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건전해요) - https://arca.live/b/lastorigin/21192630 

2(안야해요) - https://arca.live/b/lastorigin/21192664


04.


“별로 다를 건 없군요.”


레프리콘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주위를 훑듯 몇 번 두리번거리곤 나지막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냥 침실이니까. 잠만 자는데 사치부릴 필욘 없잖아.”

“잠만 주무신다라...”

“...크흠.”


상투적인 감상에 어울리는 상투적인 대답을 했을 뿐인데 재차 날아온 그녀의 말에서 날카로운 뼈가 느껴진다. 애써 헛기침을 해봤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는 듯 작게 코웃음치는 소리만 들려왔고 결국 동요를 숨기긴커녕 찔렸다는 걸 인정하는 꼴만 돼버리고 말았다.


이쪽은 당혹감이 속에 들어차는 와중인데도 신경도 쓰지않는다는양 레프리콘은 유유한 발걸음으로 방을 돌며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움직인다. 가볍게 뒷짐을 진 채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는 그 모습은 여가에 한가하게 쇼핑을 한다기보다, 마치 성급할 거 없다는 듯 여유롭게 현장을 활보하며 증거를 찾는 베테랑 형사와 같았다.


“무, 물이라도 마실래?”


꼴사납게 말을 저는 모양새가 제발을 저리는 것처럼 들릴 게 뻔했지만 이젠 당황을 감출 여력조차 없었다. 그녀가 무얼 찾고있는진 명백했다. 밤이면 밤마다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 비록 그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어구를 붙이기 우스울 정도로 다 아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부끄럽고 껄끄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그녀와의 ’일’을 바로 앞둔 상황에서 그녀가 오기 바로 전 다른 누군가와 겪은 ‘일’의 흔적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두 사람 사이 일어날, 심신 양면에서의 농밀한 상호작용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수치심에서 기인한 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순 없었지만 사사로운 염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는 것 역시 필요한 매너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


내가 한 말이지만서도 집중을 흐트러뜨리려는 의도가 다분하긴 했나보다. 레프리콘 역시 실없음을 느낀건지 대답을 하는 대신 상체까지 숙여가며 시선이 가는 범위를 구석까지 늘였고 그녀의 고개가 도는 방향을 따라가는 나의 눈도 조급함에 떨려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느리지만 면밀하게, 얼마동안 의심이 갈만한 모든 단서를 담아가는듯하던 레프리콘의 얼굴이 일순 한 객체에 꽂혔고, 그 단정한 옆얼굴이 향하는 끝에 있던 걸 확인하자마자 가슴이 내려앉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응시를 받아내던 녀석은 바로 침대 옆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이었다. 아니, 아마 쓰레기통이 아닌 휴지통이라 부르는 게 훨씬 적합할 것이다. 안에 든 거라곤 생전 매끈하고 보들보들해 본연의 순결함을 몸소 뽐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 한몸으로 토해낸 욕정들을 받아낸 끝에 말라붙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 것들뿐인 말 그대로의 휴지통. 이미 수납한계를 넘어 가파른 산줄기를 뽐내고있는 그 모습을 가로자면, 무수히 많은 새하얀 생명들이 세상에 나자마자 새하얗게 질려가며 죽어서 묻힌 그 뜨거운 참상을 떠올리게 해주는 새하얀 봉분이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여전히 그 참상을 마주보는 중인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도중이었다. 시간이 지나 문이 자동으로 지잉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공기가 빠져나가며 바람이 살짝 불더니 가장 꼭대기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휴지뭉치 하나가 떨어져 굴러간다. 그리고 자기를 봐주길 바라는 것처럼, 거짓말같이 자기 발밑에서 멈춘 녀석을 레프리콘이 주워든다. 그 순간, 얼마 전 보았던 영화의 어구가 머릿속을 스친다. 문은 항상 등 뒤에서 닫힌다 했던가. 목 뒤로 땀 한 방울이 미끄러진다. 싸늘하다.


“......”


그 갸륵함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말없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돌려가며 가볍게 쥐어보기도 하고, 코에 갖다 대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는 레프리콘. 그 모습을 보며 꽉 다문 입 속이 말라가는 걸 느끼던 중 그녀가 이쪽을 한 번 곁눈질하더니 휴지를 펼치고 오른손 검지를 박아넣는다. 마치 창틀의 먼지를 닦아내려는 것처럼 깊고 힘있게 휘어지는 손가락. 그 끝엔 미처 마르지 못했던 정열의 잔여물이 진득하게 발라져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까무러칠 지경이었지만 뒤이어 그녀가 보여준 끝없는 탐구정신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낼름-


검지 끝에 묻은 백탁액을 펴바르듯 비비고 집게처럼 늘이기를 반복하더니, 별안간 열린 두 입술 사이로 분홍빛 혓바닥이 등장해 순식간에 검지를 쭈욱 훑어올린다.


“...?”


