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절검록 비주얼 노블 버전


앞에서는...


1-8

따귀 두 번




"노응"은 기뻐하고, 당황하고, 화를 내었다.

부하들이 이미 성가신 쥐를 잡았다는 것에서, 기뻐하였다.

[침입자]가 어린 소녀라는 것을 듣고, 당황하였다.

소녀의 정체를 알자, "노응"은 화가 폭발하였다.


직접 훈련시킨 병사가, 십 대 소녀에게 그렇게 쳐맞았다고?!

이런 치욕이 있나!!!


분노를 떠나,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노응"은 앞으로 가 소녀를 훑어보고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 년이 왜 왔을까?!


이 막북을 통틀어, 그의 금사단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없었다.

관의 최정예 병사들조차 멀고 험하기에 충돌하지 않았다.

대체 어느 간이 부은 녀석이, 문 앞까지 달려와 "노응"에 대적한단 말인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ㅡ 여기까지 온 이 소저, 기껏해야 16살 정도일까, 앳된 모습에 미간에는 젊은 청춘이 보였다.

그리고ㅡ 무공이 정말로 괜찮았기에, 더욱 놀라웠다. "노응"이 자랑하는 부하들 4명이 동시에 달려들어 잡지 못했다.

이 년이 대체 왜 왔을까?!

"노응"은 질문을 하려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먼저 입을 연 건 그가 아니었다.





"당신이 '노응'이신가요? 와, 제 생각과는ㅡ"


"노응"이 소녀의 뺨을 세차게 때렸기에, 그녀의 말이 완성되지 못했다.

"노응"의 땅에서는, 오직 "노응"만이 먼저 말하고, 질문할 수 있다.

소녀가 고개를 들자,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노응"을 바라보더니,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절... 때리신 겁니까?? 저희 어머니도ㅡ"


"노응"이 한 번 더 뺨을 때렸는데, 이번에는 힘이 너무 세서 소상이 땅에 엎어질 뻔했다.


"...다음에 포로를 데리고 돌아오면, 입을 먼저 막아라."


"네, 두목."


"노응"이 손을 문지르며, 소녀 앞에 앉았다.

소녀도 그를 보았다, 그 눈에 두려움은 없고, 오직 고집과 분노만이 보였다.

"노응"이 그녀의 턱을 잡고, 한마디씩 말했다:


"난 네가 누군지도 모르고, 네 목적도 모른다; 궁금하기는 하니, 네가 온 이유를 들어는 주겠다. 날 웃게 하면, 자비를 베풀어줄지도 모르지."

"...이제는, 기회가 없다."


"노응"은 소녀의 눈물어린 두 눈을 보며, 적을 벌하는 쾌감을 즐겼다.

그의 방식은 아니였지만, 나찰인과 마주한 이후에, 그의 마음은 번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협박과 위혐이 무의미한 걸 알면서도,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 다음, 너는 언제 입을 열고, 닫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법을 배워야, 네 주인을 기쁘게 하고, 목숨을 지킬 테니. 장차 밤낮으로 널 상대할 사람은, 절대 나처럼 네 살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이도 어리고, 얼굴도 괜찮으니, 교육을 받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군. 사실, 난 널 좋은 가격에 팔고 싶으니, 며칠간은 안전할 거다. 그렇다고 너무 기뻐하진 마라."

"백회인이 널 가져가고 나면, 오늘 내게 죽여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테니."

"후회와, 용서를 비는 것... 이 두 가지는 네가 죽을 때까지 하게 될 거다. 내 금사단을 건드리고, 도망칠 수는 없어."


말을 마치고, "노응"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생각하며 포로를 보았지만,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소녀가 코를 훌쩍이면서, 진지하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반응 중에서도, 가장 화나게 하는 반응이었다.

"노응"이 소상을 밀치고, 옷으로 손을 닦은 뒤, 돌아서서 부하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갑작스런 질문에 놀란 남자는, 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아까부터, 계속 불안해하던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말해라."


"네, 두목... 이, 이 여자는 굉장합니다... 저희가, 저희가 대비를 했는데도..."


"노응"이 역겨운 눈으로 사내를 쳐다보자, 남자가 한발짝 물러났다.


"'절기산'(截氣散)은 주었겠지."


"그... 그렇습니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래도 저년이 두목에게 해를 가할까 걱정입니다..."


"두 손은 족쇄에 묶이고, 몸의 내력도 못 쓰는 열 몇 살짜리 여자애다."

