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릴 : 휴, 오늘 임무 덕에 온몸이 땀범벅이네.


빨리 숙소로 돌아가서 목욕하고 싶다아.


헛, 저기 있는 건....



로도스 메신저 : 좋아. 모든 편지와 돈 다 확인됐어.


안셀 : 그럼 수고해주세요.



메신저 : 하하, 안심해. 넌 나의 단골급인걸. 솔직히 말해서, 너희 가족들도 이젠 날 반기실껄.


근데 너도 한동안 돌아갈 생각은 없는거지? 너희 큰아버지께서 날 보신다면 분명 또 림 빌리턴으로 오라 하실텐데 말야.


물론 나도 1년 365일 내내 밖에 나돌아다니는 사람으로 뭐라 할 자격은 없지만, 아무래도 너가 직접 가보는게 나을 듯 해서.



안셀 : ...저도 알아요. 하지만 여기에는 아직 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있어요.

여유가 생긴다면, 저도 돌아가 볼 생각이구요.



메신저 : 좋아. 너도 충분히 생각을 깊게 한 듯하니, 나도 말을 아낄게.


좋아. 그럼 다른 편지들을 확인하고 나서 곧장 출발할게.


특별한 거, 아니면 옛날 거 그대로?



안셀 : 음, 저희 아래층 구멍가게에서 파는 박하사탕 한 상자 가져다 주세요.


메신저 : 좋지 좋지.



(메신저 이동)



안셀 : 큰아버지, 죄송한걸...


에이프릴 : ...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메신저가 있구나.


안셀 : 너는...


에이프릴 : 난 새로 입사한 대원, 코드네임은 에이프릴. 에이프릴 이라고 불러줘.



안셀 : 안녕, 에이프릴. 의료부의 안셀이야.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많은 메신저들이 있지. 그리고 아까 그분은 우리 대원은 아냐.


저분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람들을 위한 메신저야.



에이프릴 : 차이가 있는건가?


안셀 : 있지. 우리 대원분들 중에 메신저인 분도 있고, 혹시 안젤리나 씨 알아?


에이프릴 : 알고말고. 나처럼 편지를 쓰고 다니는 애잖아?


안셀 : 응, 우선, 로도스 아일랜드의 메신저가 되는 경우는 보통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비를 대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선택하는 거니까.


에이프릴 : 아, 그건 나도 그래.


안셀 : 음, 무슨 이유에서든 광석병에 대한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들지. 함내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이유로 여기에 남아 있고.


에이프릴 : 메신저가 되는 거랑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한데?


안셀 : 아하하, 오해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안셀 : 메신저라는 직업은 사람과 직접적인 접촉이 비교적 적은데다가, 그 자체로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해서 설사 감염자가 되더라도 계속 할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편지를 전하는 사람이 감염자인지 모르기도 하고.


말하자면, 자신이 일하던 범주 내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까,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치료를 진행하면 되고말야.



에이프릴 : 흐음, 하지만 그건 자기 할일 하는 거랑 다를게 없지 않아?


안셀 : 물론, 우리도 이런 메신저분들께 보통 일과 비슷한 장기 외근 임무를 보내기도 해.


또, 그분들은 로도스 아일랜드를 일종의 정거장으로 여겨, 자신의 활동 범주에 대원의 지인 내지 가족이 있다면 편지를 전해달라 부탁할 수 있지.


하지만 나처럼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상황이 어렵지.


더군다나 실제로 로도스 아일랜드에도 림 빌리턴에서 활동하는 메신저도 드물어.



에이프릴 : 그렇구나. 그렇지만 딱히 구속력 있어 보이진 않네.


안셀 : 무슨 일 있었어?


에이프릴 : 당사자에게도 개인의 자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난 분명 한 번만 들렀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되서 말야.


안셀 : 정말 예리한 걸. 그런 상황이 아주 가끔씩 발생하기도 해서, 우리도 추적하고 관리해.


에이프릴 : 안셀 의사 선생님~ 넌 참 사람 좋다.


