기와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를 뜨기 전에 숙성시키는 선어(鮮魚)기술을 일찍부터 발달시켰지.



이런 노력이 오로지 '생선'을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인

지금의 일본 사시미를 만들어내게 된 거야.



한편 문헌 등으로 찾을 수 있었던 한국, 특히 조선 무렵의 어회(魚膾)는

일본의 사시미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지.



우선 선도는 근육의 질감이 가장 빳빳하게 살아있는 활어를 기본으로 하며

딱딱하게 느껴지지는 않도록 가늘게 썰었어.



이런 질감을 좋아해서인지 뼈째 썰어먹는 웅어나 은어, 전어회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는데

 

이런 형태의 회는 일본에서 유래한 세꼬시(背越し)에서 기원한다는 해석이 현재 지배적이지만

세꼬시 회가 본격적으로 유행을 한 1990년대보다 훨씬 이전



조선시대 광해군 무렵에도 선조들이 이런 형태의 웅어회를 즐겼다는 기록을 보면

위의 해석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건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추가로 생선 자체의 맛에도 조선의 어회는 손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았어.


음식디미방, 시의전서, 왕실의궤등의 문헌을 찾아 보면

종이나 천을 이용해 기름을 빼거나

반대로 참기름 등의 식용유를 발라 풍미를 더하고,

장과 고명으로 양념하는 것은 기본

겨자나 계피, 산초 등의 향신료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첨가하여 조리하였다는 걸 알 수 있어.

(참고논문 조선시대 어회 조리법에 대한 문헌적 고찰)


또한 회를 찍어먹는 장 역시 오늘날 유명한 초고추장은 지위 여하 막론하고 널리 썼고

이외에도 초간장, 초된장, 겨자장, 생강장 등

다채로운 양념을 자유롭게 사용해서 즐겼어.




결국 일본의 사시미가 '생선 본연의 맛'을 중시한다면

한국의 어회는 주어진 생선을 '최대한 맛 좋게 먹는 것'에 집중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



생선은 아니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 중에 정답은 없어.

회를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 먹든

초장에 마늘 땡초까지 듬뿍 얹어 쌈을 싸먹든 

즐기는 건 본인의 자유, 선택이니까.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더 살펴보자면

회를 두껍게 썰어내는 것이 한국 회의 특징이고

사시미는 얇게 썰어 내는 게 기본이라고 많이들 알려져 있는데,



이는 구한 말에 개인 식당을 개업하려던 요리사들이

일본 요리사들에게 사시미 기술을 전수 받았는데


이를 자신들의 기술로 체득하고, 또 재전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반대로 알려진 정보라고 해.

방금도 언급했지만 사시미는 오히려 두껍게 써는 경우가 많아.


또한 곁들이는 양념에 관해서도



'일본 사람들은 와사비 간장만 찍어서 먹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양념 범벅을 해서 회 맛을 못 느낀다.'


이런 말이 이미 조선시대부터 오가고 있었다고 해.

어찌 보면 지금 회에 까다로운 사람들이 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



이 주제에 관해 오래 전부터 조사를 하긴 했지만

지금 본가에서 할 일이 없어서 거의 기억에 의존해 쓰고 있는 탓에

참고한 책이나 자료에 관한 서술이 상당 부분 누락되어 있어.


나도 여기서 언급한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결론을 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냥 적적한 연휴의 심심풀이 정도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요약하자.


1. '풍요로운 한 해' 의 원본은 싱가폴의 회무침 위 솅.


2. 중국에서 회 문화는 오랫동안 사라졌었다. 이유는 몰?루


3. 회는 뭐든지 각자 좋아하는 방식으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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