"...너는 내가, 질것 같나?"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남자가 혼비백산하며 무릎을 꿇었다.

단주의 말투가 평온해질수록, 더 화를 낸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있는 것이 "노응"의 오랜 습관이었다.

나찰인은 답답하게 하고, 여자애는 화나게 하고; 부하는 제멋대로 행동하기까지, 그의 권위가 도전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자를... 흑뢰에, 나찰인과 같이 가둬라."

"이들에게 음식은 주지 말고, 백회인이 가져갈 때까지 굶겨라."


"네!"


일제히 대답하고는, 소녀를 끌고 가 검은 감옥에 집어넣었다.


"...응?"


아까 무릎을 꿇었던 남자는 떠나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지만, 떨리는 몸이 그의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도 내게 할 말이 있나?"


남자가 마치 죄를 용서받은 듯 몸을 펴고, 흥분된 웃음을 보였다.


"이 보물을 단주께 드리니, 과오를 면하게 해주십시오."


말을 하며, 그는 마술처럼 한 포대를 꺼내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노응"은 손을 내밀지도, 포대를 보지도 않고 물었다:


"뭐지? 어디서 찾았나?"


"철도 자를 듯한 보검입니다, 그 소녀의 몸을 수색하던 중 찾았습니다."


"......"

"노응"은 받지 않았다, 남자 또한 보물을 바치는 자세를 유지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노응"이 갑자기 웃으며 포대를 가져갔고, 묶여있던 가죽끈을 천천히 풀어 보검의 모습을 드러냈다.

눈앞의 남자가 이걸 숨기거나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오오ㅡ"



은은한 달빛 아래, 보검이 은색으로 빛났다.

이 검이 세기의 보물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1-9

나쁜 나찰인


쿵.

이소상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읍ㅡ"


아프진 않았지만, 소상은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소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찢어진 천 조각을 지나며, 낮은 신음이 되었다.

몇몇 도적들이 감옥 바깥에서 웃으며 잡답을 하는데, 더러운 말이 대부분이었다.


찰칵.

철문이 위에서 잠겼다.

불에 흔들리는 그림자가 멀어지며, 소녀를 어둑한 지하감옥에 버리고 가버렸다.


소상이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려 했다;

그녀의 눈은 아직 어둠에 적응하지 못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다리를 움직이자 무언가 살짝 닿았다.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났다.

목소리가 나고, 허름한 방에서 갑자기 불길이 피어올라 작은 흑뢰를 찬찬히 비췄다.

이소상은 깜짝 놀랐다.

그녀가 놀란건 갑자기 나타난 불꽃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었다.



대략 20세 정도의 여인, 하얀 피부에 고운 용모, 신주인의 모습이 아닌, 마치 전설 속의 선녀 같은 모습이었다.

불꽃이 그녀의 귓가에서 떠다녀, 더욱 요염해 보였다.


나찰인...

이소상은 도적들이 속닥이던걸 떠올렸다. 나찰인은 이런 모습이구나.


다시 그쪽을 보니, 여인의 곁에는 큰 관이 놓여있었고,

방금 소상이 그 끝을 찰 뻔했었다.

관이야 흔한 물건이니, 꺼림칙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귀신 이야기를 들었던 이소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 이 순간, 이게 어두운 감옥에 있으니, 정말 기이하고 공포스러웠다.

소상이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려, 다시 나찰인 여자의 몸을 보았다.

처음에는 슬쩍슬쩍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예 대놓고 뜯어보았다.

나찰인은 그녀의 무례한 눈길을 무시한 채로, 들고 있는 유리그릇만 흔들고 있었다.


"으읍읍읍?"


입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소상이 부끄럽다는 얼굴을 했지만, 감옥이 어두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소상은 여인을 향해 입에 있는 천을 빼달라는 눈짓을 보냈다.

나찰인이 시선을 거두더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소상이 계속 눈을 깜빡였지만, 계속 무시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게ㅡ'


문득 생각이 떠올라, 소상은 관을 차려 했다.

그녀가 간신히 묶인 두 다리를 꺼내자, 화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문이 트였다.

불빛이 다시 밝아졌고, 이소상이 벽 쪽에 있는 나찰인을 바라보았지만, 아까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불편함이 한가닥 보였다.


"무슨 생각이지?"

"당신 남자입니까?"



두 사람이 동시에 질문하고, 동시에 바라보았다.

나찰인은 입을 닫고, 묵인했다.