휴지를 확인했을 때보다 훨씬 깊게, 그리고 훨씬 느리게 이루어지는 혀와 손가락의 교차운동에는 그 어떤 망설임이나 거부감이 보이질 않는다. 예상을 하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상식 밖의 광경.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한 건 한참을 입속에서 혀를 놀리던 그녀가 타인들의 체액을 자신의 타액과 함께 넘기고 난 후였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군요.”

“아, 아니! 아ㄴ...”


쪼옥-


“......”

“조금 찐득하네요. 입안에 아직 붙어있는 느낌이에요.”

“...물 떠다줄게.”


먹을만하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가락을 입으로 집어넣는 걸 보고나니 어쩐지 아무래도 상관없어져버렸다. 오늘의 그녀는 이해와 예상이라는 개념을 적용하기엔 변수의 화신같은 모양새였다. 그냥 그러려니 할 수밖에.






05.


“옷은 어디에 두면 됩니까?”

“편할 대로 해. 옷장에 걸어도 되고.”


레프리콘이 옷장으로 향했고 나는 물을 따르기 위해 냉장고를 열어 주전자를 꺼냈다. 쪼르르, 시원한 소리와 함께 컵에 냉수가 차올랐고 주전자를 도로 집어넣은 후 레프리콘에게 컵을 건내주러 가려던 때였다. 손에 쥔 컵의 주둥이까지 느지막이 파도가 치는 걸 보고있자니 잊고있던 갈증이 당겨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나. 자다 깬 만큼 수분이 날아갔을 거고 아까 그렇게 긴장을 한 탓에 등도 축축해진 데다가 입도 말라있으니. 수분 섭취는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법이니 우선 나부터 마시고 다시 따라주도록 하자. 결국 그대로 멈춰 침대에 걸쳐앉아 컵을 입으로 옮겼다.


컵을 쭈욱 기울여 시원한 냉수를 입 안 가득 머금고 그 상태로 조금씩 목으로 흘려보낸다. 생각보다 훨씬 목이 말랐는지 한 모금 한 모금 목으로 넘어갈 때마다 청량감이 전신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양 볼 가득했던 물을 모두 마시고 컵에 반 쯤 남은 물도 모조리 입안에 털어넣고 들이키는 도중이었다.


“각하.”

“으음?”


아직 물이 입안에 조금 남아있어 목을 울려 대답하곤 뒤를 돌아봤다.

  

“지퍼 좀 내려주시겠어요?”


외투를 벗은 그녀가 옷장을 등지고 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살짝 드러나보이는 옆얼굴 바라본다. 짙은 속눈썹이 사선으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고 붉게 빛나는 눈동자는 눈이 맞는 상대의 마음을 그 자신의 색보다 더 벌겋게 타오르길 재촉하듯 묘한 마력을 지닌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 아래 핥아보고싶은 작은 눈물점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각하?”


팔꿈치를 시작으로 서서히 눈을 내린다. 양 팔로 걸어올린 긴 머리는 마치 암막 같아 그 아름다운 적발 사이로 드러난 곧게 쭉 뻗은 등에 달라붙은 수트의 매끄러움이 한층 배가되어보였다. 허리 가까이 보이는 길고 옅게 패인 등줄기엔 그림자가 져 도드라졌고, 잘록한 허리와 대비를 주듯 치골을 따라 둔부로 내려가는 라인은 두터웠지만 탄탄히 잡혀 육중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군인답게 직립으로 각 잡아 선 하체였지만 그 때문에 허벅지 안쪽 사이로 깊게 진 음영에 손이 절로 움찔거려, 역시 군복의 진정한 기능성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하.”


발목에서 다시 시선을 끌어올린다. 지금껏 애써 무시했지만 역시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바로 그 부위로. 그저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오르락내리락하며 흔들리는 그것. 상체가 살짝 틀어진 정도였음에도 보이는 면적이 압도적이며 바로 위에 있는 얇은 팔 때문인지 더 크게 보이기까지 한다. 머리카락에 가리어 그림자가 진 등쪽과는 달리 거리낄 거 하나없이 빛을 한 몸에 받아 밝게 빛나는 그 자태가 성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중력의 영향으로 완만한 타원을 그리며 나아가던 라인이 어느 지점에서 뭉툭하게 솟아오르는 것도, 마음속에 또 다른 번뇌의 씨앗을 낳게 한다. 과하다. 너무 과한 자기주장이다.


“...꿀꺽.”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까놓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아담한 키에 저런 유방을 달아놓을 생각을 하다니. 그녀의 진 디자이닝을 맡은 유전학자가 어떠한 위인인지 단박에 이해하고 존경심이 들었다. 노렸다 싶을 정도의 노골적인 색기에서 범상찮은 조형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각하.”

“ㅇ, 어?! 왜?”

“슬슬 팔이 저립니다만...”

“어, 어어. 지퍼말이지?”


일어서려던 순간 손에 쥐고있던 컵이 미끄러져 떨어지며 이불이 폭, 하고 가라앉는다. 손바닥을 뒤집어보니 땀이 흥건하다. 바지에 비벼 닦아내고 발걸음을 옮긴다.


