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절검록 비주얼 노블 버전


앞에서는...


1-5

완승




탁, 타닥, 탁, 타닥...


발굽 소리가 다시 울리고, 바퀴가 앞으로 굴러간다.

검을 든 남자들이 빽빽이 둘러앉아, 상단의 인마와 금은을 호위하고 있다.

모든 것에 변화가 없었다; 모든 것이 뒤집혔다:

상인이 노예로 전락했고, 강도가 그들의 주인이 되었다.

뜨거운 모래 위에 있는 장화, 밑바닥의 희미한 열기가 발로 전달되었다.

발을 딛는 곳마다 조금씩 가라앉아, 무게중심이 흔들리고, 대지에 끌려가는듯했다.


"노응"에게 있어 이 느낌은 항상 선혈로 물든 나찰국의 눈밭을 생각나게 했다.

"노응"은 눈밭을 증오한다.

대승을 거둔 "노응"은 무표정했다, 음침함이 마치 방벽처럼 그의 주위를 두르고 있었다: 바깥은 축하를 하는 산적들, 내부는 탁한 침묵만이 있었다.

그의 심정은 매우 좋았어야 했다, 오늘의 장사는 매우 아름다웠고, 대성공이었으니까.

노략한 상품 가치는 은전 수만, 빠르게 빼돌린다 해도 은자 7, 8천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포로로 잡은 성인 남녀 아홉 명, 이중 수명은 상등품이어서, 백회의 노예상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적지 않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기쁜 것은, 바로 형제들의 실력이었다,

그가 막 금사단을 받았을 때 하곤 비교도 되지 않았다.

이번의 상단은 비록 매복에 걸렸지만, 경호원들은 그들의 책무를 다했다;

순간 당황한 후, 그들은 빠르게 병력을 재정비하고, 완강한 저항을 전개했다.

─"노응"은 마음에 들었다.

"노응"은 상대가 저항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도전에서 쾌감을 얻고, 인간의 존재 의의를 찾는 사람이다.

적수의 저항이 강렬할수록, 훈련의 가치도 높아지니까.

승리의 의의는, 바로 끊임없이 높아지는 가치 속에서 최고의 만족을 찾는 것─

─북국의 백설 속에서, 그는 이미 만족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인정했다.

─그는 가족과 전우가 목숨을 잃은 곳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조정을 새로운 전장으로 삼아 위세를 계속 떨치려 하였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후, 새로운 [전우]는 그를 버렸다. 그를 수없이 꿈에서 깨웠던 것은 고통과 후회가 아닌, 나찰귀와 생사를 다투는 시간이었다.

─유배된 군에서 그를 구출한 것은, 오히려 그가 버렸던 충성스러운 부하였다.


그때부터, "노응"은 그의 인생이 기나긴 투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찰국을 떠난 그 순간, 그의 인생은 멈춰버렸다.

그 후의 시간은, 그저 가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막북으로 도망쳐, 금사단을 탈취하고, 충성스러운 사병 집단을 얻었다.

그는 단련시키고, 채찍질하고, 괴롭혔다;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들과 함께 살아남았다.

과거를 반복하고,

과거를 설욕하고,

과거를 갈망한다.

"노응"이란 이름의 이 남자는, 멈춰버린 시간을 돌리려 하고 있었다...




1-6

관과 나찰인


그래서, 그 [나찰인]을 만났을 때,

"노응"은 시간의 순환이 움직이며, 다시 살아났다는 착각을 하였다.

첫눈에 그 사람을 보자, "노응"의 등에 식은땀이 났다,

직감의 경종이 올리며, 그에게 [재앙]이라고 알렸다.

[재앙]은 상단의 마차에서, 협소한 칸을 독식하고 있었다.

수십 명의 상단 중에서, 오직 그만이 비범한 대우를 받고 있다.

"노응"이 곡도로 발을 걷어올리자, [재앙]이 말했다.





"마크디르카인소르겐"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그의 어투는 평온하고 부드러워, 마치 친한 동료에게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봐도, 칸에는 사람이 없고, 오직 관 하나만 있었다.

그 사람과, 관 하나만이 있다.


"이히베르데루센..."


이 사람의 말이 나찰어도 아니었기에, "노응"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섬뜩하고 괴이한 장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이 관과 대화하는 괴인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찰인은 대략 이십 세, 키는 크지만 튼실해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 기초는 있겠지만, 고수는 절대 아니다.

한 사람의 무공은 그저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 알 수 있다.