이소상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저 말입니까? 별생각은 없고, 천 빼는 거나 도와달라고 한겁니다. 감사합니다, 좋으신 분이군요, 조금... 여성스럽지만."

"소녀가 은혜를 입었으니, 필히 보답하겠습니다. 제가 족쇄를 따고 나면, 당신 것도ㅡ 족쇄는요?!"


입에 천을 넣고, 손발에 족쇄를 채운 이소상과는 달리,

나찰인의 몸에는 아무런 구속이 없었다.

게다가 화려한 장식이 있는 의자에 앉아 손에 유리잔을 들고 붉은 액체를 홀짝이는 모습이, 꽤나 멋스러웠다.


"당신... 포로 아닙니까?"


나찰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의자와 잔이 눈 녹듯 불꽃 속으로 사라졌다.


"히이이익... 요, 요술이다! 요괴다!"


이소상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물론 소녀는 무서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귀신은 예외였다.

나찰인의 잡기에 아주 혼비백산하였는데, 그 어떤 여협도 체면을 이렇게까지 구기진 못했을 것이다.

비명이 날카롭고 길게 이어지며 감옥이 오랬동안 울렸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고, 살펴보지도 않았다.

나찰인은 그녀가 소리를 다 지르고, 불꽃에 비친 그림자를 보게 될 때까지 기다렸다:


"아니다."


이소상은 생각을 거듭하고 나서야, 자신의 질문에 답한 것임을 알았다.


"뭐가 아닙니까? 요괴가 아닙니까? 아, 포로가 아니라는 것이군요. 응? 그럼 왜 여기 있습니까? 아니, 절 속이신 것이군요ㅡ"


"......"


나찰인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소상은 이 남자를 흘긋 보고는 그 준수함에 감탄하며, 악한 무리는 아닐 거라 생각해,

부지불식 입을 놀리며, 나찰인이 오게 된 내력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있었다.


"금사단에게 잡혀온 것입니까? 아니, 이 무리들은 악한들인데, 왜 족쇄도 차지 않은 겁니까?"

"아니면, "노응"의 세객? 그래서 이렇게 당신은 정중하게... 아니, 그러면 절 당신에게 던져줄 이유가 없겠지요."


"......"


"혹은... 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을?"

"그렇죠? 제가 맞혔습니다, 그렇죠?"



나찰인이 어깨를 으쓱했다, 입가에 미소가 살짝 보였다:


"나는 네가 아니다, 어떻게 네 생각을 알까."


"어... 그럼 알려드리겠습니다."

소녀가 순순히 말했다:


"위쪽의 녀석들이 금사단이라 불리는 건 아실 테지요. 저들은 몹쓸 놈들입니다,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니죠."

"소녀는 사부에게 명을 받아 이 화를 제거하려 왔습니다. 호협이라 하죠, 악을 벌하고, 정의를 신장하며,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으, 서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녀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수줍게 나찰인을 보았다,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보고 있는 것을 알자, 조금 기뻐졌는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목소리도 엄숙해졌다.


"금사단 자체는 작은 도적무리로,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노응'이라는 자가 이들의 두령이 되었습니다."

"그 자는 쉽지 않습니다, 사부는 그를 수련가라고 하며, 솜씨가 뛰어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부님도 절 보내지 않으셨을 겁니다."

"이번 일은 첫째로 막북 백성들의 해를 제거하는 것이요; 둘째로 제 자신의 시험이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는 허세였기에, 소상도 내심 꺼림칙했다.

하지만 나찰인이 별말 없이 들어주는 것을 보자, 소녀는 이 금발의 이국인이 아주 훌륭한 대화 상대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우리 자재문의 무공은 [태허검기]라는 것으로, 무림 전설 정위선인의 절학이며, 강호에서 가장 심오한 무공입니다."

"태허검기의 오온 :심, 형, 의, 혼, 신. 소녀의 검심, 검형과 검혼은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헌원검의에 막혀, 더 나아가질 못하고 있지요."

"검의의 수련법은 사부님이 모르시고, 제 어머니께서 알고 계셨습니다; [헌원과 심의가 상통하면,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이건 그냥 검인데, 어디에 심의가 있다는 겁니까? 이것과 십몇 년을 대화하였는데도, 절 쳐다보질 않습니다, 대답이라도 해주면 감사할텐데. 에휴, 좀 더 알기 쉽게 물어보고는 싶지만, 집에 돌아간지 오래되었으니..."