“머리카락이 걸릴 수도 있으니 천천히 내려주세요.”


그녀의 뒤에 서 붉은 커튼 사이로 손을 집어넣자 머리칼이 손등을 간질여 저도 모르게 팔이 움찔거린다. 손끝으로 조금씩 더듬어가며 지퍼를 찾아보지만 좀처럼 잡히질 않는다. 눈앞에 있는 붉은 머리꼭지의 정수리에 시선이 가는 가운데, 이유모를 달큰함이 콧속에 확 들어찬다. 순간 아찔해지며 코를 들이박고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이상하다. 분명 물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입안이 메마르는 것 같았다.


“못 찾으셨나요?”

“...아, 이건가.”

“숙이셔서 시선을 맞춰가며 내리시는 게 좋을 거에요. 끼이기 쉬워서요.”


닿을 듯 말듯하던 철쇠가 드디어 손에 잡혔고 그녀의 말을 따라 몸을 낮추자 머리칼이 이번에는 얼굴을 간질여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멍해지는 걸 참으며 머리칼을 뚫고 들어가자 목덜미가 눈앞 한가득. 미처 못 들어올린 얇은 다발들이 코끝을 스친다. 아까 느꼈던 달달한 향이 훨씬 짙게 풍긴다. 아무래도 머리에서 나는 향이었던 듯 모근에 가까워서 그런지 멍해질 정도로 강하다.


후우-

 

“읏...”

“아, 미안. 놀랐어?”


목덜미로 헛숨을 불자 순간적으로 어깨를 튕기며 묘한 소리를 흘린다. 예상 못한 귀여운 반응에 오히려 이쪽이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하아... 팔이 저리네요.”

“알았어, 미안미안.”


한숨과 함께 다시 어깨를 펴는 레프리콘. 목이 약한 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슬 잊고있었던 실감이 다시 고개를 내민다.


이제 곧,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


지이익-


한손으론 초커를 쥐고 머리카락이 끼이지 않도록 봐가며 조심스레 내리기 시작한다. 빈틈없이 피부에 달라붙는 소재라 그런지 등의 굴곡에 딱 맞춰가는 지퍼. 그 끝은 그녀의 꼬리뼈라고 생각되는 부분까지 이어져있었다. 더 내려가지 않고 앞에서 끊겼다는 느낌에 어쩐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자, 다 됐어.”

“아직이에요.”


다시 일어서자 머리를 휘날리듯 펼치며 내린 레프리콘이 고개를 틀어보며 말을 이어간다.


“벗겨주세요.”

“...?”

“시작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지셔야죠.”


올려다보는 시선이 심상찮다 싶었는데.


“싫으십니까?”

“...알았어,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기만 해.”


입꼬리를 옅게 올려 웃곤 앞으로 돌아 등을 기대는 레프리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명백해 보였다. 


“어깨에 나있는 구멍으로 우선 팔을 빼야해요.”

“왼팔부터 할게.”


수트의 팔부분은 팔목까지 이어져있었고 팔을 빼려면 그녀의 말마따나 어깨 쪽 구멍으로 팔을 집어빼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깨를 잡아 벗겨내려고 한손으론 팔꿈치를 받친 채 어깨를 빼내자 새하얀 어깨가 완전히 드러나보였고 팔과 어깨의 경계선에 살짝 튀어나와있는 어깨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별 생각없이 그걸 엄지로 살짝 쓰다듬자 간지럽다는 듯 그녀의 등이 작게 모이며 움츠러든다. 머리카락사이 드러난 왼쪽 귀끝도 붉게 물들어있는 게 보여 가슴속에 묘한 고양감이 차오른다.


“그 다음은 손목 쪽을 잡고...”


어깨가 됐으니 이제 팔을 완전히 벗겨낼 차례였다. 왼손으로 수트와 팔뚝 사이를 파고들어 팔꿈치까지 길을 냈고 손목 쪽 수트를 잡으려고 오른팔을 두르던 그때, 수트를 잡은 직후 그녀의 오른팔이 팔을 감싸더니 천천히 힘을 줘 누르기 시작한다. 때문에 공중에 떠있던 팔은 부드러운 흉부 위쪽으로 안착하고 말았고, 그녀는 팔뚝에 난 털의 감촉을 즐기려는 모양인지 천천히 손으로 훑어댄다. 


“가만있을 생각이 없구나...”

“후훗, 하던 거 계속 하시지말입니다?”


건장한 남성의 팔뚝을 가볍게 얹을 정도의 비범한 크기에도 다시 한 번 놀랐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팔이 닿으면 그 모양 그대로 밀착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을 잃지 않고 받쳐주는 안정성에 따뜻함마저 겸비하고 있다니. 이건 기대감이 차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너... 이제 보니 완전 선수잖아.”

“모듈에 나름의 지식이 입력되어있을 뿐입니다. 직접 저흴 이끌고 최전선에 나서는 사령관님들도 더러 있었으니까요.”

