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뒤적



유미는 자신의 손목을 묶고 있던 수갑이 풀리자 가방에 몇 가지 짐을 챙기면서 떠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우리랑 같이 움직일 생각은 없어?"



애니는 팔짱을 낀체 물었다, 짐을 챙기는 것을 볼때 나름 이리저리 떠도는 이런 생활에 익숙한 모양이니 같이 다니면 좋을 것 같았기 떄문이다.



"...딱히요, 어차피 제가 여러분에게 드릴것도 여러분이 저에게 줄 것도 없는데 그냥 여기서 헤어지는 걸로 하죠,



여기는 여러분이 쓰세요, 남은 물품들도 마음대로 쓰시고요, 모든 출입구에는 유리조각들이 있으니 누가 들어올려고 하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거예요."



그런 애니의 말을 무심하게 답하는 유미



"저기 그러면 혹시 절대방위지역은 어떻게된건지 알아?"



그의 질문에 유미는 잠시 짐을 챙기는 것을 멈추고는 조금 씁쓸하다는 눈치로 답했다.



"...무너졌어요, 이 섬은... 더 이상 남은게 없는거죠, 폐허와 철충 제외하면요."



" "..." "



절대방위지역이 무너졌다는 말에 둘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안전을 위해서 이곳까지 왔건만 결국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였으니



"그래도 너무 침울해하지는 마세요, 이 섬을 중심으로 한 2차 방어선은 무너졌지만 아직 이 섬과 이어진 섬들은 안 무너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둘의 안색을 눈치챈 유미가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무너졌을수도 있다는 의미잖아"



애니가 그 불확신한 대답에 조금 한탄하는 듯 반응했지만



"아닐 수도 있죠.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말자고요, 우리모두"



이제는 이별이라는 듯 작게 손을 흔들고는 삼마트를 걸어 나서기 시작했다.



"너도 그러길 바랄게"



"..."



그가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저 폐허 속으로 사라졌다.













[저격수......]



"히익....!"



피로 써진 글씨의 마지막에는 한 남성의 시체가 있었다, 두개골에 관톤상을 입어서 머리가 터진 끔찍한 몰골이었다.



[사원증


커넥터 유미]



지옥이라 생각한 곳에서 도망쳐왔건만 그 지옥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던 것인지 잊고 있었다.



"...후우"



하지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차라리 목을 메달고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 이 앞에 죽음의 위험들이 도사려도 괜찮다.



'...가자!'



그저 그 지옥에서 도망쳐 살고싶다는 그 마지막 희망이



-타닷



짓밟히는 것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일테니까










[ㅓㄱ수......]



시체는 오래전에 썩어서 사라졌고 벽에 있던 글씨는 지워지고 벽이 무너지며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반짝



유미는 기둥에 몸을 숨긴체 작은 거울만 기둥밖으로 내밀어서 주변을 살핀다.



그녀는 더 이상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없는 모양이네'



만약 그녀가 있었다면 이 거울을 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숨을 만한 위치들에도 움직임이 없다.



그 다음에서야 기둥을 빠져나와 몸을 낮춘체 움직이기 시작한다.



-턱



자동차 잔해의 뒤나 AGS 정확히는 철충에 감염된 AGS들의 잔해를 엄폐물 삼아서 빠르게 이동한다.



"..."



문득 그녀의 시야에 바닥에 생긴 작은 총탄구멍이 하나 보였다.



그녀에게는 평범한 총탄 구멍이 아니었다.











"커억....컥...!"



'죽을것 같아...'



아프다, 몸이 불타고 있는 것 같다.



머리로는 지금 당장 어디로든 기어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의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츄악!



목에서는 한껏 피가 울컥거리며 올라오고 있고 그녀의 양손의 그곳을 막으려는 노력을 무시하며 힘차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목에 맞았다, 과다 출혈이고 살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반짝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무렵 건물 옥상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반사광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게 나를 쏜 저격수구나 그녀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이오....로이드인가요....'



형상같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철충은 분명히 아니었고 가능한 경우의 수는 사실상 단 하나 뿐이다.



'...제가 당신을 알고있을까요...당신은 나를 알고있을까요....'



알 수 없다.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말했지만



그녀들도 자신을 모르고



자신도 그녀들을 몰랐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래도 다행이다.



'여러분은 자격이 있어요.'



그저 살고싶다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을 짓밟을 권리가 



그녀들 한테는 있으니까



"커흑....고...마...컬럭...워요...."



말소리는 전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말을 하고싶은 것도 짓밟히는게 자신에게 어울릴테니까



'눈이....'



