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아카데미아의 현임 서기관. 왠지 대단한 직함처럼 들리지만, 실은 아카데미아가 거창한 작명을 선호할 뿐이다.
서기관직은 막중해 보이나, 사실 모든 중요한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핵심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저 중요 자료 분류 및 백업만 담당할 뿐, 나설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종이책과 문서를 엄격하게 관리했던 수메르에서는 서기관이야말로 아카데미아에서 가장 많은 것을 아는 자가 됐다. 서기관은 대사서의 역할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는데, 모든 책을 관리하는 대사서야말로 가장 심오한 지혜에 접근할 기회가 있는 자라는 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아카데미아의 현임 서기관 알하이탐은 이상의 모든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ㅡㅡ 그가 누군지 아는 자는 별로 없지만, 정작 그는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수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불필요한 회의에는 결코 참석하지 않고, 회의에서도 꼭 필요한 사항 외에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기록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뿐더러, 이 서기관이 단 한 번의 간략한 회의에서 얼마나 많은 세부사항을 알아챌 수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유능한 사람이 오랫동안 조용히 지내다 보면 심상치 않은 정체나 목적을 숨긴 자로 오해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알하이탐의 존재는 이 모든 시시한 견해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 된다. 그는 매우 우수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수메르에서 안정적인 직업과 양질의 부동산을 가지고 유유자적 살아가는 아카데미아의 평범한 직원일 뿐이다.

평 할머니는 항상 사랑스럽게 웃는 요요를 데리고 다닌다. 리월항 주민들의 눈에 두 사람은 그저 사이좋은 할머니와 손녀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 요요는 평 할머니, 즉 가진낭시진군의 제자이다.
그녀는 진군의 가장 어린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늘 맏이처럼 다른 제자들을 돌본다.
그 때문에 향릉은 종종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왠지 요요가 어린아이 대하듯이 날 돌봐주는 것 같아... 대체 누가 사저인지 모르겠다니까?」
요요는 진군의 제자가 되기 전부터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씨를 지닌 아이였다. 그녀가 선인의 예쁨을 한 몸에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월계」 역시 선인의 물건으로, 류운차풍진군이 직접 만든 것이다. 위험에 처한 요요를 지키는 「월계」의 존재를 통해 그녀를 향한 선인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요요는 똘똘하고 의욕이 넘쳐서, 그야말로 스승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자라 할 수 있다. 비록 아직은 나이가 어리고 배운 지식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웃음을 자아내는 일도 많지만, 훗날 뛰어난 학식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제자를 곁에 두어, 평 할머니는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