"아, 아직 말을 못 했는데, 헌원검은... 음, 변명은 아니고... 검을 도적들에게 빼앗겼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시길, 금방 회수할 겁니다, 그리고 방법에 대해선ㅡ"

"이 소녀가 묘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녀가 말하자, 두 눈이 반짝였다.

비록 그녀의 말이 두서없고, 논리적이지도 않았지만, 나찰인은 재미있게 듣고 있었다.


"전, 사부를 따라 검을 배운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고수와 비무를 한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검을 수련하는 것과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아주시죠, 저는 대단하니까요. 방금도 4명의 남자를 물리치고, 한 명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역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은 일이지요~"


"너는 살인하지 않는다, 어떻게 금사단을 물리치지?"

나찰인의 질문은 절묘했다, 그의 신주어는 별로였지만, 소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그게, 죽여야 할땐 죽여야지요. 한 명을 죽여 백 명을 구한다면, 좋은 일... 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걱정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인명이니까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살육은 적게 하고 싶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그 "노응"이란 녀석을 곧바로 때려눕힐 겁니다. 이 악인만 없으면, 도적들은 자연히 흩어져, 별 거 아니게 될 테니까요."


"그렇군."

나찰인이 대답하자, 소상은 그가 관심을 가지는 줄 알고, 기쁜 기색이 만연해졌다.


"제가 당신― 아윽!"

손목에 족쇄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양 팔을 당겨 팔에 통증이 왔다.

금사단이 그녀에게 준 [절기산]은 극약으로, 하단전의 진기를 흔들어 경맥에 흐르는 것을 막아, 깊은 내력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ㅡ하지만, 소녀가 배운 것은 [태허검기].

정위진인의 절학은, 강호의 수많은 공법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는 내공으로 단전을 단련하고, 그곳에 진기를 저장한다.

[태허검기]는 달랐다.

[검심]을 단련한 자는,

천지를 단전으로 삼고, 육체를 경맥으로 삼는다.

[무]야말로 [기]의 근원이니,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상에게 하단전이 막힌 것은 불편하긴 해도,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아이고, 이렇게 말하기는 불편하니, 먼저 족쇄를 제거하고ㅡ"


"내가 해주지."


말이 끝나자마자, 소상은 튼튼한 두 족쇄가 조각조각 떨어져, 손발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두 손에 상처는 없었고, 옷이 찢어진 흔적도 없었다.


"다... 당신..."


이소상의 말문이 막혔다, 이 아름다운 나찰인을 만났을 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요법으로 의자와 유리잔을 사라지게 하면, 족쇄를 조각내는 것도 가능할지도...


...그래!!!!

그녀는 관을 들고 다니는 눈앞의 괴짜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는 혹시 숨어있던 절정 고수가 아닐까?

소상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무림고수의 모습은 사부, 어머니, 혹은 훗날 자신의 모습,

이 눈앞의 나찰인과 그녀의 생각 속에 있는 대가의 모습에는 너무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분명 비범한 재주는 가지고 있는데...

그녀가 정신이 팔려있을 때, 나찰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네 묘책은?"



"음, 음... 에?"


"네 묘책."


"아, 제가..."

왠지 모르게, 나찰인이 손을 내밀자 그녀의 자신감이 사라졌다.


"저... 원래는 도적 주둔지에 들어간 뒤, '노응'에게 도전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에휴, 사실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잘 풀리진 않았습니다. 원래는 족쇄를 부수고, 나가서 검을 찾아... 천천히 하려 했는데. 별 묘책도 아닙니다, 전 그저... 아... 말 못 하겠어요."


소녀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졌다.


"이길수 있나?"


"예?"


"네가 도전한다고 했다."


"...네, 이길 수 있습니다."


"좋다, 간다."


"지, 지금요?"


"네 묘책 아닌가?"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소상이 고개를 떨구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한밤중인데... 어느 대협이 밤중에 찾아가 비무를 청합니까? 광명정대하지 못하게..."


"광명정대..."

나찰인이 그 단어를 음미했다.


"낮인가? 전부 있는 시간에, 도전한다고?"


"그렇습니다!"

이소상이 힘껏 대답했다.


"의문이 있다."


"부디."


"낮, 광명정대, 노응은 백 명의 부하와 함께 있는데, 도전을 받을까?"


"당연히 받을 겁니다, 그것이 강호의 도리니까요! 그는..."

이소상이 생각을 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당신 말에도 일리가 있군요."


"그래서 낮은, 불가능하다. 이기려면, 밤뿐이다."


"...네."