안셀 : 과찬은 무슨. 난 그저 하나라도 도울 수 있는게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해.


에이프릴 : 근데 그 말대로라면, 확실히 로도스 아일랜드만의 전속 메신저가 필요하겠는데.


그런 일은 생각도 안해봤지만.


안셀 : 아, 참, 에이프릴 너도 림 빌리턴 출신이지?


에이프릴 : 응, 남쪽의 아이언투르닙 도시.

*원문은 강철순무


안셀 : 아, 나도 네 도시의 광석 채굴량이 매년 랭킹 상위권에 든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


에이프릴 : 글써, 그게 내 도시의 자랑이라고는 하지만, 난 별로 못 느끼겠는 걸.


안셀 : 난 아이언암 출신이야. 너는 고향에 연락할 친척 있어?

*원문은 강철어깨


에이프릴 : 없어. 내 부모님은 내가 어릴 때 광업난으로 돌아가셨고, 난 두분이 일하시던 회사에 길러졌어.


어른이 되어서 광석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회사의 사냥꾼이 됐는데, 월급은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았지.



안셀 : ...미안. 아픈 곳을 찔렀네.


에이프릴 : 괜찮아 괜찮아


안셀 : 하지만 림 빌리턴은 감염자에 대한 대우가 나쁘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림 빌리턴은 광업이 특히 발달했어서 다른 지역보다 광석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았으니까.



에이프릴 :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몸소 겪고나니까 내가 틀렸다는걸 알겠더라.


표면적으로는 각종 복지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암암리에 범죄와 절도가 판치고 있어.


게다가 광석병에 걸렸다는게 알려지면,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워지지.


나처럼 혼자 사는 광석병 환자는 살아남기 힘들지.



안셀 : 그럴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어쩐지 예전에 광석병에 걸린 근로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에이프릴 : 하이튼, 회사에서는 잘리고 살던 집에서도 퇴거 당하니, 림 빌리턴에 내가 있을 곳 따윈 없었어.


아이쿠, 의사 선생님~ 그런 표정 짓지 마~ 동정 사기는 싫거든~


그렇게 난 로도스 아일랜드로 왔어.



안셀 : 그렇긴 하네


에이프릴 : 그보다 방금 전에 편지 부칠 때 표정이 좀 슬퍼보이던데, 무슨 일 있어?


아, 숨기고 싶은 거면 걱정 마. 아무한테도 말 안할테니까.



안셀 : ....에이프릴, 점심 먹었어?


에이프릴 : 아직~ 이제 막 임무 마치고 돌아와서는 목욕하려던 참이었지~


안셀 : 그럼 점심은 내가 살게. 이건 이야기 하자면 꽤 길거든.


에이프릴 : 응? 그래.




(식당)




에이프릴 : 휴~ 감사히 잘 얻어먹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안셀 : 직업병 같은거야 이건. 편하게 안셀 이라고 불러.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 듯 하니까.


에이프릴 : 땡큐~


안셀 : 우선 밥부터 먹자. 이야기는 먹고 해도 되니까.


에이프릴 : 응


안셀 :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에이프릴 : 왜?


안셀 : 돌아가면 일이 껄끄러워져.


우리집은 나 위로 형 셋에 여동생이 있는데, 어머니는 폐 질환으로, 아버지는 과로로 돌아가셨거든.


하지만 너랑 달리,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위의 세 형들은 일하러 나갈 수 있었어.


난 너무 어렸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큰아버지 한테 양자로 보내졌고, 여동생은 삼촌한테 보내졌어.



에이프릴 : 아, 그런 일 자주 있는 일이지. 만약 나한테도 친척이 있다면 그랬을 꺼야.


난 아빠가 내 친척들은 다른 도시로 갔다고 하셨거든.


그래서, 돌아가기 싫은 이유가, 큰아버지가 모질어서야?



