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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었지."


악셀이 한걸음 내딛으며 물었을 뿐이지만 매그니는 식은땀을 흘렸다.

입이 바싹 마른다.


'그 빌어먹을 자식, 아빠들까지 불러서 흠씬 두들겨 팼어야 했던 건데.'


매그니는 뒤늦게 그렇게 할 걸 하고 후회했다.

인간 세상에서 록을 하고자 상사와 싸워 저승세계에서 나온 아버지와 지금 길드 내의 모든 자료를 보관 중인 고서에서 조용히 있을 아버지를 각각 떠올리면서 매그니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매그니는 자신의 연금술의 정수인 여러개의 팔들 중 하나로 의자를 끌었다.

악셀이 볼 수 있도록.

그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었는지 악셀은 여전히 핏발을 세운 채로 성큼성큼 다가와 앉았다.

매그니는 방금 쥔 술병의 뚜껑을 열고, 근처에 있던 글라스를 악셀에게 내밀고 술을 따랐다.

악셀은 잔을 받은 다음 내려놓고 매그니를 노려봤다.


"……골브 블라드미르야."

"퓨틴 아들?"


그 노려보는 시선에 마지못해 매그니가 대답하자 악셀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뒷세계에서 제법 큰 조직의 보스는 템퍼스의 재정 한축을 담당하는, 매그니의 연금술을 이용하는 주 고객이다.

그 이름은 악셀도 들은 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인 아멜리아와도 나름 인연이 있음을 알고 있다.


"시간의 화신에게서 쫓기는데 은신처를 일일이 제공해줬던 대가로 엄마에게 허드랫일을 시켰던 놈이잖아?"

"그랬지. 지금은 아무 관계없고, 자초지종을 들으니까 나도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


직후 매그니는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들어온 패거리들이 또 무슨 소일거리를 가지고 왔군,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낯이 익은 시계를 건네주면서 좀 더 값나가게 연금술로 건드려보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는 것이다.

매그니는 처음엔 꺼지라고 했지만, 워낙 치근덕대서 확인차 물어봤다.

시계는 어디서 났고, 시계의 소유주는 어떻게 했는지.


"별 것도 아닌 여자가 말이야. 만나서 내가 사겠으니 원하는대로 금액 제시를 하랬는데도 무시하더라고. 그래서 집을 쫓아가 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서 뒤에서 덮쳤지. 뒤통수를 아주 크게 후려갈겼어. 손만 좀 봐준거야. 죽일 생각은 없었으니까. 뭐, 개새끼가 거슬려서 그건 때려죽였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매그니는 놈들을 두들겨팼다.

울고 싶었다.

그 얘기를 하는 중에도 악셀은 끊어졌던 인내심을 더 끊으려 하고 있었다.

놈들을 쫓아내고, 매그니는 아들을 구타한 것에 항의하는 그 아비의 전화를 통해 똑똑히 이야기했다.

네 아들이 왓슨을 건드렸다.


"아마 상황이 심각한 걸 인지했을 거야. 그러니까, 그래. 악셀, 네가 지금 상상도 못할 만큼 화가 났다는 걸 잘 알아. 하지만 말이지."

"하지만 뭐? 하지만 뭐? 넌 씨발 칼리나 누아르가 그런 꼴을 당했을 때 야마가 안 돌 것 같아?"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 악셀, 우리 재정 잘 알잖아. 놈도 생각이 있으면 현명하게 처신할거야. 네 앞에다가 아들놈 데려와서……."


바로 그 때 악셀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울렸다.

악셀은 입을 다물고 그것을 받아들었다.

액정 너머에서, 아주 예전에 몇 번 들었던 늙은 목소리가 들렸다.


"악셀 시리오스? 얘기는 들었네. 심심한 사과를 전달하는 바이네."

"………."


악셀은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이윽고 발톱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 말로 끝내야 하는 게 아닐텐데?

자, 얘기해봐. 어떻게 얘기하냐에 따라서 내 이성을 조금은 봉합할 수 있을 거야.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악셀은 차갑게 식은 부바를 껴안고 울던 여리디 여린 엄마를 떠올렸다.

사람은 화가 나면 오히려 말이 없어진다 했던가?

액정 너머에서도 상황이 심상찮은 건 알았지만, 그래도 꼴에 자존심이 그걸 용납치 않았는지 결국 협상은 파토가 나고 말았다.


"시리오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건 그만두게. 우리 일단 문명인답게 이야기를……."


콰드드득


어느덧 악셀의 스마트폰은 악셀의 악력에 의해 찌그러지고 말았다.

그것을 보고 매그니는 오 씨발 하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랬건만.


"더 할 말 있어?"

"우리 아빠 욕만 덜 먹게 해주라."


핏발 선 눈으로 묻는 악셀에게 매그니는 한숨을 쉬면서 그렇게 말했다.

미안해요, 칼리.

이건 못 막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충분히 느껴져."

"오, 하나님……."

"자네 부하들 부르게."

"몇 명이나요?"

"질 같은 거 안 따지면 몇이나 모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