“......”


뭔가 어두운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지만 넘어가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리저리 낑낑댄 결과, 힘을 줄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팔의 각도를 커버하는 그 침대같은 편안함에 정신이 혼미해지면서도 무사히 두 팔 모두 벗겨낼 수 있었고, 드디어 두 어깨가 모두 드러나며 등쪽의 절개 부분도 제법 헐거워져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보이는 면적이 꽤나 늘어났다.


“이 다음은...”

“우선 초커를 완전히 풀어서 빼주세요.”


목에 달린 초커는 수트의 전체적은 핏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있는 모양이었다. 힘을 주어 벌리자 작은 기계음과 함께 관절을 따라 꺾여가던 초커는 이내 충분히 목에서 빼낼 수 있을 정도로 벌어져 손에서 떨어뜨려놓았다. 하지만 그대로 바닥을 향해 늘어져 수트가 이어져있는 허리까지 떨어질 거란 예상과는 달리, 여전히 목 앞에 매달려 그녀의 쇄골 가까이에 늘어져있을 뿐이었다.


“어라...?”

“착용감을 위해 피부에 밀착하는 소재입니다.”

“그말인즉슨...”


말없이 팔베개를 하듯 팔을 들어올려 뒤통수를 감싸는 레프리콘. 지퍼를 내리려고 자세를 잡았을 때처럼 등이 펴지며 요염하게 내려가는 라인을 그렸고, 반동으로 겨드랑이 옆에 삐져나온 그것이 단 한 번뿐이었지만 확실하게, 유유히 흔들렸다.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두르시고, 직접 수트랑 피부 사이로 손을 집어넣으셔야죠.”


상상도 못한 탈의방법. 과연 그랬던 것인가.


“...어서요.”


그래, 앞선 노력들은 모두 지금을 위해 있었을 테지.


“크흠, 그럼 시작할게.”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으로 무언의 긍정을 답하는 레프리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빼고나자 전에 없을 정도의 긴장감에 손끝이 멋대로 까딱거린다. 말은 저렇게 해도 긴장하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인지 팔과 맞닿은 어깨가 묘하게 딱딱하게 느껴졌다.

손으로 시선을 옮기려했는데 어째선지 손보단 그 아래 거대한 두 흉부만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의 두터운 손인데, 원근법이란 게 도무지 통용이 되질 않는 듯 했다. 이번이야말로 진정한 일선의 앞이다. 망설임이 그녀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초커 때문에 늘어난 옷감 사이로 느리지만 우직하게 손을 집어넣었다.


“으응...”


손바닥 전체가 가슴에 닿아 틈을 파고들기 시작한 순간 그녀가 힘없는 비음을 흘린다. 느낀다기보다는 참았던 숨을 내쉬는 것에 가깝게 옅은 날숨을 동반한 소리. 수트는 생각보다 그렇게 밀착하진 않은 모양인지 손 가는대로 수트가 벗겨져 내려간다.


“오오...”


역시 가로막을 사이에 두고 단순히 닿는 것과 피부를 통해 직접 만지는 건 비교가 되질 않았다. 가슴에서 수트를 뗴어낸다는 것보단 수트에서 가슴을 떼어낸다 게 어울릴만큼, 그녀의 가슴은 유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마치 손이 가는 걸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지닌 것처럼 부드럽게 손가락이 파고들어가는 거대한 과실을 매우 천천히, 갓난아기 다루듯 최대한 조심스런 손의 움직임만으로 벗겨낸다.  


툭-


어느 순간 초커가 그녀의 허리 부분까지 떨어져 매달린 채 허벅지 사이로 대롱거린다. 심지어 그 왕복운동이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흔들거릴 때 앞부분이 살짝 보이는 정도. 그만큼 이제야 목전에 본모습을 훤히 드러낸 상대는 말그대로 거물이었다.


“......”


드디어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본연의 거체가 베일을 벗었고, 새끼손가락 아래로 튀어나와있는 과실의 꼭지를 목격하곤 재차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한없이 부드러운 황홀함에 빠진 와중에도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적잖은 시간을 들여 올랐다 느꼈음에도 산의 정상엔 아직 도달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자 조금 전, 그녀의 뒷모습을 찬미했던 때와 비슷한 물음이 머릿속에 메아리친다. 대체 그는 어떠한 신념을 지녔기에 그의 딸이 될 것이나 다름없는 피조물에게 수박을 달아놓은 것인가.


“...조금 쉬었다 하실래요?”


충동을 당기는 것으로밖엔 들리지않는 그 말이 나를 빡 때린다. 지금 이 순간만이라면 그 누구와도 비견되지 않을 쾌락을 손에 쥐기 일보직전인데 좀스런 의문에 정신을 쏟는 것만한 천치짓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녀가 어떤 얼굴로 그런 말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그 역시 이젠 굳이 알 필요가 없고 괜한 유추를 할 재간도 없었다.


“햐앙...!”