"신주의 옛말을 들었다: 물고기도 내가 원하는 것이며; 곰의 발바닥도 내가 원하는 것이다."

"두 개가 서로 상극이라, 선택이 어렵다는 의미다."


"광명정대, 물고기. 악인징벌, 곰의 발바닥."

"광명정대를 원하면, 악인징벌을 못한다. 두개를 동시에 얻을수 없으니, 물고기를 희생해 곰의 발바닥을 얻어야 한다. 세상사 모든 걸 할 수 없어, 득과 실이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


"......"

나찰인의 손이 허공을 젓는 모습은, 꽤 멋있었다.


"그래서, 갈 건가, 소저?"


"아... 좋아요."

나찰인이 살짝 웃자, 공중의 불꽃이 사라졌다.


...아니, 불꽃은 남아있었다.

불꽃들이 순간이동하여 나찰인의 손에 나타나더니, 점점 더 격하게 타올랐다.

불꽃의 모습은... 마치...


검?


소상은 멍하니 나찰인의 [요법]을 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불꽃이 가라앉았고, 감옥문이 파괴되었다.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먼저."


"......"

이소상이 조용히 앞으로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고개를 돌려 한탄하였다:


"제게 나쁜 일을 가르쳐 주시는군요, 다... 당신은 나쁜 나찰인입니다."


"하,"

나찰인이 한숨을 쉬는데, 목소리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그럴지도."

어둠 속에서 소상은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의 슬픈 목소리만을 들었다.


"내 일은, 좋고 나쁨을 정의할 수 없다."


흑뢰를 지키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그중 하나는 감옥에서 얌전한 나찰인을 보고, 병을 핑계로 자리를 떳고; 다른 하나는 먹을 걸 주러 가다 혼비백산하여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저게 사람이냐? 저건 요괴야! 등불이랑 말하는 거 너도 봤지? 나 못 가, 죽어도 못 가."


말을 들어보니, 감옥의 이방인이 "노응"보다 무서운듯했다.

더 이상한 것은, "노응"이 그 말을 듣고도 땅이 뒤집힐 정도로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회인이 며칠 안에 올 텐데, 사람을 조금 더 보내주거라."


그가 [증원]을 했다, 사람 십여 명이, 칼 열 몆자루와 함께 보내졌다.

새로 온 사람들이 전전긍긍하며 감옥에 들어갔는데, 아무 일도 없자 모두가 안심하여 앞선 두 옥졸을 비웃었다.

웃고 넘어갔지만, 도적들은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2교대로 나눠, 5명씩 감옥의 문을 지켰다.


그때, 이 5명은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있었다.

오늘 밤은, 어딘가 이상했다. 맹주를 화나게 한 소녀가 감옥에 들어간 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목소리도, 잡음도, 아무것도 없다.

경비들은 소리의 이상을 알아채지는 못했지만, 이상한 냄새는 맡았다: 타는 냄새였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점점 강렬해졌다. 5명은 각자 칼을 쥐고, 문 앞에 모였다.


"내려가?"

한 경비가 작게 의견을 구했다.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문이 폭발했다.

5명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적홍의 불꽃이었다.



1-10

월하검무



밤이 깊었지만, "노응"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

낡은 역참의 응접실은 등불로 인해 밝았고, 불꽃과 어둠이 바깥의 정원을 양분하고 있었다.

"노응"은 정원에 있었다. 가장 신뢰하는 8명의 부하들이 한쪽에서, 그의 검무를 보고 있었다

"노응"은 검객이 아니기에, 검(劍)도가 깊지 않았다.

그는 군의 사람으로, 배운 것은 도(刀)법이었다.

검과 도는 엇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달랐다.

소위 검령도력[劍靈刀力]. 검에 편중하면, 백가지 기교를 부리고; 도에 정진하면, 힘으로 모든 걸 깰 수 있다.

검을 배운자가 도를 사용하면, 결국 검법을 쓰게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노응"은 검을 휘둘렀지만, 사실은 도와 같았다.

이 보검이 마음에 들었기에, 이런 여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여태까지 이렇게 완벽한 신기를 본 적이 없었다!

"노응"이 검을 들고, 빠르게 질주했다. 손목을 가볍게 털자, 검에서 세 송이 꽃이 피었다.

마치 먹이 가득한 붓 같았다. 검이 가는 곳에는 암회색 문양이 길게 남아, 한 폭의 서예 같았다.

검의 문양의 아름다움에 걸맞으며, 절륜했다.

