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글 모음


그녀는 나의 옆집에 살았던 여자아이였다.


우리는 시골 마을에서 자랐던지라, 내 또래의 친구는 그녀밖에 없었었다.


부모님들이 밭일을 나가셨을때, 내곁에는 너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수 킬로미터 떨어진 학교로 향하는 등굣길에도 너와 함께였기에 힘들지 않았다.
아플때도 너가 내 곁에 있었기에, 나는 다시 기운을 차릴수 있었다.


내가 알던 세상에는 너뿐이였고, 아마 너도 그러했을 것이다.
매일 밤, 너와 함께 별을 헤아릴 때면, 나는 너와의 일상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내가 중학교에 진학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내가 살던 마을 근처에는 중학교가 없었기에, 나는 부모님에게 이끌려 도시로 가게 되었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이삿짐이 실린 트럭 옆에서 가기 싫다고 울던 나에게 너는 울지 마라고 웃으면서 나를 위로해 주었다.


달리는 트럭 안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너를 뒤돌아보며, 나는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도시에서의 삶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길거리에는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갔으며, 학교는 아이들로 붐볐다.

나의 세상에는 점점 새로운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잊고 지내던 너를 다시 만난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기 전에 그냥 한번 찾아가본 고향에서였다.


못 본 사이에 매우 아름다워진 너는 항상 함께 놀던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너는 나를 보자마자 나를 알아보고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너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고향에서 지낸 시간동안, 우리는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행복했다.
고향은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고, 하늘을 수놓은 별 또한 변치 않았다.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은 것만 같았다.


너는 내가 여기에 계속 머무를 줄 알았나보다.
내가 떠나려고 하자, 울면서 날 붙잡은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우는 너를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나는 복학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너와 함께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덧 진짜로 떠나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너는 이번에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너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그말을 끝으로,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당황해서 너에게 대답하지 못했다.
다시 도시로 돌아간 뒤에도 나는 계속 그런 상태였다.


내가 계속 시골에 살았었더라면, 나는 아마 너와 결혼했을 것이다.
혹은 그게 아니라 고향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너와 계속 교류했더라면 나는 너에게 나도 너가 좋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와 오랜 기간 단절되어 있었었고,
너는 나에게 옛 추억속의 사람일 뿐이였다.


게다가 나는 너를 잊고 지냈었다.


나는 너를 기억 뒤편으로 밀어놓고 살았다.


시골 생활이 몸에 익어 도시 아이들에게 놀림받던것 때문에 나는 나의 옛 세상을 흑역사로 치부해 버리고 지워버리려고까지 했었다.


나는 너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그냥 너는 추억속의 인물일 뿐이다.


그렇게 잊고 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뭔가에 홀린듯 주말 아침이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왠지 모르게 버스에서 내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그리고 다시 돌아갔다.


너를 다시 보는게 두려웠던것 같다.


모든것이 있는 지금 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던 깜깜한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두려웠던것 같다.


어느 금요일 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너가 갑자기 생각났다.
너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때에는 외롭지 않았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밝은 빛들 때문인지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세상은 밝지만,
너가 있는 세상은 깜깜하다.


여기는 불빛도 밝고, 사람들도 많지만,
그곳은 불빛도 없고, 인적도 거의 없다.


여기에서라면 내 미래는 밝겠지만,
그곳에서는 내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다음 날, 계속 그래왔듯이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달릴수록 창밖은 별들이 많아진다.


고향 마을의 정류장에서 내린다.


달려간다.


두드린다.


너를 본다.


이제는 말한다.





나도 너가 좋다.







(처음 써보는 거임 잘 못써서 미안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