대답을 하는 대신 우악스레 두 유방을 움켜쥐자 고통과 당혹이 섞인 비릿한 탄성이 튀어져나온다. 자신의 가슴에 대한 추잡한 손놀림을 멈추지 않는 팔을 감싸며 황급히 올려다봤지만 눈이 맞는 순간 일변한 공기를 느낀 듯 숨을 들이삼킨다. 레프리콘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낯설고 기묘한 감각에 몸을 떨면서도 토하듯 숨과 말을 뱉어낸다.


“흐읏, 각하...?”


나의 미진한 언동 하나하나의 저변에 깔려 추진을 혼탁케 하던 불온한 이성은 이제 그 자리를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통찰을 지닌 욕망에게 빼앗길 것이다.

적어도 내가 만족을 할 때까진.






06.


무언으로 막을 올린 격정적이고도 파렴치한 집중공세는 침대로 자리를 옮겨 계속됐다. 사령관은 뒤에서 끌어안은 자세로 그대로 그녀를 끌고 가 침대에 안착해 함께 앉곤 집요한 그 손놀림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힉, 흐응...!”

 

손가락을 최대한 벌린 후 그 사이로 삐져나올 만큼 두 유방을 거세게 움켜쥐다가도 중량감을 맛보려는 듯 아랫가슴이 접히는 곳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쓸어올려 유두를 스치길 몇 차례 반복하고, 모유를 촉진하는 동작처럼 가슴의 뿌리부분부터 시작해 유두 쪽으로 힘주어 천천히 쥐어짜더니 그 후엔 손바닥을 이용해 납작하게 만들곤 손끝만을 이용해 눌러가며 그 모양이 변해가는 걸 즐긴다. 유두만 자극 할 때에는, 한쪽은 가슴 앞쪽을 늘여 가볍게 쥐곤 검지 손톱으로 그 끝만 톡톡 찌르듯 건들거나 발딱 선 젖꼭지 끝에 인을 찍는 것처럼 검지를 갖다대고 빙글빙글 돌리는 정도였지만 반대쪽은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커다란 유륜이 접히려는 게 보일 정도로 세게 쥐어 비틀거나 유두를 최대한 멀리 당기다 순식간에 놓길 반복하는 등 격한 자극을 가하려는 의도가 명백한 애무가 섞여있었다. 


“으읏, 으으...! ㄱ, 각, ㅎ... 하앙!”


처음엔 고통의 지분이 높은 신음성을 주로 흘리던 레프리콘이었지만 점점 소리가 터져나오는 주기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분명 몇몇 손동작들은 여전히 아픔을 수반하고 있었고 가끔은 너무 심한 나머지 온 등근육이 굳어버리는 느낌과 함께 비명이 새어나갈 뻔했지만, 그 격통을 참아낸 이후엔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지더니 발끝까지 전기가 통한 것마냥 저릿, 하고 튀어오르며 여태 경험해 본 적 없는 몽롱함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흐, 흐읏... 우으, 헤으으... 에헥! 흐에...”

벌써 수십 분이 지났건만 사령관은 질리지도 않는지 그녀의 가슴을 희롱하는 데에 열중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어딘가 망가지는 게 아닐까싶어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도 해봤지만, 실낱같은 정신의 끈을 가까스로 잡을 때마다 사령관이 목을 핥으며 빨아대는 통에 번번이 다리의 힘이 풀리기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레프리콘은 어느새 몸을 비비꼬고 턱 아래로 침까지 흘려가며 자신의 돌기에 가해지는 자극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고, 이젠 강약조절같은 건 집어치우고 자신의 유두를 있는 힘껏 쥐어짜줬으면 하는 바람마저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하던 때였다.


“응흣, 하으... ㅇ, 으믑, 으읍!?”


집요하게 가슴을 괴롭히던 손길이 드디어 잦아드는가 싶어 옅게만 쉬던 숨을 오랜만에 깊게 몰아쉬려 했지만, 폐에 채 다 들이차기도 전에 그녀의 볼을 잡고 돌린 사령관이 입을 맞춰왔다. 양 입술을 마주 댄 채로 난데없이 침입한 혀끝이 앞니를 톡톡 건드리고 치열을 훑어가며 간을 보는 듯하더니, 그것으론 만족스럽지 않다는양 레프리콘의 턱을 쥔 손에 힘을 줘 강제로 그녀의 입을 벌렸다.


“흐, 흐으ㅂ.. 하앗, 흐ㅇ, 읍...!”


볼에 느껴지는 아픔에 저절로 턱이 내려가기 무섭게 침냄새가 확 풍기며 물컹한 혀가 치고들어온다. 자신의 것이 아님이 확연히 느껴지는 타액이 입안에 가득 들어차 섞여가고, 입안 이곳저곳을 게걸스럽게 들쑤시던 녀석은 드디어 먹잇감을 포착했는지 그녀의 혓바닥으로 달려들 듯 감겨온다.


“...흐응, 츕, 하읍...”


