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했습니다. '국제'정치학과는 무관합니다만은, 이게 제 업인 관계로 최근 북한 지도부 변동에 대해서 한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사실 위에 올린 보고서 내용 재탕인데, 어차피 내가 올린거 다들 관심도 없고 활용도 안할거 알고 있음으로 그나마 좀 반응이 있을 여기에서 재탕해보겠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위원 선거 결과

후보위원에서 위원 승진: 심홍빈, 조용덕, 정용남, 리창길, 한명수, 명송철,

위원으로 직접 보선: 박정천, 박성철, 최준호, 김정식, 전일호, 김명훈, 장창하, 고병현, 류상훈, 김철원, 김영환.

※ 박정천, 박성철, 김정식, 장창하, 김영환 등은 모두 직무 해임으로 당중앙위원회에서 해임된 인물들인데 이번에 다시 요직을 맡으면서 당중앙위원회로 복귀함.


후보위원 보선: 김용수, 조영철, 리충길, 안경근, 리순철, 김광진, 백민광, 정성길, 옥창국, 국명호, 리상도, 김경준, 정무림, 김영춘, 박명호, 김철남, 최경남, 김정수, 리경일, 김정길.

※ 리충길(국가과학기술위원장), 안경근(기계공업상), 리순철(국가건설감독상), 김광진(수매량정상), 백민광(중앙은행 총재), 국명호(철도상), 리상도(채취공업상), 김경준(국토환경보호상), 정무림(보건상), 김영춘(자강도 인민위원장) 등은 새로운 직무 임명에 따른 보선이 확인됨. 이중에서 안경근, 리순철, 김광진, 백민광은 지난 최고인민회의 14기 9차 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며 국토환경보호상 전철수는 임시 인선이었는지 2개월만에 해임됨. 리충길(2023년 2월 해임)과 김경준(2021년 6월 해임)은 직무 해임 후 다시 내각에 복귀한 경우임.


정치국 후보위원 → 위원 승진: 조춘룡.

※ 당 군수공업비서를 겸임함에 따라 승진.


정치국 위원 → 후보위원 강등: 리영길.

※ 12시에 공개된 영상 보고 뒤늦게 확인한 것인데, 총참모장으로 조동되면서 리영길이 후보위원으로 강등당했군요. 아무래도 군정은 당에서 할 것이니 군령권자들에겐 정책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국 위원 보선: 박정천, 전현철.

※ 각각 군정비서 겸 군정지도부장, 경제비서 겸 경제부장에 임명되면서 지도부에 복귀. 두 사람은 모두 과거에 당 비서로 정치국에 속해 있다가 해임 후 복귀한 경우임.


정치국 위원 해임이 확인된 인물은 전 총참모장 박수일. 그런데 비서에서 해임된 리병철과 오수용은 모두 대회 집행부에 잔류했으며, 분과별 협의회도 지도함에 따라 정치국 위원에 잔류한 것으로 보임. 김영철처럼 일시적인 잔류인지 아니면 이들의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인선인지는 향후 전원회의를 지켜봐야할듯.


정치국 후보위원 보선: 김철삼.

※ 남포시 당위원장, 함경북도 책임비서를 역임한 지방행정의 전문가. 지방에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서 이번에 새로 규률조사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보임. 규률조사부장 임명에 따라 정치국 후보위원 및 당중앙검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됨.


정치국 후보위원 해임: 우상철, 김상건.

두 사람 모두 직무에 해임에 따른 소환. 그런데 우상철의 후임 김철원은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거되지 못하였는데 이는 중앙검찰소의 위상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임.


당중앙위원회 비서 선거: 박정천, 조춘룡, 전현철.

당중앙위원회 비서 해임: 리영길, 리병철, 오수용.

※ 리영길의 경우 총참모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비서에서 행정상의 이유로 해임됨. 리병철과 오수용은 고령으로 인한 일선 후퇴로 보임.


당 부장 인선:

간부부장: 공석 → 김재룡

※ 간부부장의 경우 2022년 6월경 전임 간부부장 허철만이 해임된 이후 공석이었음. 김정은이 오랫동안 물색한 끝에 간부문제의 전문가인 김재룡에게 더 권한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임.


경제부장: 오수용 → 전현철

선전선동부장: 공석 → 주창일

※ 선전선동부장 주창일은 2021년 6월에 이미 선전선동부장에 임명된 상태였는데 2023년 6월 이후 실종되었다가 최근에 서열이 굉장히 낮아진 상태로 공개석상에 복귀하였음. 업무상 실수를 저질러 혁명화를 다녀왔다가 최근에 용서를 받은 것으로 보임.

규률조사부장: 김상건 → 김철삼

농업부장: 리철만 → 주철규

※ 주철규는 원래 부총리 겸 농업위원장인데, 리철만과 자리를 맞바꾸었음.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영길 → 박정천

※ 리영길의 총참모장 임명에 따른 행정적인 인선. 보도는 되지 않았으나 군사위원 박수일이 소환되었을 것으로 보임.


당중앙검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상건 → 김철삼

※ 규률조사부장 해임에 따른 행정적 교체.


