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림표--







화창하고 맑은 어느날, 멜브리아의 둥지 속, 두사람의 침실 안.


"........"


나는 침실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있다.


흠...드래곤이 생각하는 최고의 약점은 개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자신에게 역린이 되는 한 부위가 정해져있다...라.


"제롬..책은 그만 읽고, 빨리 이리 와줘. 나 심심해."


멜브리아는 남에게 보여주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나에게는 자주 어리광을 부리는 소녀같이 행동한다.


내유외강이라는 말은, 멜브리아를 위해 존재한다 말해도 나는 믿을것이다.


"제로옴~ 나좀 봐달라구~"


내 뒤로 다가와 그 커다란 가슴을 내 머리에 끼우고, 내 관심을 끌려한다.


...또 옷을 안입고 있군. 왜이렇게 내 말을 안들어주는거야?


"후헤헤..어때. 엄청나지?"


이성을 잃었던 그때처럼 웃으며, 그녀가 가슴으로 내 머리를 꾹 누른다.


예전이라면 이런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흥분해 달려들었을지도 모르지만..


".........."


목줄이 걸렸던 지난 일주일을 겪고 나니, 이런 애교는 그저 귀여운 수준이 되어버렸다.


"아응...❤️"


나는 페이지를 넘기고, 그녀의 젖꼭지를 잡았다.


...또 발정해있는 모양이다.


분명 나는 의자에 앉아 독서를 시작하기 1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의 몸 속에서 끓어오르는 육욕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계속해서 상대해주다, 지쳐서 숨을 고르던 그 만족스런 얼굴을 보고나서 이렇게 독서를 시작한거였는데.


"...어째 시간이 갈수록 성욕이 왕성해지기만 하는것같네."


"그...그치만....아으...❤️"


멜브리아가 움찔거리며, 내 손가락의 감촉을 느끼고 있다.


그녀의 꼬리가 내 팔을 휘감았다.


".......❤️"


"하아......"


그녀와의 이런 생활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이렇게 몸을 섞기만 하는건...너무 기둥서방 같지않나...?


"제롬...❤️ 나....못참겠어...❤️"


그녀가 나를 재촉하며,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책을 덮고 일어서 침대로 향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저기..멜브리아?"


"...응...❤️"


"...나 좋아하는거 맞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아~❤️ 당연히 좋지❤️...너는 내 소중한 보물인데❤️"


그녀가 나를 침대로 밀쳐 눕히고는, 홍조를 띈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그건 맞지. 나도 멜브리아가 좋다. 나는 그녀의 보물이고, 그녀도 내 보물이다. 우리는 서로가 너무 좋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나를 좋아하는걸까? 아니면 내 몸이 좋은걸까?


"....혹시말야, 멜브리아는... 내 몸이 좋아서 나를 좋아하는거야?"


".....응?"


내 말을 듣자, 그녀가 흠칫 놀라며 내 얼굴을 바라봤다.


"아니 그니까...... 항상 이렇게 매번 달려드는걸 보면 네가 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저 기둥서방으로써 나를 좋아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거ㄷ..."


머릿속에서 가볍게 생각하던걸 그대로 입 밖으로 꺼내고 있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을때, 나는 아차싶어 말을 끊어버렸다.


".................................."


멜브리아의 눈에 눈물이 맺혀, 당장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나를 보고있었기 때문이다.


"제롬은....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아니...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나랑 같이 붙어있는게 싫어?"


"그...그건 아니고.."


"그럼. 뭐가 문제야?"


"어......."


아 씨발.


"어.....어어어.......그...그니까... 그..."


다 알고 있으면서 그딴 말을 하는건가? 나는 병신인가?


".......저번 일주일도, 엄청 싫었던거네?"


"아냐 아냐...그렇지 않아. 좋았어. 좋았는데.."


"....또 내가, 너무 집착한거야?"


"아냐아냐..아냐..."


아... 큰일났다.


"...아닌데...왜 그런 말을 해?"


멜브리아의 눈에서 눈물이 툭 툭 떨어진다.


하아...제롬...이 병신새끼..


"....흑...으에에엥...."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굉장히 여리다. 정말, 엄청나게.