이번엔 그녀의 사고가 마비되는 데에 그렇게 오래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코를 찌르는 듯했던 침냄새는 혀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겹쳐댈수록 단내가 그윽한 감로가 되어갔고 서로 혓바닥을 쭉 빼 겹쳐 잠시 숨을 몰아쉴 때면 시간이 멈춘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종국엔 턱에 힘이 빠져 늘어진 혀를 그가 입술로 받아 끼어 빨아줄 때면 뇌가 위쪽부터 천천히 녹아내리는 게 아닌가싶은 감각마저 느껴졌다.


“응... 흐응, 츄웁... 흐읏, 응헤에...”


레프리콘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어버린 순간 그녀의 볼에서 손을 땐 사령관이 다시 그녀의 가슴으로 손을 옮겨 재차 유두를 건들어대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멍해지며 의식이 멀어진 레프리콘은 이젠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어진 체액이 입안에 끈적하게 고일 때마다 한 움큼씩 마셔가며 입술사이 틈이 생기면 본능적으로 간간이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축 늘어진 몸을 기댄 채 자극이 올 때마다 움찔거리는 척수반사만을 반복하던 레프리콘을 안아들어 침대 한 가운데로 던져놓는다. 그리곤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못한 듯 여전히 흐리멍덩한 눈으로 가로누워 쌕쌕거리는 레프리콘을 이리저리 뜯어보는 듯 하더니 아직 하반신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수트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다. 안 그래도 꽉 끼는 옷인데 방금 전까지 땀을 비 오듯 쏟아낸 탓인지 생각처럼 쉽게 내려가지 않았고 한참을 힘을 쓰다 결국 손을 도로 빼내곤 한시의 지체도 없이 그녀의 풍만한 젖으로 옮긴다.


“하앙, 흐윽, 흣....”


옆으로 누운 탓에 겹쳐져 눌린 유방을 떡 주무르듯 손바닥으로 눌러가며 짜보기도 하고 딱 좋은 간격으로 붙어있는 두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후 당기면서 흔들거나 유두를 한손에 모아 살살 돌려 짜듯 비비자 거친 숨에 들썩거리는 어깨가 경련하듯 거세게 튀며 신음이 터져나오는 걸 보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등 이 이상 가슴을 창의적으로 괴롭힐 수가 없을 정도로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하읏, 각하...”

“......”

“햐으읏!”


또 다시 가슴에 찾아온 격통에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레프리콘이 그를 불러보았지만 눈이 마주쳐도 말없이 곧장 시선을 돌리고 그만의 여흥을 계속 이어나갈 준비를 시작한다.


스륵-


“꺄앗!”


사령관이 바지를 단숨에 벗어내리자 우뚝 솟은 그의 분신이 드러났고, 곧장 레프리콘의 상체 위로 걸터앉자 그녀의 시야에서 천장의 전등이 사라졌다.


“......”


압도적인 크기였다. 그녀의 팔뚝과 비슷할 정도의 거대한 육봉이 그녀의 눈앞에 드리운다. 가까이서 본 해면체의 모습은 더욱 흉악하기 그지없었는데, 참나무처럼 단단해 보이는 그 줄기엔 지금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울긋불긋하게 핏줄이 솟아 불끈거리는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고 그 위의 삿갓은 훨씬 색이 짙고 두꺼운데다가 끝에 맺혀 빛나고있는 점액질을 보자 낯익은 비릿함이 입안에 도는 듯 했다. 정말 저런 게 내 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사령관의 거근에 가려 그림자가 진 레프리콘의 얼굴에 긴장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 떠오른다. 


“읏...”


사령관이 무표정하게 뿌리를 잡아 기울여 귀두로 그녀의 입술을 비집어 열고 좌우로 몇 번 비비고 때자, 위에 선 자지의 끝과 깔려있는 입술 사이 수직으로 투명한 줄이 늘어진다. 연결된 그 상태로 위쪽은 얇아지고 아래쪽은 두꺼워지길 반복하던 실오라기는 얼마안가 끊어졌고 그녀의 두 입술 위로 미끄러져 떨어진다. 그걸 말없이 지켜보던 레프리콘이 입술을 오므려 핥자 어느새 익숙해진 맛이 그녀의 입안에 퍼졌고, 사령관의 입가에도 작게나마 미소가 번진다.


“빨아드리면 되는 겁니까?”

“......”

“...하아, 어째서 말을 안 하시는 진 모르겠지만 오늘은 원하시는 대로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레프리콘이 혀를 쭉 빼내밀곤 사령관의 허벅지를 양 팔로 잡고 매달린다.


“우읍...”


최대한 깊게 삼킬 심산으로 집어넣었지만 고작 육 할 정도가 한계였던 듯 그녀의 눈앞엔 아직 못 다 들어간 육봉의 뿌리가 보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있는 힘껏 더 쑤셔넣은 레프리콘의 눈 끝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혓바닥과 입술을 굳게 조인 상태로 천천히 고개를 뒤로 빼기 시작한다.