안셀 : 아냐아냐. 큰아버지는 작은 회사의 사장님이시고, 좀 진지하고 엄하시지만 나한테는 아주 잘해주셨어. 마치 친아들 처럼.


다만... 그분은 내가 의사가 되는걸 극구 반대하셨어.



에이프릴 : Aㅏ


안셀 : 어릴 때 부터 난 큰아버지 회사 일을 도와드렸었고, 큰아버지는 내심 내가 뒤를 이어주기를 바라셨어.


하지만 그분의 반대에도 불고하고, 먼 길을 거쳐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게됐어.



에이프릴 : 어? 그럼 설마 안셀 너, 가출한거야?!


안셀 : 아하하, 아냐 아냐. 그런 식으로는 아니고.


내가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로도스 아일랜드에 오기 전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었어.


그동안 큰아버지랑 여라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갈등도 있었지. 결국 큰아버지는 내 뜻을 이해해 주셨어.



에이프릴 : 그분 뜻은 이해가 되네, 림 빌리턴에서 의사로 살아기기 쉬운게 아니니까.


안셀 : 응. 첫 발을 내딛기도 힘들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지.


많은 광업 구역에 배치된 의사들도 기초적인 의술만 알고 있으니까.


분명 생활은 큰아버지 회사 일 보다 녹록치 않고, 일을 구하기도 어렵겠지.


사실 나도 큰아버지의 뒤를 잇는 걸 여러번 생각했어. 결코 나쁜 제안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큰아버지는 나를 위해 물심양면적으로 힘써주셨는데, 난 그에 대해 보답해드리지 못했어.



에이프릴 : 그거야 그렇지만,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거야.


너희 큰아버지 디게 재밌으시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었다면 절대로 허락 안해주셨을껄.



안셀 : 음 어쨌든 난 내 선택을 고집했어.


하지만 큰아버지는 걱정을 숨기시지 못하셨고, 계속 나한테 자신의 반평생을 바친 회사의 뒤를 이어주시길 바라고 계셔.


예전에 2번 정도 갔었는데, 그때마다 좀 괴로웠어.


게다가 형들도 이 일에 대해 반대해. 내가 돈을 보내주니까 조용히 하는거지. 오히려 여동생이 내 편을 들어주고 있는 걸.



에이프릴 : 나에겐 아아주 먼 일 같네.



안셀 : 그래도, 각자의 고민이 있는 거니까. 난 내 일을 좋아하고, 로도스의 대우도 좋다고 느끼고 있어. 하지만 이런 일은...뭐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어찌됐든, 나한테는 큰아버지 마음에 있는 근심을 풀어드릴 방법이 없어. 단지 내 일에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야.


언젠간 당당하게 외치고 싶어. "큰아버지, 이거 봐요! 제가 많은 사람들을 구했어요! 광석병을 해결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구요!"


...아마 그 날이 온다면 나도, 큰아버지의 기를 좀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에이프릴 : 안셀, 난 네가 여릴 줄만 알았는데, 되게 생각이 많은 애였네.


안셀 : 욕이야 칭찬이야?


에이프릴 : 칭찬입니다~ 의사선생님~


안셀 : 하하, 고마워.


에이프릴 : 그러니까~~ 실은 너, 돌아가고 싶은거지?



안셀 : ...응


로도스 아일랜드를 통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시야를 넓히는 건 좋긴 하지만, 어쨋든 거긴 변함없이 나의 고향이야.


난 아직도 큰 굴뚝, 기계 돌아가는 소리, 광부분들의 고함 소리, 시끌벅적한 거리를 그리워 해.


아마 언젠가는 나도 로도스 아일랜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 거기에서 의사가 될 거야.



에이프릴 : 그렇구나...


안셀 : 왜?


에이프릴 : 아무것도 아냐. 단지 좀, 생각해봤거든.


나도 말로만 림 빌리턴이 그립지 않다고 하지만, 실은 돌아가고 싶은게 아닐까 해서.


안셀, 내 코드네임이 어디서 따왔는지 알아?