검사위원 보선: 최준호(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철원(중앙검찰소장)

※ 김철원은 우상철의 해임에 따른 행정적 보선, 최준호는 확실치 않으나 기존 검사위원 리경철이 평안남도 책임비서에 새로 임명된 자리를 메운 것이 아닌가 추정됨. 당중앙검사위원회에서 조직지도부의 비중이 증가한 것에서 조직지도부의 위상 강화가 확인됨.


도당 책임비서

함경북도: 김철삼 → 김영환

※ 김영환은 과거 량강도 당위원장, 평양시 책임비서를 지냈으며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지낸 김정은 측근 출신. 2022년 12월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해임되었는데, 김철삼이 중앙으로 영전함에 따라 지방당으로 파견된 것으로 보임.


평안북도: 문경덕 → 박성철

※ 문경덕은 평양시 책임비서를 지냈으며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져 2014년 4월에 숙청되었다가 2018년에 복귀하였음. 이후 5년간 도정을 잘 이끌었음에도 60대 후반의 나이로 인해 소환된 것으로 추정. 그 후임자인 박성철은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출신으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측근 출신임. 원래 황해남도 책임비서를 지내다가 2022년 12월,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성과 부진으로 해임됐으나 이번에 용서를 받고 복귀한 것으로 보임.


내각인선

부총리 겸 농업위원장: 주철규 → 리철만

※ 리철만은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2년에 이미 부총리 겸 농업상을 지낸 바가 있음. 강등인지 행정적인 이동인지는 불명이지만 자연스러운 인선의 일환으로 보임.


경공업 부총리: 리성학 → 김명훈

※ 이번 전원회의의 의정이 경공업 문제였던 것을 보면 경공업 담당 부총리 리성학이 성과 부진으로 경질된 것으로 보임. 후임 부총리 김명훈은 경공업부 부부장을 지낸 경공업 문제의 전문가.


국토환경보호상: 전철수 → 김경준

※ 김경준은 2013-2021년 사이 8년이나 국토환경보호상을 지낸 환경문제의 베테랑임. 남북정상회담에도 배석. 2021년 6월에 해임되었으나 이번에 다시 복귀하였음. 전철수는 전술한 대로 지난 최고인민회의 14기 9차 회의에서 임명되었으나 2개월만에 경질되었음.


철도상: 장춘성 → 국명호

보건상: 최경철 → 정무림

채취공업상: 김철수 → 리상도

※ 성과 부진으로 인한 신규 인물 임명으로 추정. 경향신문에서 안석간석지 붕괴사건의 후속조치로 인한 교체라는 추정을 하였으나 (https://www.khan.co.kr/politics/north-korea/article/202312311418011) 이는 완전히 잘못된 해석임. 관련한 인선은 이미 최고인민회의 14기 9차 회의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번에 교체된 장관들은 해당 사건과 무관한 분야의 인물들임.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리두일 → 리충길

※ 리충길은 2016년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낸 베테랑. 2022년에 과학교육부장까지 영전하였으나 2023년 2월에 해임되었음. 하지만 이번에 다시 기존의 자리로 복귀하였음.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총장: 전일호

제2경제위원장: 고병현

※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공업부 산하 무기 개발을 맡는 주요 기구임. 원래 오수용에 제2경제위원장이었으나 경제비서로 이동 후 누가 위원장이었는지 불분명하였는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것으로 보임.


전일호와 고병현 모두 군수공업문제의 전문가 출신으로, 전일호는 과거 7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을 지낸 적도 있음.





여기서부터 보고서엔 넣지 않은 제 개인 감상입니다.

정은이의 길들이기성, 보은성 인선이 매우 두드러진 회의였습니다. 박정천, 전현철, 주창일, 박성철, 김영환, 리충길, 김경준 등이 해임 후 복귀에 성공하였습니다. 사고 치면 혁명화 보내서 굴리고 다시 자리를 주는 패턴이 자주 보이는데, 경제비서의 경우에는 무슨 6개월마다 같은 사람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습니다.


한편 김정은을 집권 초기부터 보좌해온 애들은 사고 쳐도 정은이가 이렇게 용서도 해주고 요직도 척척 준다는 점에서 정은이가 친위내각 사람들에겐 무르다는 것이 다시금 입증됐습니다. 자신 정권 유지에 필요한 핵심 승리연합 일원들이니 까불면 매운 맛은 봐도 내치진 않겠다는 식으로 안심시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덕훈 총리가 그리 욕을 먹고도 이번에 자리도 보전하고 벤츠 리무진도 하사받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질적 보상도 롸끈하게 주는 것 같습니다.


갠적 소감으론 정은이가 핵심 지도간부들도 부추 베듯이 잘라버릴 순 있지만 걔들이 자신의 집권공신지아 권력유지의 원천인 점 + 그렇게 마구 자르면 결국 대체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걸 알고 해임 - 복귀의 싸이클을 도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이거 관련해서 흐루쇼프와 김정은을 비교한 "모욕의 리더십"이란 논문을 쓸 계획인데 언제 가능할랑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