쭈욱-


“응흡, 츄릅... 츕, 쥬룹...”


입술이 귀두의 갓부분에 걸릴 때까지 뽑고 다시 삼키길 반복하는 레프리콘. 볼이 패여 들어갈 정도로 압력을 유지하며 느리지만 확실하게, 조금씩 펠라치오의 속도를 올려간다.


“오오...”


사령관이 탄식과 함께 오묘한 표정으로 턱을 당긴 순간 뿌리부터 무언가가 올라오는 감각이 혀를 통해 전해졌고 그녀는 재빨리 입술을 오므린 후 귀두를 빠르게 스치듯 자극하며 혓바닥으로 요도구를 핥기 시작했다. 


“흐으아...!”


참았다 터지는 사령관의 기합성과 함께 요도를 자극하던 레프리콘의 혓바닥을 밀치는 강한 압력이 밀려져 나온다. 뒤이어 맥박치듯 움찔거리는 그의 육봉에서 울컥울컥하며 뜨거운 액체가 수차례 쏟아져나오며 그녀의 혓바닥 위를 더럽혀간다. 그렇게 십수 초나 이어진 사정이 끝나고 사령관이 레프리콘의 입술에서 자지를 떼어놓자 좀 전의 옅은 키스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두꺼운 줄이 두 객체 사이를 잇는다. 사령관이 허리를 띄웠음에도 김이 나는 치즈처럼 길게 이어져 휘어지던 백탁액은 꽤나 긴 시간동안 그 끈적함을 뽐내는 듯하더니 결국은 귀두 끝에서 끊어져내려 레프리콘의 인중 위로 떨어진다.


“......”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바라보는 사령관. 정복감이 들어찬 그의 눈빛을 읽은 레프리콘이 검지로 입 밖에 떨어진 정액을 입술 새로 밀어넣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베에-”


그녀의 혀 위에 수놓아진 새하얀 욕망의 잔여물은 농도와 양 그 어느 쪽도 뒤처지지 않았다. 그녀가 내쉬는 숨결에 떠밀려가나 싶다가도 금세 젤리처럼 제자리를 찾아가는 찐득함은 물론, 혀가 윤곽선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흩뿌려져있었으며 혀끝으로 떨어져 턱까지 고이는 엄청난 볼륨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충분히 확인이 됐다 여긴 레프리콘이 혀를 도로 집어넣고 정액을 삼키려던 순간, 사령관이 다시 그의 육봉을 들이밀었다. 그의 의도를 읽으려고 곁눈질로 바라봤지만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그저 웃고만 있는 그의 표정에 그녀는 모듈 속에 있는 걸 실행하기로 했다.


다시 그의 허벅지를 부여잡은 레프리콘이 고개와 혓바닥을 연신 기울여가며 그의 귀두에 정액을 펴바르더니 재차 그의 귀두를 핥기 시작했다. 마치 아이싱을 한 사탕을 빨 듯 귀두의 표면에 있는 정액을 혀만 사용해가며 열심히 핥아먹는 레프리콘. 뚝뚝 떨어지던 하얀 점액 코팅을 다 처리해 매끈한 귀두가 드러나고 나서야 그녀의 순종적인 모습에 흡족한 모양인지 사령관이 그녀의 옆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린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다시 말없이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 사령관의 빳빳한 그곳은 수그러들긴커녕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건장한 혈색을 뽐내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게 진정 무엇인지 그녀가 모를 리 없었고 여전한 두려움에 한번 물어보기로 한 것뿐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사령관이 손을 거두고 레프리콘의 골반을 밀어 엎드리게 한다.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실감이 그녀를 덮친다.


아까의 실패를 반면삼은 사령관이 이번엔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들어 무릎을 세운 자세로 엎드리게 만들었다. 둔부가 툭 튀어나와 도드라져 보이는 골반 라인 뒤로 보이는 침대보에 짓눌린 가슴 또한 매우 훌륭했다. 그 상태로 수트를 벗기려고 등쪽으로 손을 집어넣던 사령관의 눈이 일순 레프리콘의 고간에 꽂힌다. 두툼하게 튀어나와 있었지만 정중앙에 길게 패인 부분을 중심으로 색이 짙게 번져 오금 바로 직전까지 내려와 있었고, 이는 그의 노력이 큰 결실을 이루었음을 뜻했다.


“...흐응! 읍...!?”


순식간에 몰려온 피로에 베개에 얼굴을 묻고있던 레프리콘 입에서 별안간 달콤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반쯤 감겼던 눈이 번쩍 뜨이며 저도 모르게 새어나간 교성에 놀라 베개로 입을 막은 레프리콘이 재차 그녀를 덮쳐오는 저릿함에 몸을 움찔댄다. 사령관이 수트 아래 숨은 레프리콘의 비부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읏, 으흥...!”