팽팽한 근육을 가졌다면, 권법을 숙달한 무술가.

그런 사람의 힘은, 팔다리로 철괴를 부수고, 둔기 같은 것에도 무리 없이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응"은 그런 사람에게 눈길을 두지 않는다.

고명한 외공의 무술은 균형을 추구하고, 전신을 잇는다. 하나만을 강요하다가는 유연함을 잃는 것이다.

속도와 힘을 겸비한 자가, 바로 중상급이다.

그리고 고수에게는, 또 다른 비결이 있다.

내공의 무술은 내력, 경맥과 [진기]를 연마한다.

이런 유형의 인간은 숨어있지만, 숨겨지지 않는다. 눈빛과 호흡을 보면, 깊이를 알게 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노응"의 눈에, 이 나찰인의 외공은 평범했다;

난잡하고 불규칙한 호흡으로, 상승 내공을 한 번도 배우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나와라."


"노응"이 말하며, 손가락을 칼자루에 걸었다.

그가 가장 질색하는 건 나찰귀였고, 백주대낮에 관을 만나는것은 더욱 그러했다.

두가지 금기가 합쳐져, "노응"은 칼을 꺼내 피를 묻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손에 이미 피가 많은데, 한 사람분 더 늘어나는 게 무슨 문제인가?

하지만... 칼은 칼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찰인이 한숨을 쉬고, 관에다 낮게 말을 하더니,

산적의 두목을 힐끗 보았다.

그의 두 눈은 비와 같은 청록색, 마치 정성스레 다듬은 옥석 같았다.


"......"


알게 모르게, "예리함"이란 직감이 다시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나찰인은 태연하게, 서투르지만 또렷한 신주어를 사용해 물었다:


"도착?"


아무런 이유도 없는, 뜬금없는 질문, 하지만 "노응"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찰인이 손가락을 사용해 말했다:


"이곳, 너의?"


"이곳은 나의 것, 너 또한 나의 것이다. 나와라."


"음..."


나찰인은 말없이, 천천히 허리를 피며, 힘겹게 무릎을 집고 일어나려 했다.

나찰귀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

"노응"이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욕을 하였다.

백회인이 널 살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자.

그가 갑자기 과거를 추억했다, 만약 10년 전이었다면, 벌써 손에 칼을 들고 이 고운 사람의 머리를 잘랐을 텐데. 지금은 봐주고 있다.

죽어버린 나찰인은 한 푼 가치도 없고, 살아있는 나찰인은 진귀한 물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회의 노예상인은 이런 사람을 선호한다, 이들은 좋은 값을 매겨줄 것이다.

"노응"이 말을 잘 듣는 나찰인을 살펴보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왜 관에다 대고 대화하지?


이 사람은 혼자서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수상하다...

그래, 이자는 사람들이 관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저... 안에 들어있는 건 뭘까?

...뭐가 있을까??


곡도가 빛나며, 나찰인의 목 위로 떨어졌다. "노응"이 그의 앞에 있는 관을 향해 말했다:


"열어."

그가 간단한 명령을 했고, 의외의 대답을 얻었다.





"싫다."

깊은 녹안이 그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


"노응"이 평생 동안 무수한 사람을 보았고,

그가 본 눈빛 또한, 셀 수 없었다.

공포, 고통, 분노, 불만, 원한...

그는 이런 정서의 근원을 본 적이 있었다.

목 위에 있는 검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토진제,

인간의 가장 깊은 마음을 철저히 드러내준다.

"노응"은 죽기 전의 눈빛에 무감각했다,

빈사의 감정에 무감각했다.

그런 것들은, 이미 너무 많이 봐왔다.

하지만, 이 나찰인의 눈빛만큼은 본 적이 없었다,

확고함, 광기, 잔혹함, 유쾌함, 불쌍함과...

......멸시?


'그렇군.'


"노응"의 가슴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침을 삼켰다.

이 나찰인은 애초에 그를 안중에 두고 있지 않았다.

이 사람의 눈에는, 금사단 맹주 "노응"또한 사막의 모래 한알과 다를게 없었다.

가치도, 의미도 없다.

심지어 이 1초가 지나면, 나찰인이 이 먼지를 갈아 버릴 것이다,

걷는것 처럼 자연스럽게.

그래서, 그는 곡도를 내려놓았다.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노응"은 스스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결코 나찰귀를 두려워 한게 아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수치심보다 두려움이 앞서, 눈앞의 사람에게서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우리랑 간다, 장난은 끝이다."