안셀 : 이름 그대로 4월 아냐?



에이프릴 : 맞아. 또 그렇지도 않고. 이건 사실 봄에 관련된 어느 노래의 이름이야.


난 줄곧 림 빌리턴을 싫어한다고 진절머리 나게 말해왔어.


내 기억 속의 고향은 늘 희뿌옇고 새까맣게 꽉 차서 숨막혀 죽을 정도야.


광석병에 걸리기 이전의 삶도 녹록치 않았지.


매일 회사에 가서 보고하고, 일이 있으면 무리를 따라 나가고.


돈은 벌지만 형편은 좋지 않고, 나갔다하면 짧게는 십여 일, 길게는 한두 달 떠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녔어.


일이 없을 때도 난 딱히 하고 싶은게 없었고.


좋아하는 밴드는 모두 다른 나라에 있고, 원하는 화장품도 잡지에 있는 그림의 떡이었지.


게다가 줄줄이 늘어선 공장 때문에 공기는 더 안좋아져서 항상 피부 보호 화장품에 목숨 걸고 살았지.


또 공장과 거리의 소리가 어찌나 큰지 한밤중에 자주 깨기도 했고.


넌 못믿겠지만, 집안 시설도 나빠서 언제는 물이 없어서 먹는 물 반, 씻는 물 반 이렇게 나누기도 했다니까!




안셀 : 어, 그건 좀 안좋은 기억이긴 하네....


에이프릴 : 하지만, 또 막상 생각해보면 좋은 일들도 있었어.


회사는 물론 자기한테 돈이 되니까 였지만, 나를 오랫동안 보살펴 줬고, 윗분들은 날 뭘로 보는지 모르겠지만,


이에 대해 물었을 때 그 사람 표정은 두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였지.


이웃들에게도 도움을 줬었고, 받기도 했지. 윗층에 사시던 성질 더러운 고약한 페로 할아버지는


내가 광석병에 걸렸다는 걸 아신 후에는 가끔 나에게 요리를 해주시고는 했어.


아, 근데 아랫층의 로로아 할머니는 정말 짜증났어. 날 보자마자 침을 뱉는거 있지?


아랫층의 슈퍼마켓에서 파는 음식들도 아주 맛있었고, 거기서 파는 완자는 다른 곳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맛이었어.


물론, 어릴 때 엄마 아빠랑 같이 살던 시절도 아주 즐거웠고.



에이프릴 : 알았다! 이거 추억보정이네!


안셀 : 하하하, 설마


그래도 난 우리는 결국 자기 출신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해.


난 로도스에 온 후로 이 땅은 더 넓고, 더 멋진 생활방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다른 일도 하고 싶기도 해. 예를 들면, 근위나 술사가 되거나, 혹은 문서작업도 해보고 싶어.


새로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됐어. 누구도 날 막지 못해.


하지만 결국 난 계속 의사로 일하고 있지.


난 림 빌리턴에서 태어나 자랐고, 어느날 기억상실증처럼 기억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리지 않는 이상, 나는 내 과거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에이프릴 : 기억상실증이라 하니, 박사도 기억상실증이라면서?


안셀 : 아, 응. 딱히 숨길 필요 없는거네.


에이프릴 : 그럼 안셀 네 말대로 라면, 박사도 새로운 삶을 택할 수 있다는 거네?



안셀 : ...그건 장담할 순 없어.


난 박사님의 과거를 잘 모르지만, 아미야 씨와 켈시 의사 선생님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고 있어.


내 생각에는 박사님에게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을 듯 해.


그도 그렇겠지. 설명이 기억이 날아간다 한들, 우린 여전히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에이프릴 : 어! 화제가 고향에서 과거로 변해버렸네.


하지만, 고향도 한 사람의 과거의 가장 중요한 일부분이니까.



안셀 : 맞아, 난 고향 자체 보다는 고향에서 보낸 시간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그것들을 떨쳐 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받아들이는 걸 택했어.


그럼, 너는?