그렇게 눈을 감았다.











'....여긴'



눈을 뜨고서 다시 본 세상의 모습에 그녀는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중얼거리려고했다.



'...붕대?'



자신의 목은 붕대로 치료 되어있었고 동시에 그것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치료한 것인가, 



하지만 어떻게? 저격수가 보고있었을텐데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와서 치료해줄 수 있었던 것일까?



-덜컥


"!"



같은 의문들이 유미의 머리속을 가득 채웠을때, 방문이 열렸다.



"...어, 깨어났구나?"



그녀는 달콤한 냄새가 나는 따뜻한 핫초코 한잔과 함께 나타났었다.



그녀의 모습을 딱 한마디로 말하자면....



'소...녀?'



분홍머리의 소녀










-...



'새로운 잔해'



이전에 없던 램파트 잔해다,



길게 잡아도 2시간 이내에 생긴 것이니 그녀가 위치를 바꾸지 않았다면 이곳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러면....저기뿐이야'



운이 좋다, 그녀가 있을만한 곳은 이곳에는 하나 뿐이다.



저 5층 건물의 옥상이 이곳에서는 그녀가 자리잡을 만한 유일한 곳이다, 지금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아직 저곳에 있을 수 있다.



-샤샥



이동은 이전과 같았다, 몸을 낮추고 조용하게 엄폐물 뒤로만 움직인다.



그저 이전보다 좀 더 빠르게










-스슥...슥



스케치 북 위서에 연필을 움직인다.



스케치 북이라니... 



[너는 누구야?]



다 적고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아! 내 소개가 늦었지? 응. 내 이름은....


....그 기억이 안나"



분홍머리의 소녀는 무안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는데 그 모습이 약간 미안해하는 어린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분명히 바이오로이드이기는 한데...'



딱히 특별할거 없는 옷과 어디서 주워입은 듯한 찢어진 외투 후즐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런 의상과는 상반되는 분홍색의 긴 땋은 머리나 분홍색 눈 유달리 돋보이는 송곳니까지



친구 역할을 해주는 바이오로이드 아닐까? 예측할 뿐이다.



-스슥



하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어떻게 날 구한거야? 저격수가 있었는데]



분홍 머리의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했다.



"그...내가 갔을때 저격수는 이미 사라졌던 모양이야"



"..."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던 걸일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그 글씨앞의 시체는 확인 사살까지 했던 모양인데 자신은 왜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이지 



저격수의 변덕이었던 것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그녀는 모른다.



"지금은 다른거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여기는 안전하니까


음식을 씹기는 힘들 것 같아서 핫초코로 만들어왔어"



분홍머리의 소녀는 웃어보이며 그녀에게 머그컵에 담긴 핫초코를 건냈다.



약간 식어서 딱 먹기가 좋아 보인다.



-...스슥



천천히 자신의 진심을 담아서 한마디를 적어낸다.



[살려줘서 고마워]











-덜컥



옥상의 문 앞에 서며 유미는 아껴뒀던 연막탄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정도라면 충분히 쓸 가치가 있다.



'하나...둘...


...셋!'


-달칵 휙!



연막탄을 문 너머로 던져버리고는 곧바로 자신의 야구 방망이를 꺼내들었다.



-푸슝...슈우우우우~!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한 연막, 그녀는 그 연막에 몸을 숨기면서 거침없이 달려나갔다.












-...



난간에 세워져 있는 탄피 하나



이곳에도 그녀는 없었다 그저 그녀의 흔적만 남아있었을 뿐



결국 또 실패하고 말았다.



"...까득"



물론 포기할 생각 같은 것은 없다.



마지막 희망의 불꽃을 무심하게 바라만 볼 수는 없으니까













-치직


"이프리트? 켈베로스? 아무나 응답해"



"계속 연락이 안되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애니는 자신의 무전기 안테나를 이리저리 만저보면서 계속해서 통신을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침묵이 이어졌다.



"어쩌면 무선 침묵을 하는 중일지도요."



무선 침묵, 간단하게 말해서 도청 위험 때문에 그 어떠한 통신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철충이 통신을 감청했다는 기록이 존재하니 그에 대비해 무선 침묵을 유지 중일 수도 있습니다."