이 말을 뱉고, "노응"은 몸을 돌려 떠났다.


저 멀리, 한줄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금사단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다.


"아─"

"단주님!"


"...고생했다."


근심 가득한 "노응"이,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역참으로 들어갔다.

집을 지킨 산적들은 눈빛을 교환하며,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휴... "

한숨이 목에서 나오기도 전에, 위엄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내가 나가있을때,"

금사단의 맹주가 팔짱을 꼈다,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다.


"여기 무슨 일이 있었나?"


그가 눈앞의 두 사람을 훑어보고는,

멀지 않은 곳에 모래를 본 뒤,

역참에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냈다.

"노응"이 유쾌하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있었나보군."




1-7

검심劍心




이소상은 절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심야까지 있기로 결심했다.


"...계획이 잘 될까?"


일선향(一炷香)의 시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전의 약속을 깼다.

생각해 볼수록, 이 약정이란 것은 정말 기발한 생각이었다.

일시진(时辰) 전, 이소상은 금사단의 보초 네 명을 쓰러트리고 그들에게 정보를 물었다.




"...백십삼인? 오늘 저녁에 돌아옵니까? 제 생각보다 많아서, 곤란한데요..."

저기, 저보단 당신이 "노응"을 더 잘 아니... 만약 제가 그와 일기토를 하고자 하면, 그가 응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까?"


"너, 넌 대체 뭐야? !"


남자가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에휴... 저는 이소상, '자재문'(自在門)의 대제자입니다.

화제를 돌리지 마시죠, 아직 제게 대답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무슨 소리냐... 자재문...누구라고?!..."


남자는 이 소녀의 말이 전부 헛소리인 줄 알았다.

이소상은 이 사람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껴, 상대를 하지 않았다.


'일백이 넘는 사람에, 규율까지? ...너무 귀찮잖아. "노응"과 일기토만 하는 게 이번 목적인데.'


사부가 가볍게 적어준 한마디[금사단을 아나? 가서 그들의 수괴를 격퇴하고 돌아오거라.],

말이야 쉬웠지, 지금은 이 성실한 사람에게 두통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녀는 한숨을 쉬며,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그녀의 경험은 얕았고, 귀감으로 삼을 수 있는 자는 부친, 모친과 마을 이야기꾼의 이야기밖에 없었다.

"진선" 정위진인... "경진검" 임조우... "백리축구" 마비마...

강호에 우레와 같은 이름들이 하나씩 떠오르더니, 소녀에 의해 하나씩 제외되었다.

이들은 모두 이름높은 달인이지만, 이들은 자신의 현재 처지가 된 적은 없었다.


"뭐가 있을까..."


'염세라...'

갑자기 사십 년 전의 무림기인이 소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아야기는 그저 한 번 들었을 뿐인데도, 그녀는 의외로 기억하고 있었다:


[강호의 호인들이 모 여 연화대회를 열고, 마교를 공격할 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성화교 당주 염세라가 잠복할 줄 어찌 알았으랴, 대회 당일 연패한 소, 련, 화 이 삼파장은, 옥련대를 불태운 뒤 크게 웃고 가버렸다 한다.]


위장매복...


'있다!'


소녀가 마침내 해볼 만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소상이 남자 뒷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눌렀다, 힘은 강하지 않았지만, 몸 밑에 있는 남자는 긴장한 듯 숨을 들이마셨다.


"아, 움직이지 말아 주세요, 전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과 상의를 하고 싶어요."


"이 미친년이... 무, 무슨 속셈이냐?"


"당신들의 단주가 돌아올 때, 여러분이 제게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진노해 여러분을 크게 벌할 겁니다, 안 그래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이것이 긍정이라 생각하고,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제게 제안이 있습니다, 제 계획을 따라준다면, 그는 아무것도 모를 거라 보증하겠습니다. 우선 당신의 동료와 함께, 같이 약정을 하나 하죠..."


그렇게, 소녀는 "자진해서" 흑뢰로 갔다.

[흑뢰]는 본래 역참의 지하창고다. 금사단이 이곳을 점령하고 난 후에도 그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대상이 식료품에서 사람으로 변했을 뿐이지만.

도적들이 약탈한 "상품"들이 모두 이곳에 들어갔다, 백회의 노예상인은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지하감옥을 비우고, 동일한 가치의 금은을 두고갈 것이다. 수년 동안, 이 "역참"의 운영은 정말 순조로웠다.


그리고 제 발로 들어와, 지하감옥에서 "화물"로 변장하고 있는,

이소상은 금사단 입주이래 처음일 것이다.

