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입니다.

우리 대장님을 한마디로 표현할 말은, 개쫄보 아다새끼입니다. 분명 처음엔 사령관님이 역으로 대장님께 쩔쩔매셨지만, 어느정도 사령관님의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이젠 역으로 대장님이 쩔쩔매고 계셨어요. 마리 대장님, 레오나 대장님, 아스널 대장님, 사령관님이 낙원 갔다오고 나선 칸 대장님까지.. 모두 사령관님과 관계를 맺었는데, 메이 대장님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아 거 언제까지 아다 못떼실래요? 이러다간 리리스 경호대장님이 먼저 떼겠어요!"


"그..그치만... 무드가 없잖아.."


나이트앤젤은 어떻게든 메이가 아다를 뗄 수 있게 해주고 싶었기도 하고, 어차피 대장이 못하면 우리들도 모두 못하는 신세니, 필사적으로 떼게 해야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무드도, 그 무엇도 희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후우.. 더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수영복, 잠옷, 술, 코스프레까지 모조리 전부 빼앗겼어요. 아직 알몸만큼은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알몸으로.."


알몸. 알몸만큼은 남아있습니다. 우리 대장님이 남들보다 더 돋보일 수 있을만한 것은, 알몸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그러나, 제 눈 앞으로 지나간 것은, 발정기가 온 펜리르였습니다. 모든 옷을 벗어던지곤 곧장 사령관실로 달려가 사령관을 덮치는 모습을 본 저는 이마를 탁,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후우...개씨발."


"응? 너 방금 뭐라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대장, 당신이 사령관님과 가까워질 방법은.."


"나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뭡니까? 또 팔씨름?"


"아니야! 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사령관 마음을 휘어잡는거지! 그러면 사령관이 내 카리스마에 반해 짐승처럼...꺄아!"


이 쫄보새낀 사령관 앞에만 가면 쩔쩔매면서 이런 작전은 잘도 생각해요 잘도. 그것도 처음에 사령관님이 쑥맥이셨을 때도 대장님의 카리스마에 오히려 압도당해 아무말도 못했던건 또 기억 못하고.. 그때만 해도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는데, 지금은 사춘기 오고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헤롱헤롱해진 소녀같이 답답하게 구는 꼴은, 더이상 못봐주겠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사령관님께 싹싹 빌어서라도 따먹어달라고 해야겠어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아..안돼!"


"이번엔 왜요? 또 무드때문에?"


"......"


메이 대장님은 이런데서 정곡이 찔리시면 맨날 제 눈을 피합니다. 눈을 오른쪽 아래로 깔고, 가슴에 손을 얹으세요. 전 이 모습이 가장 메이 대장님의 답답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저 가슴만 봐도 미치겠는데 그 가슴을 달고도 대쉬를 못하니.. 저 지방덩어리는 쓸모도 없습니다. 다른 스텔스 바이오로이드 대원분들도 전부 지방덩어리 두개씩 달고 다니시는데.. 사실 제 가슴이 스텔스 성능때문에 희생됐다는 말은, 거짓말이 분명합니다. 차라리 저 지방덩이가 제꺼였다면... 후....


"나이트앤젤 씨, 취하시니 귀여우신걸요?"


유미와 키르케는 나이트앤젤의 취중진담을 듣고있었다. 평소 둘이서 자주 마시던 유미와 키르케는 술을 마시는 사람이 들어와 같이 술을 마셨다.


"하아.. 제가 그 지방덩이만 있었어도..아으!"


나이트앤젤은 충분히 취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홧김에 술을 더 들이키기 시작했다. 평소 쌓아둔 감정을 술로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오오. 마셔요 마셔!"


"아.. 제가 이런 얘기 했단건 무덤까지 지고 가기로 해요... 꼭이에요. 사령관님이나 메이 대장님이 아시면은.. 곤란해요..."


나이트앤젤은 그 뒤로, 취한 채로 잠에 들었다.


"에이.. 지금부터가 진짠데.. 너무 많이 마시셨나봐요."


끼이익.

유미와 키르케는 흠칫, 하고 놀랐다. 혹시 콘스탄챠가 찾아온 걸까? 그렇게 된다면 또다시 오르카호엔 금주령이..

내리지는 않고, 의외로 문 밖에서 들어온 것은 사령관과 베로니카와 아자젤이였다.