셀주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애니는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닐거야, 켈베로스와 나만 알고 있는 암구호가 있는데, 만약에 감청당하고 있다면 그 암구호로 어떻게든 알려줬을 거야"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그러면...지금 이 섬은 통신이 안되는건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에 철충이 전자전 장비가 장착된 AGS를 감염시켰다면 통신 차단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셀주크의 설명에 애니는 조금 놀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 큰일이예요! 아시다시피 지금 서로의 위치도 모르는 상황인데, 통신이 안되면 저희 모두 낙동강 오래알 신세라고요."



하지만 그에 질세라 그의 얼굴이 사색이되었다.



"...켈베로스가 위험해"



"....아!"



이제는 애니도 마찬가지



통신이 안된다면 켈베로스는 이프리트의 화력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철충의 공세를 홀몸으로 막아서야하는 것을 불 보듯 뻔한 상황



"애니! 어서..."



곧바로 자신의 무기를 챙겨 나서려던 그를 애니가 붙잡았다.



"자, 잠깐 안되요!"



"애니, 켈베로스가 위험하다고!"



"알아요 안다고요! 하지만..."



서로의 언성이 높아져갈때 셀주크가 끼어들었다.



-"인간님, 이성적으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셀주크..."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습니다, 지금 저희가 다시 다리쪽으로 이동한다고해도 이미 전부 끝난지 오래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리고 다리 쪽으로 갔다가 철충들이 이끌려온다면 이프리트의 안전도 위헙받고 브라우니와 하베트롯의 합류 마저도 힘들어집니다."



늘 그래왔듯이 참으로 냉철하다.



동시에 논리적이다, 뭐라 반박하기 힘들정도로



"...맞는 말이예요."



애니는 표정을 숨겼다.



-"켈베로스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차가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무엇보다 차가운 그 말에 그는 순간 의문이 들었다.



"...혹시 감정 모듈은 뭐라고 말했어?"



셀주크는 잠시동안 답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이성 모듈과 답이 같습니다."



답은 같았다.



그저 이성 모듈보다 켈베로스를 더 믿을 뿐이다.



"...제길"



그는 무력감에 욕설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콰앙~!



램파트가 근전한 켈베로스를 방패로 공격하려 시도했으나 오히려 켈베로스의 방패에 자신이 조각나버렸다.



-타타타탕!



-패패패팽!



나이트칙의 기습적인 사격에도 재빠르게 방패로 막아버리는 켈베로스



-파지직~!



곧바로 자신의 전기충격봉을 준비하고는 나이트칙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그게 정말 네놈들의 전부야?!"



광기어린 눈빛 사이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미소가 보였다.



-이잉~! 철컹!



처음봤던 17마리보다 더 많은 철충들이 다가오고있었지만



-콰지지직~!



그저 말 그대로 숫자가 늘어났을 뿐이다.



"그래, 


이 순간을 위해서 나는 살아있었던거야"



인간님을 지키기 위해서 죽여야 할 철충의 숫자가 말이다.














따뜻하다.



마치 그의 품속에 파묻혀 잠든 것만 같다.



이보다 더 달콤하고 폭신한게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초콜릿으로 만든 케이크도 이것보다는 못할 것이다.



이대로 잠들어버리고 싶다.



...



......



아니, 아니야



어서 일어나, 달콤한 잠에 드는거는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


!"



'얼마나 잠들어 있던거지? 내 박격포는......여기는 어디야?'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박격포와 단말기를 찾으려던 그녀였지만 순간 움찔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소파 위에 얇은 이불 하나를 걸치고 있는 자신과 조명이 살짝씩 깜빡이고 있는 조금 으스스한 공간



'내가 왜.....'



잠에 든것은 기억이 나지만 왜 내가 이런 곳에 있는거지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애니나 그가 자신을 부축해준 것일까?



-덜컥


"!"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곳 문을 열고들어온 한 소녀에 의해서 사라졌다.



"깨어났어? 다행이다..."



소녀는 달콤한 냄새가 나는 따뜻한 핫초코 한잔과 함께 나타났었다.



"너는....누구야?"



그녀의 물음에 소녀를 살짝 웃어보이며 답했다.



"아, 소개가 늦었네 


응. 내 이름은 미호"



희미한 미소 사이에 소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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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 등장!


미호랑 유미 분량을 얼마나 잡아야할지가 고민이네...


사실 이 에피 다음이 사실상 마지막 에피거든 그러니 어느정도는 분량을 잡아줘야하는데 고민이다.


그리고 가장 큰 고민은 우리 미호를 어떻게 보다 더 매력적으로 묘사하는지인데... 뭐 그거는 나중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어제 안올라온 이유가 그때 봉사하고 오느라 시간이 없었어 그래서 오늘 올림


최근 느낀건데 연독률이 꽤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