지하감옥은 어둡고 습하며, 역겨운 악취로 가득했다, 어느 곳에서 오는지 알 수가 없는 늦은 흐느낌이 간간이 들려오다, 또 사라지곤 했다.




소상이 얼마 없는 지푸라기를 깔고, 단정히 앉았다,

[검심결](劍心決)을 암송하며 시간을 보낼 요량이었다.

검심법은 [태허검기](太虚劍氣)의 입문 심법,

강호에서 바라지 않는 자가 없는 기공절학이다.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은, 검심결의 실체가 그저 기이하고, 오묘한 음절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음절은 형식이 없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고;

기를 행하는 것도, 신체를 단련하는 것도 아니다;

[구결(口決)]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혹시 이를 알지 못할 때 검심결을 듣는다 해도, 광인의 잠꼬대로 들릴 뿐이지,

아무도 신주 무림에서 수천 년간 정점을 지킨 신공이라 생각지 못할 것이다.

이 심오한 점을 누가 알겠는가:

암송, 묵념과 경청이, 곧 연심(鍊心)인 것을.


"...음 ...타라리... 음... 야고라..."


언어에는 힘이 있다.

소상은 비록 이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심]의 변화를 확실하게 느꼈다.

단어의 울림과 운율의 기복, 검심결이 마치 기혈에 녹아들듯, 기경팔맥을 누볐다.


"음, 마리."


신체가 한층 가벼워지고, 정신은 더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오감이 한데 모 여, 깊은 호수가 되었다.(心湖)


"음, 올류특."


맑고 투명한 호수에, 몇 가지 근심이 낙엽처럼 떨어지지만, 물결은 생기지 않았다.


"음, 객파이사류."




물결이 잔잔해지고, 멈췄다. [이소상]이라는 존재에 평온이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검심사경의 첫 번째 (劍心四境)

——[지수]. (止水)


'계속...'


소상이 잡념을 버리고, 검심을 움직였다.

다음 경지에 오르면—

호수는 얼음이 되어,

남은 사념마저 털어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제이경 — [무진](無塵)




'한번 더...'


얼음의 균열이 흔적도 없이 소멸하고,

호수가 투명해져, 만물을 비춘다.

제삼경 — [ 명경 ] ( 明镜 )




이 또한 십수 년의 수련 끝에, 이소상이 깨달은 [검심]이다.

하지만 이 위에 있는, 검심의 지고한 경계...

오직 사부만이 도달했던 제사경... 바로...

...[태허](太虚)...


"아— "




빙판이 깨져, 호수가 흩어졌고, 검심결 또한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이소상은 자리를 유지했지만, 한순간 머리가 깨질듯했고, 등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또 실패... 라."


[명경] 도달 후, 소상의 검심에는 진전이 없었다.


"...왜 그럴까?"


어머니는 사부가 두 살로 가장 어린 나이에 입문했지만 가장 높은 검심을 하였다 하셨다.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의 검심결을 밤낮으로 들었는데,

사부보다 더 빨라야 하는 게 아닐까?

사부는 십삼 세에 [태허]를 깨닫고,

십오 세의 나이에 이미 [검신]을 이룩했다.

나는? 같은 십오 세인데...

[검심]도 충분하지 못하고,

[검의]의 갈피마저도 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이 산을 극복하더라도,

"신"온의 식은 저 꼭대기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았다.




"......"


"에이."

이소상은 멍하니 있다,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사부는 정말 대단하셔!"


[정](情)은 [심]온의 적.

호수에 파도를 내버려 두면, 검심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명경심을 가진 소상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괜찮아, 작은 실패는~ 항상 있었으니까. 지금 중요한 건 이번 시검(試劍)의 일이야!"


소상이 한쪽에서 보따리를 가져왔다.

계획을 따른다면, 오늘 밤 신검이 검집에서 나온다.

소녀는 여유롭게 천을 들춰, 집안에서 전해지는 검을 자세히 보았다.


고대검 - 헌원.

길이는 2척 1촌, 검신은 황금색이며 양쪽에 날이 있고, 짙은 회색의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재질은 불분명했다, 정철도, 한강도 아니었으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벼웠지만, 털을 불어 자를만큼 날카로웠고, 예리함과 단단함을 따진다면 명검의 기준에 완벽히 들어맞았다.




