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의 이무기가 승천하려는 이야기 :무용뎐


이거 써서 참가한 놈임.


입상작도 아닌게 후기를 쓰다니 

좀 많이 부끄럽지만,



미숙한 글 올려서 

이런 과분한 사랑도 받아서

대회 내내 행복했고....

수상할 정도로 실력 좋은 금손들 작품

보면서 눈호강도 원없이 함.


앞으로 열릴 대회에도 꾸준히 참석하면서 나태하고 지루한 일상에 자극도 좀

받아보고 도대체 어디서 자꾸 튀어나오는지 모를 금손들의 작품도 쭉 즐겨보고 싶어.


아무튼 일단 저 무용뎐의 뒷이야기 같은걸

나름 써 봤음


그럼 재밌게 읽어줘




무용뎐의 뎐


검은 머리 여인이 들고 있던 옛스러운 부채를 착,하고 접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몽돌이 가득한 해변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있던 두 남녀는 씨익, 

하고 웃으며 서로를 마주본다.


"와, 정말 훌륭한데? 용에게 이런 장기가 있는 줄은 몰랐어."


자기 앞의 전통 북을 어루만지던 남자가 

검은 머리 여인을 칭찬한다. 


"과찬이십니다. 

저도 그저 떠돌아다니는 소리꾼에게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이라. 후후."


검은 머리 여인이 발그레한 미소를 품고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인의 길고 고운, 

먹빛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이윽고 그녀를 끌어당겨 입맞춘다.


"서방님이야말로 한두번 가르쳐 드린 

고수 역할을 이리도 잘 해내실 줄 몰랐습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배우기라도 하셨습니까?"


*고수 : 판소리에서 소리꾼과 함께 무대에 참여하는,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인물.


"어어, 아니? 용에게 배운 게 처음인데? 

이렇게 생긴 북이 있는줄도 처음 알았고 말야."


남자는 북을 자신의 다리에 뉘이고 쓰다듬는다. 여인은, 다리에 뉘인 북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남자가 그런 여인을 보고 피식 웃는다. 

까딱, 손짓하자 검은 머리 여인은 

얼른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남자가 자신의 허벅지를 톡톡, 친다.

여인은 그의 허벅지에 머리를 뉘인다.


사그락, 하고 남자의 손이 여인의 머리칼을 

누비는 소리가 퍽 세심하다.

여인은 조용히 그의 손길을 즐긴다.

남자의 손이 여인의 머리를 이리저리 누비다, 

어느 한 지점에서 퍼뜩 놀란듯이 떨어진다.


"아아! 미안미안. 여기 건드리면 싫어했지."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민망하여 그랬지만 이제는 서방님의 손이 제 머리칼을 만져주시는 게 

너무도 행복해서 신경쓰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어서 더 만져주십시오. 

여인이 재촉한다.

남자는 방긋 웃고는 여인의 머리칼을 

계속 쓰다듬는다.

여인의 정수리 부근 어딘가를 지날 때 마다 

손가락이 무언가에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들지만, 이제 둘 다 그런 것에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


햇빛이 몽돌을 적시고는 사방 팔방으로 쪼개져 해변은 마치 사방에 보석을 뿌린듯 빛난다.

철썩, 쏴아…. 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몽돌이 

바닷물에 이리저리 쓸리고 저들끼리 부딪치며 내는 타닥, 하는 소리가 아름다운 무대를 

감상한 바다가 보내는 갈채와도 같다.


"그 후로 이무기는 어떻게 됐을까? 

아니지, 승천해서 용이 됐더랬지."


남자가 문득 묻는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그이의 손길을 즐기던 여인이 남자의 물음에 스르륵 눈을 뜬다.

바다를 머금은 듯 한 푸른 눈동자가 빛난다.


"옛 이야기가 다 그렇듯 그 이후로는 듣는 사람 생각하기 나름이겠습니다만, 

글쎄요…. 아마 평생을 용궁과 지상을 떠돌며 

그 남자를 그리워 하며 살았을 터 입니다. 

당연하지만요."


여인이 살짝 눈을 찌푸린다. 


"용은 영물이니 오래 살겠지? 

얼마나 그 남자를 그리워했을까…."


상상하기 힘들겠지요. 

여인은 남자의 말에 조용히 답한다.


그렇게 둘이 한참을 여유를 즐기던 중, 

남자의 귀에 꽂혀있던 통신 장비가 삐릭, 

하면서 울린다.


"이런. 너무 오래 있었나?"


"경호대장 입니까?"


여인이 몸을 일으켜 곧은 자세로 앉는다.


"응, 지금 안돌아가면 또 한바탕 잔소리를 

할 기세야. 얼른 정리하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는 여인이 웃으며 내민 손을 

잡아주어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둘은 머물던 장소를 주섬주섬 

정리하기 시작한다. 

짚으로 세심하게 만든 돗자리와 남자의 북, 

그리고 여인이 기분을 낸다며 입은 하얀 외투를 챙긴다.


북을 등에 걸치려던 남자가 느껴지는 이물감에 자신의 손을 문득 쳐다본다.


"비늘? 웬 거지?"


반짝반짝 빛나는 조그마한 비늘이 

남자의 손바닥에 묻어있다.

바닷가라 그런가.

남자는 혼잣말을 하곤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것을 툭툭, 털어 버린다.


"아 참, 서방님. 저…."


여인이 머뭇거리며 남자를 부른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오늘밤은… 

저와 함께 보내지 않겠습니까? 

달콤한 과실주를 준비했습니다. "


볼가를 발그레이 붉히며 여인이 청한다. 

남자는 방긋 웃으며 그녀의 허끌어당

끌어당겨 품에 안는다.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좋아.

근데 과실주라니 웬 거야? 

키르케에게 받았어? "


"아니요. 제가 직접 열매를 따서 만들었답니다. 후훗…."


여인이 수줍게 웃는다. 

뜻밖의 대답에 남자는 살짝 놀라다가, 

이내 품 안의 여인과 입맞추고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용이라는 생물은 날씨를 다루는 

신통력이 있다 합니다. 

그 영물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지면, 

큰 비가 내리곤 했다고 옛 사람들은 말하지요. "


해변 한켠에 정박한 커다란 잠수함으로 

향하던 중 여인이 문득 말한다.


"오늘은 참 맑네."


남자가 아직도 쨍, 한 하늘을 바라보며 답한다. 눈을 돌려 여인을 바라보니, 

여인은 햇살을 한가득 머금은 듯 한 

밝고도 푸르기 그지없는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제 사랑을 다시 찾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여인의 푸르른 눈동자에, 일평생을 바쳐 사랑할 이의 얼굴이 한가득 맺혀있다.

마주잡은 손이 따사롭다.

하늘은 그들을 시샘할 마음조차 없다.

해가 썩 밝다.

종달새가 지저귄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길고 길지만 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고개 고개 너머로 만물이 빛나는 향기가 눈부시도록 사랑스럽다.



무용뎐의 뎐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