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이런 저런 걱정이 많지만 저는 당신이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고 싶어요.

 

 저는 다소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 이곳은 아름다운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봄이 되었어요.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날도 개나리가 활짝 피던 시기였죠?

 

 발을 다쳐서 곤란해 하는 저를 병원에 데려다준 것이 당신과 저의 첫 만남이었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저를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등에 업고 걷던 당신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 것은 당신도 비슷했는지 당신은 저를 등에다 업고 걷는 걸 좋아했죠.

 

 제가 부끄럽다고 내려달라고 해도 당신은 내려주지 않았지만 싫지는 않았어요.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아했죠.

 

 놓치기 싫다는 듯 꽉 잡고 꼭 붙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은 정말로 귀여웠어요.

 

 그러고 보니 저는 몰래 뒤로 다가와서 껴안는 걸 참 좋아했어요.

 

 당신의 숨소리 때문에 이미 눈치챘는데도 모르는 척하고 당해주는 것이 좋았거든요.

 

 그래도 껴안으면서 제 머리 냄새를 맡는 것은 조금 싫었어요.

 

 땀을 많이 흘린 날에도 좋다고 맡아줘서 기뻤지만 그래도 항상 좋은 냄새만 맡게 하고 싶은 것이 여자거든요.

 

 당신은 제게 짓궂은 장난을 많이 쳤죠.

 

 제 꼬리를 갑자기 꽉 껴안거나 옷을 전부 등이 깊게 파인 것으로 바꿨을 때는 정말 화가 났었어요.

 

 그래도 당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미소를 짓고 있었죠.

 

 생각해보니 당신은 제 앞에서는 항상 웃고 있었어요.

 

 제가 기뻐하면 행복하다고 웃었어요.

 

 제가 화를 내면 모습이 귀엽다고 웃었죠.

 

 제가 침울해하면 기분을 풀어준다고 바보처럼 웃기도 했네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고, 그러다 실수하면 부끄러워하며 웃었어요.

 

 기분이 안 좋으면 더 밝게 웃고 아픈 날에는 저를 안심시킨다고 웃고 다녔죠.

 

 당신의 웃음은 제게는 언제나 아름다운 보석 같았어요.

 

 억만금을 주더라도 바꾸기 싫을 정도로 투명하고 찬란하기 빛나는 다이아몬드였죠.

 

 그런데 그런 당신의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어찌나 허망하던지, 눈앞에서 태양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당신이 다시 한번 짓궂은 장난을 친다고, 언제나처럼 슬그머니 제 뒤로 다가와 안아줄 거라고, 바보같이 해맑게 웃으며 일어날 것 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다신 일어나지 않았어요.

 

 굳게 닫힌 눈, 딱딱하게 굳어버린 입꼬리, 창백해진 피부, 어느 것 하나도 평소의 당신으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뺨을 만져보았을 때,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차갑게 느껴지는 당신의 피부에서 저는 더 이상 당신과 제가 같은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후회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거든요.

 

 나도 한번 당신을 뒤에서 몰래 껴안아 볼걸.

 

 일하고 돌아온 당신의 품에서 체취를 맡아보기도 해볼걸.

 

 당신처럼 장난이라도 쳐볼걸.

 

 당신이 출근할 때 잘 다녀오라고 뽀뽀라도 해볼걸.

 

 당신의 다양한 미소를 사진으로 하나하나 남겨놓을걸.

 

 당신이 좋아하는 제 깃털로 장신구라도 하나 만들어줄걸.

 

 당신과 이렇게 일찍 헤어질 줄 알았더라면, 마지막이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 알았더라면......

 

 갑작스러운 이별에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당신이 떠난 것을 인정하기 싫었어요.

 

 공원에서 당신을 무릎에 눕혀놓고 따스한 햇살을 느끼던 기억이.

 

 저수지 주변을 걸으며 손을 잡고 상쾌한 바람을 느끼던 기억이.

 

 강변에서 돗자리를 깔고 화려한 도심의 야경을 보던 기억이.

 

 겨울에 방안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앉아 서로에게 귤을 먹여주던 기억이.

 

 잠이 오지 않던 밤에 당신과 옥상으로 올라가 별을 보던 기억이.

 

 당신과 함께한 추억이 너무나도 생생한데, 제가 보는 모든 곳에 당신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당신만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희미해 지긴 커녕 더욱 선명해지는 당신의 기억에 마음이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당신을 생각하면 할수록 찢어질 것 같이 아파오는 가슴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당신 생각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제가 괴로워하는 것을 싫어하니까.

 

 당신 때문에 제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엄청 괴로워 할 테니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즐겁게 살기를 원할 테니까.

 

 포기해서는 안 됐어요.

 

 당신의 공백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제가 가는 곳 어디에나 당신과의 추억이 남아있었고, 제 마음은 당신의 흔적을 지우기를 거부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당신의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건 당신을 따라 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당신의 미소를 따라 했죠.

 

 힘들어도, 슬퍼도, 괴로워도, 언제나 웃던 당신처럼 나도 항상 웃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과의 이별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정확하게는 이별 이후의 재회를 기다리기로 했어요.

 

 지금은 잠시 당신과 다른 곳에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제가 당신의 곁으로 찾아갈 것이니까, 기다린다면 그 무엇보다 반짝이던 당신의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찰나의 이별에 슬퍼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렇기에 저는 잠깐 당신을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했어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땅속에 묻는 타임캡슐처럼, 재회할 그 날이 다가올 때, 풀어보기로 다짐하면서 당신에 대한 모든 마음을 잠시 숨길 것이에요.

 

 그리고 당신을 다시 만나는 그날, 당신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하나씩 풀어보면서 그 무엇보다 예쁘고 반짝이는 미소를 짓고 당신에게 달려 갈게요.

 

 그러니까 당신도 저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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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반려를 떠나보낸 키키모라는 이런식으로 마음속의 편지를 그에게 보내지 않을까?

반려와의 이별에 괴로워하지만 언젠간 다가올 재회를 기다리며 절망을 극복한 키키모라가 어딘가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써봤읍니다.

아 아오자이 입은 키키모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