움푹 들어간 부분을 맨 위부터 바닥까지 손가락으로 눌러 쓸어내리자 레프리콘의 허리가 경련하듯 떨리며 손가락을 따라 휘어졌고 마지막에 콩처럼 살짝 튀어나온 부분을 힘줘 누르니 그 커다란 엉덩이가 출렁이며 무릎이 조금 떠오른다. 괴롭히는데 방해되지 않도록 한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듯 누르며 클리토리스를 계속 손끝으로 굴려대자 그 대신이라는양 레프리콘의 전신이 진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 움찔거렸고 특히 어깨에 심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 긴장된 팔꿈치가 자꾸만 위로 튀어올랐다.


“ㅇ...! ㅎ, 흣...!”


비부를 훑었다 내린 후 음핵을 짓누르고, 다시 비부를 훑었다 내리길 반복한다. 베개로 입을 가린 레프리콘이었지만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계속되는 자극에 허리가 꺾일 듯 휘며 베개가 젖어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굴려질 때마다 안이 점점 조여드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순간 속이 끊어지는 아찔한 감각과 함께 물밀 듯한 교성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흐으으응! 흐아앗, 하아아...” 


베개 너머로 레프리콘의 달콤한 비명이 터져나오던 순간, 엄지로 클리토리스를 눌러 돌리던 사령관의 눈앞에 있는 그녀의 구멍도 수축을 계속하더니 금세 투명한 조수을 주르륵 흩뿌리곤 맥박이 뛰듯 떨림이 이어진다. 들어올려진 허리가 부들대며 일으키는 진동을 따라 흔들리는 대음순을 한손으로 겹치듯 누르고 다른 손 검지로 그 깊어진 굴곡에 길을 파낸다.


주욱-


“흐에읏...”


축축한 도랑을 검지 한 마디가 전부 묻힐 정도로 깊숙이 넣어 훑어내자 레프리콘이 쌕쌕거리다 말고 완전 혀가 풀린 소리를 냈다. 천천히 멀어지는 손가락을 따라 이어지는 애액을 이리저리 늘였다 줄이길 반복하던 사령관이 그녀의 수트를 벗기기 시작한다. 느리지만 어떻게든 벗겨가던 사령관이 무릎이 드러나기 바로 직전 손을 멈췄다. 다 벗기려면 벗길 수야 있겠지만 이정도면 사용하기엔 무리가 없어보였고 괜히 자세를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심산이었다. 드디어 그의 눈앞에 레프리콘의 맨 엉덩이와 두 구멍이 드러나 보인다. 양 둔부를 손끝으로 톡톡 건들자 역동적인 파동을 자아내며 부드럽게 흔들린다. 이번엔 티 없이 하얀 엉덩이를 안쪽아래에서 바깥 위쪽을 향해 원을 그리듯 쓸어당기자 두 손바닥 가득 부드러운 촉감이 사령관의 손을 만족시켰고 덩달아 보이는 앙증맞은 뒷구멍이 타원을 그리며 길게 늘어진다. 손바닥을 떼자 제 모습을 복구해가는 엉덩이와 항문을 아래로 시선을 조금 옮기니 흠뻑 젖어 번들거리는 레프리콘의 음부가 그를 맞이한다. 마치 호흡을 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비부가 열리며 그 붉은 속내를 살짝 내비칠 때마다 갈라진 끝 사이로 진득한 꿀을 조금씩 내뱉는다.


쫘악-


대음순 사이로 엄지를 집어넣어 젖히자 내부가 훤히 드러나며 묘한 열기를 뿜어낸다. 나무랄 점 하나 없이 맑은 분홍색 구멍이 움찔대며 빛나는 중이었다.


“흐응...!”


엄지를 살짝 넣어보자, 처음 들어가던 순간에만 약간의 반발력으로 밀어내려 했을 뿐 전체적으로 애액이 엄지에 반들반들하게 묻어난 후엔 마치 목 속으로 들어가듯 꾸물거리며 뿌리까지 막힘없이 들어갔다. 완전히 삼켜지고 나서는 수많고 잘은 질주름들이 한번 붙든 객체를 어떻게든 졸라 죽이려는 것처럼 제각각 저작하듯 꿈틀거리는 게 파괴적인 흡입력이 느껴지는 반면, 우수한 침입자라면 어디 한번 그녀의 가장 깊고 소중한 곳까지 도달해보라는 정복감과 호승심을 끓어오르게 하는 듯도 했다.


찌걱-


엄지를 빼자 구멍으로 조수가 찔끔 튀어오른 후, 엄지만큼 벌어져있던 질입구가 조금이지만 다시 수축하며 안쪽이 핑크빛으로 좁아든다.


“하앗, 하...”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한 레프리콘. 겨우 손가락 하나 넣어본 정도로도 레프리콘의 보지가 엄청난 요물임을 알기엔 더할 나위없이 충분했지만. 그런 만큼 사령관의 거근을 받아들이기엔 공들여 사전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여전히 베개를 끌어안은 채 위 아래로 생숨을 내쉬는 그녀의 구멍 사이로 사령관이 오른손 중지와 약지를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