"노응"이 검으로 찌르며, 힘을 뺐다. 검신은 움직이지 않고, 검 끝만이 웅웅거리며 진동했다.

검신의 강인함에 걸맞으며, 강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검을 거둘 때는, 마치 멈춘 것처럼 느렸다. 날이 가슴팍에 닿아, 서늘하며 늠름했다.

검에 걸맞는 차가운 기운이, 뼈에 사무쳤다.

"노응"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 머리칼 한올을 검 위에 올리고 손을 놓자, 머리칼이 두동강이 났다.

검에 걸맞는 예리함이, 머리칼을 잘랐다.

이 네 가지를 하나에 모았으니, 가히 불세출의 신기라 할 수 있었다.


"대단해, 대단하군..."

"노응"이 중얼거렸다.


"노응"은 검을 신봉하는 사람이 아니다.

입을 열어 칭찬해도, 산적들에겐 전리품의 평가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가치를 아는 사람이 그 소녀에게 있는 검을 만났다면, 나라를 뒤엎을 금을 가져왔어야 했을 것이다.

허나 그도 결국은 무인이었다. 예로부터 명검은 옥과 같아, 감탄하지 않는 자가 없다.

"노응"은 이것을 남기기로 결정했다. 재화와 관련된 게 아닌,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 같은 인물에게는 그에 걸맞는 무기가 있어야 했다.

금사단 맹주가 이소상의 [헌원]을 좌우로 살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나 제 검이 마음에 드십니까?"



"!!!!!"

"노응"이 대경실색해, 본능적으로 6척이 넘게 물러났다.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있었다.

8명의 수하들이 어느새 인사불성이 되어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직접 흑뢰에 가두라고 명령했던 소녀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만약 이것이 장난이라면, 주모자를 오체분시하여, 말밥으로 줄 것이다.

소녀는 겁이란 게 없는 듯, 손을 벌렸다:


"자, 충분히 노셨으면, 제게 돌려주십시오."


"...무슨 헛소리냐!"

혼란스러운 "노응"에게, 소녀의 발언은 그를 더욱 초초하게 만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에, 그는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 했다.


"...어떻게 빠져나왔지?"


"아, 그 나찰인이 절 도와서... 엥, 어디 갔지?"

소녀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돌아오더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XX, 죽여버릴 나찰인!'

"노응"이 속으로 강하게 저주했다.


[우환]을 의식했으니, 즉시 처치해야 했다.

사람들이 우환을 두려워하기에, 우환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노응"은 나찰인을 잘 살피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 이상의 후회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 안전한 대화 거리를 만들었다. 사실 검을 든 사람은 그였기에, 필요 없는 행동이었다.

..."노응"이 걱정하는 것은 소녀가 아니였다.

달은 밝고 별이 희다. 촛불의 그림자가 청석위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지금이, 바로 문제 해결의 적기였다.


"그 나찰인은? ...어디 있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녀는 진실을 말한다, 마치 거짓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제 뒤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실로, 최악의 대답이다.


사실, "노응"은 눈앞의 소녀를 신경 쓰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상대의 무공이 좋아도, 이렇게 올곧은 꼬마에게 질리는 없다.

처음부터, 그는 나찰인을 오늘밤 최대의 위험요소로 보고 있었다.

그의 향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 그에겐 크나큰 실망이었다.

나찰인이 멀리 도망갔을지도, 아니면 어딘가에 숨어서 기회를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ㅡ 그 어느 것이든, 그의 마음속에 박혀 뽑지 않으면 편해지지 못할 것 같았다.


"저기요, 그만 찾으시죠, 당신의 상대는 접니다."

소녀가 내밀고 있던 손을 넣고, 주먹을 쥐었다.


"검은 제가 돌려받겠습니다~ 자재문 제자 이소상, 가르침을 청합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하며, 자세를 취했다.



"노응"이 반응하기도 전에, 소녀의 모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눈 깜짝할 시간, 팔에 고통이 오며, 보검이 손에서 떨어졌다.


"너ㅡ"

가슴에 주먹이 또 한 번.



"노응"이 비틀거리며 몇 보 물러났고, 급히 호흡을 가다듬었지만, 오장이 뒤틀려,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이 자식!"

주먹에 내력이 없었으니, 충격이 있었지만 장기가 손상되진 않았다.


하지만 소녀의 이런 솜씨는, "노응"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노응"이 깜짝 놀라, 나찰인의 일을 미뤄두고,

열몇 살의 상대를 다시 보기로 결정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