에이프릴 : 나는....응. 모르겠어. 아직 깊게 생각 안해봤어.


안셀 : 괜찮아. 우린 아직 어리고,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많으니까.



에이프릴 : 그래도 그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림 빌리턴을 버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만약 계속 그곳에서 살 수 있다면, 나는 계속 거기서 살았을 거야. 떠날 수 없지.


감염자가 된 건 나에게 많은 시련을 줬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림 빌리턴을 증오한다고 말할 자신은 없어.



안셀 : 그렇지 그렇지, 한 사람이 감염자가 됐다고 해서 그 사람을 대하는게 한순간에 변할 수는 없는 거니까.


이건 너가 로도스에서 더 오래 지내고 나서 더 크게 느끼리라 생각 돼. 지금은 단지, 고향과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할 뿐이니까.



에이프릴 : 응, 어쩃든 내 생각에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듯 해.


난 여전히 림 빌리턴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난 내가 지내던 아파트의 천장을 영영 못 잊을 듯 해.


내가 살던 곳은 그리 높지 않고, 주변에는 더 높은 건물들이 즐비했지.


가끔 그 건물들이 울타리처럼 날 가두고, 그 위의 하늘만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풍경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이게 오히려 나에겐 안도감을 줬어.


난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고, 선택지가 많은 것도 좋아하지 않아.


그런 좁지만 아늑한 느낌은 오히려 좋았어.



난 주변을 빙 돌아보며 사람들이 뭘 하나 둘러보고, 언제는 웃겨 뒤집어질만한 일들이 있는가 하면, 없는 날이라도 모든게 좋았어.


그런 뒤, 아파트 옥상 중앙에 누워서 이어폰을 꽂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에이프릴> 을 들으며 달콤한 잠을 청했지.


꿀잠 자고 나면, 대부분 걱정거리들이 사라졌었어.



안셀 : 듣는 것 만으로도 좋은걸.


에이프릴 : 그래, 나도 가끔 그런 느낌을 주는 곳에서 자고 싶은데, 로도스의 갑판은 너무 넓어서 그 느낌이 안 살아.


안셀 : 클로저 라는 대원을 찾을 수 있을거야. 게으름 피우는 데에는 일가견 있는 분이야.


에이프릴 : ㄹㅇ? 클로저 라는 대원을 찾을 수 있으면 너무 좋겠는데! 꼭 물어볼께!


이렇게 말하고보니, 확실히,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생기네. 너가 바람 넣었어~



안셀 : 하하, 미안하게 됐네


에이프릴 : 하지만 당분간은 포기해야지. 난 아직 신입이니까 갓 입사 해놓고 휴가 신청하는 건 좀 그렇지.


아 ! 생각났다! 안셀, 너가 편지 부탁하던 메신저, 벌써 가버렸어?



안셀 : 아마 아직 있을꺼야. 내일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에이프릴 : 좋았어! 그럼 내가 찾아볼께!




(잠시 후)




에이프릴 : 메신저님~~ 혹시 림 빌리턴으로 가시나요?


메신저 : 응, 카우투스 아가씨, 편지 한 통 쓸래?


에이프릴 : 에이프릴 이라고 불러줘. 편지를 부치려고 온 건 아니지만,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어?


메신저 : 뭔데?


에이프릴 : 림 빌리턴에 도착하면, 거기서 가자아아앙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사진 한 장 찍어 줄 수 있나요?


메신저 : 응? 뭔가 요상한 부탁이긴 한데....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찍어줄게.


에이프릴 : 고맙습니다! 번거롭게 했네요.


고향은 옛날의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평범하진 않을거야.


아, 그래. 이러기 보다는 클로저 라는 사람을 먼저 찾는게 낫겠다.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미련 가지기 보다는, 지금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좋은 곳이 있는 지 알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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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 안셀사월 & 떡밥 없음 & 충분히 무게 있는 대화주제


진짜 켈시 화법이랑 해묘식 떡밥짓거리만 없으면 갓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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