모친은 이 검을 그녀에게 전할 때, 이렇게 알렸다:


"이 검은 네 대사부가 남기신 물건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집안의 보물이다. 너는 이걸 거두어, 잘 보존하거라, 절대 검이 몸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태허검기]의 진정한 수는 공법에 있지 않고, 이 검 속에 있다. 검의를 깨닫고 나면, 자연스레 이 어미의 뜻을 알게될 것이란다."


진소의가 소녀의 볼을 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깨닫지 못한다 해도, 괜찮단다. 검의는 난해해, 우리 일곱중 네 스승만은 의온을 얻지 못하였지만; 무공의 조예는 비할 바가 못된다."


어머니가 문득 한숨을 쉬었다:


"능상은 항상 담담하고, 이자 ( 利字 ) 는 극도로 경멸적이지만... 십여 년이 흘렀으니, 인물도 변했을 것이다."

"소상아, 헌원검을 건네주지 말거라, 달라고 요구하더라도 아니된다. 이유를 물으면, 내가 당부했다고 말하거라."




소상은 소란을 멈추지 않았다, 막상 대사막에 도착해 몇 번 울고 나더니, 이내 호기심으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사부를 보채며 이것저것 말하였다.

아이가 말을 멈추지도 않고 계속하다 보니, 헌원검의 일도 스스로 말해버렸다.

어머니가 예상한 대로, 사부는 과연 그 헌원검을 요구하였다.

소상은 천성이 온순하여, 한번 생각하고는, 이내 두 손으로 고대검을 내밀었다.

사부가 다섯살인 꼬마도 업신여기지 않는데, 강제로 이걸 빼앗을까?

그녀가 헌원을 보이자, 마치 소녀가 새 옷을 자랑할 때처럼 마음이 뛰었다.


"......"




사부는 헌원검을 무릎 위에 놓고 손가락으로 검 끝을 어루만졌다, 아주 오랬동안 말이 없었다:


"이것이 일곱번째[묵염향]이더냐?"


일곱... 소상은 얼떨결에 모친과 사부가 동문하며, 순번을 정한 게 떠올랐다.

[묵염향]은 모친이 사용하던 헌원검의 이름이었다.

사부의 말을 듣고서야, 그녀는 어머니가 그걸 꺼내는걸, 날붙이를 쓰는 걸 본 적이 없다는걸 기억해 냈다.


"모르겠지만, 그럴 겁니다~ 어머니께선 이게 집안의 가보라고 하셨습니다."


"아... 가보."


사부가 차갑게 무릎 위에 있는 보검을 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날을 가볍게 튕겼다.

소상에겐, 마치 보검이 날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아주 천천히,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멈춰버렸다.

황금에 검신위에 쏟아지는 햇빛, 마치 기이한 문양에 빨려 들어간 듯, 공중에 색채를 퍼트리고 있었다.




"와..."


이소상은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잘 생각해 보면, 사실 이 검이 날았다 떨어지기까지, 고작 1초의 광경이었다.

하지만 소상의 눈에는, 한없이 긴 1초였다.

어릴 때부터 검과 함께했던 그녀도, 그동안 검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느린 시간 동안, 광채로 빛나는 헌원은 천천히 내려와,

그녀의 앞에 떨어졌지만, 검신이 땅에 닿지 않았는지,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사부가 소매를 털고 일어섰다:


"내일부터, 너는 검심을 수련한다; 검심을 연마하면, 다시 검형을 연마한다; 검형이 대성하고나서, 이 검을 가져가라."


회상을 하던 소상이 픽 웃었다.

지금 그녀는 헌원을 사용할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손안의 보검을 보자, 소상이 가진 소녀의 장난스러운 마음이 번뜩였다.

이성이 손을 쓰기도 전에, 본능이 먼저 행동해버렸다.

소녀는 보검을 어루만지며, 이전에 사부가 했던 것처럼, 검 끝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보검이 날아올라, 울음소리를 내고 허공에 이르러, 금빛의 광채를 내었다.

—그리고는, 헌원이 지붕에 부딪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망했다."




지하실의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빛줄기가 들어오며 한 그림자가 내려왔다.

그 사람은 주위의 소리에 연연하지 않고, 곧바로 그녀의 방 앞으로 갔다.

이소상은 그 도적을 알아보았다:


"미안해요, 실수를 조금... 괜찮겠죠? 시끄러웠나요?"


산적은 철창을 사이에 두고 그녀를 보더니, 별안간 험악한 웃음을 지었다:


"단주께서 널 보자신다."


"에이... 알았어요."


이소상은 자신이 팔렸다는 걸 알고, 한숨을 쉬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