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술자리가 길어지고 있던 와중, 레딘이 문득 꺼낸 말에 엘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레딘."




"다들 그러지 않아? 크리스는 그러던데 말이야."




"그러니까.. 거사를 치르고 난 후에 크리스 씨가 물구나무를 서고 계셨다고?"




"그래. 안 그러면 하반신이 뻐근해진다던가? 그 왜, 동방의 요가 동작 중 하나라고 하던데."




말을 마친 레딘은 테이블에 놓인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의문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자기가 꺼낸 말을 상식처럼 여기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런 게 있나? 난생 처음 듣는 소리인데."




"시골 성녀부터 공주까지 전부 섭렵해봤지만, 그런 말은 나도 처음이야."




엘윈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 옆에 있던 디하르트도 말을 거들었다.




두 주인공들에게는 그야말로 금시초문이었던 것이다.






"하하. 자네들 뭘 모르는 구만. 원래 처녀 때는 밤일에 대한 통증이 크다네. 그래서 그렇게 몸을 풀어줘야하는 것이지."




두 사람의 반응에 레딘은 털털한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이 신입을 다그치는 듯한, 미묘하게 잘난 척하는 느낌이 나는 목소리였다.




마치 '너흰 아직 여자를 모르는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의.






"...그런가?"




"그런 거라네. 자네들은 아직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군 그래."




엘윈이 의뭉스런 표정으로 말하자 레딘은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말했다.




디하르트와 엘윈은 내심 찝찝했으나 굳이 반론을 하진 않았다.




의문이 남긴 하지만 그렇다고 언쟁을 벌일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각자 다른 시대를 보내왔고, 세세한 문화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들도 물구나무를 서는 이유에 대해선 딱히 떠오르는 바가 없었으니, 제대로 반론을 할래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던 중, 테이블 구석에서 잔을 만지작거리던 란디우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뭐... 저희랑 달리 레딘 씨는 왕족이시니까요.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잠깐 동안의 정적.




란디우스의 말은 도화선이 되었고,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이 진실에 도달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진실을 헤아린 순간, 엘윈과 디하르트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소리없는 경악, 그리고 약간의 동정.




그들의 시선 속에서 레딘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문득 자신이 이 남자의 후손이라는 것을 떠올린 엘윈의 얼굴에 잠시 혐오의 기색이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