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인 크름타타르어로 크름(Qırım)이라고 읽어서 그렇습니다. 음성학적으로 크름 타타르어의 ı 모음은 후설평순고모음이라고 하는데, 한국어의 '으' 모음과 똑같은 소리가 납니다.
크림이라는 표기 자체가 인도유럽어족 계열인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로 으자 모음이 없기 때문에(러시아어 ы 모음은 한국어의 '의'와 비슷하다고 하나, 음성학적으로 매우 다르며 표준 한국어에는 없고 화자에 따라 이런 조음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튀르크어의 '으' 모음을 키릴 문자로 ы로 표기하는데 이걸 한국어로 표기하기에 매우 애매한 음이기 때문에 '이' 모음으로 뭉뚱그려서 크림이라는 표기가 정착된 겁니다.
돈바스 전쟁부터 현재진행중인 러시아의 침공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크름의 원주민 격인 크름 타타르족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크름 반도라는 표기가 쓰이는 건 끼예프(러시아어)와 키이우(우크라이나어)의 관계와 다르지 않습니다. 크름반도와 돈바스 일대를 강점하고 러시아의 영토라고 우기는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군의 만행 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로 언론사 공식 보도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지명들이 기존의 러시아어 식 표기에서 우크라이나어 발음 표기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