나를 둥지에 쌓인 보물더미들보다 더 사랑하는 만큼,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크게 상처를 입고 이렇게 울어버린다.


그래서 항상 그녀에게 말을 할 때엔 매번 두번 세번 생각하고 또 주의하며 말을 해야 한다.


드래곤인 특성상, 드세고 자존심이 강하지만, 나를 너무나도 아껴주기 때문에, 내게는 언제나 약한 모습만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최강의 내유외강이다.


아마 이것이 그녀가 가진 본성이겠지.


"으으아아아아....제롬...미안해....내가....내가 잘못해써어어....."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엉엉 울면서 꼬리로는 내 발을 살포시 휘감았다. 저번처럼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그녀만의 저항이다.


내 멍청한 말실수로 그녀를 울린건, 이걸로 세번째인것같다.


첫번째는 실수, 두번째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세번째는...모르는거면 병신인거고, 일부러면 나쁜새끼인건데... 나는 아무래도 병신인것 같다.


"아냐...아냐...미안해 멜브리아...말실수를 했어...정말 미안해.."


나는 그녀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그녀를 꼭 안아줬다.


"우에에에엥....왜 그렇게 말하는거야아....나....나는...그냥..."


"그래...너는 그냥 내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였는데...그치?"


"우에에엥....알면서 그런 말 하지 말란말야아..."


"그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잖아...진짜 미안해..."


"흑...흐흑...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으면서...그 뒤로 두번이나 더 그랬자나아아..."


드래곤은 자기가 얻은 모든 보물의 숫자와, 그것이 시장에 팔면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혹은 미래에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모두 기억하고 알고있을 정도로 특출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모든 용이 가진 공통점이며, 그것은 이성을 되찾은 멜브리아 또한 마찬가지다.


내 말에 상처를 입은걸 분명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을거다.


"흐아아아앙..."


그녀가 내 품에 안겨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과거에 했었던 두번의 말들이 기억나는 모양이다.


이럴 때는 그냥, 계속 꼭 안아주고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는 수밖에 없다.


"미안해....정말 미안해...."


그리고, 용서해줄때까지 사과하는거다.


"제롬....너무해...흑....진짜 미워...으아앙..."


"미안해....진짜 미안해...울지마.....너는 잘못한거 없으니까..."


우는 아이의 침대 밑에서는, 상처받은 아이를 쓰다듬고 보듬어주는 오우거의 아종이 튀어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래서는 마치 내가 그 소문의 이종족이 된것같다.


이름이....'부기' 였나?


"흑...흐흑...훌쩍..."


입고 있던 로브가 그녀의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갔고, 그녀의 꼬리는 내 허리를 상냥하게 휘감았다. 마치 곰인형을 품에 안은 여자아이처럼.


"미안해...내가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줘..."


나는 머릿속에 큰 바위를 끌로 내려쳐 글자를 새기는 상상을 하며, 오늘의 이 일을 다짐했다.


멜브리아를 향해서 말할때는 두번 세번 생각하자. 나는 상상 속의 바위에 이렇게 글을 새겼다.











"훌쩍...훌쩍.."


드디어 멈췄다. 이제 용서를 해줄 마음이 생겼..


"....제롬."


"응."


"....정말 미안해?"


"그럼. 미안하지."


"...정말이지?"


"응. 이제 그런 말 안할게. 절대."


"...약속한거야?"


"응. 약속할게."


"...후헤헤.."


그녀가 허리에 휘감은 꼬리에 힘을 주고, 나를 눕혔다.


"....미안하니까, 말하는거 들어줘. 할수 있지?"


".......응.."


"......싫어?"


"아냐 아냐! 싫기는 무슨!"


"헤헤헤...❤️ 나도 좋아."


그녀는 항상 울고나면, 어린 여자아이가 이야기하는것같다.


이런 순수한 면은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하응...❤️ 제롬...나, 제롬을 보니까 또 아랫배가 울려...❤️"


너무 넘치는 이 성욕만...어떻게 해줬으면.....정말.... 정말 완벽한 아내일텐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겐 말 못할 독백을 흘려보내고, 또다시 그녀와 격렬하게 몸을 섞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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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나 애기쥬래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