"어머~천사님과 수녀님이랑 손님이시네~? 여긴 어쩐일로 오셨담?"


"저는 반려와 술잔을 기울이기 위해 왔습니다."


"아자젤님을 따라 왔어요. 그리고.. 술 한잔 먹을려고 왔죠."


"나도 오랜만에 금주령 풀렸겠다, 한잔 하려고. 근데.. 나이트앤젤? 왜 뻗어있대.. 뭔일 있었어?"


유미와 키르케는 순간 나이트앤젤이 당부한 말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무덤까지 가져가란 말을 했는데, 키르케와 유미 둘 다 오르카에 뼈를 묻을 생각이니.. 따지고 보면 여기가 무덤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키르케는 애초에 살고있다는 느낌을 받고있지도 않고. 따지고 보면 정신적으론 죽어있으니 무덤이 맞다 생각했다. 무덤까지 가져가란 말을 했는데 뼈를 묻을 곳이 무덤이니, 여기선 풀어도 될거라 생각했다. 키르케가 유미를 봤을 땐, 이미 유미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했다. 유미와 키르케는 서로를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그게 말이죠오.."

.

.

.


"허어.. 나이트앤젤이 그런 고민을 갖고있었다고?"


"으흥흥.. 그래요! 부대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싸람은~ 사령관님이시니~ 싸령관님이 메이 대장님 한번 따먹으시는 게 어때요?!"


"맞아요! 나이트앤젤씨가 평소에 얼마나 고민을 해왔으면은~ 술기운에 그런거까지 다 말하셨겠어요?"


유미의 방 안에 있는 인원들은 이미 전부 취해있었다. 전부 정신줄을 놓은 상태라, 대화가 제대로 이어질까 싶었지만 키르케와 유미가 대화를 계속 주도해나가서 그런지 의외로 대화가 잘 이어지고 있었다. 주제는 메이에 대한 것이였다.


"반려여, 맞습니다. 제 반려로서 대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반려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후후.."


"구원자님, 당신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 지금 당장 일어나서 찾아가보세요. 한 부대 전체가 고통받는 일이 아닐까요?"


"그게 맞지! 크흐, 평소엔 메이가 취하는 태도가 너무 귀여워서 일부러 놀리는 겸 해서 터치 안했었는데, 둠브링어 전원이 고통받고 있잖아! 메이한테 가봐?"


사령관은, 반 농담조로 방 인원들한테 물어봤다.


""가봐!""


사령관은 그대로 일어나며, 보다 커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메이한테 가봐?!"


""메이한테 가봐!!""


"좋아쓰! 당장 찾아간다! 딱 기다려라 메이!"


취한 사령관 특유의 정신나간 추진력과 급발진으로, 말 꺼낸지 몇십분만에 사령관은 메이한테 찾아가기로 결정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메이대장님 따먹을 수 있다~없다? 내기하실래요? 아, 전 못한다에 걸게요!"


"전 개따먹! 개따먹에 한표 던질게요~"


"구원자님이라면 하실 수 있을겁니다. 저도 개따먹..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나이트앤젤 양의 문제를 해결한다에 한표 걸겠어요."


사령관은 바로 갑판으로 올라가 메이를 찾아볼 생각이였다. 평소 야경을 좋아하던 그녀는 종종 갑판에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가 있었다.


"후우.. 시원하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술기운도 조금 진정되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이 기억나면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렸다.


"아으.. 내가 왜 그런말을 했지."


그래도, 술이 완전히 깬 건 아니고, 기분 좋은 취기가 감돌았다.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어스름이라 그런지 수평선에 걸친 달은, 은은하게 바다를 비춰주고 있었다.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는, 달빛을 받아 오늘따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갑판 끝엔 그걸 지켜보는, 붉고 긴 머리를 가진, 메이가 서있었다. 평소의 당찬 모습과는 달리, 잠잠히 달을 바라보는 그 뒷모습은, 신비로운 느낌까지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 귀하신 메이님께서 여기 계셨군요?"


사령관은 메이를 발견하고, 뒤로 다가서서 안으며 말했다. 메이의 키가 작아서인진 몰라도, 의외로 안으니 푹 안기는듯한 느낌이였다.


"사..사사....사령관...?"


메이는 적잖게 당황한 말투로 사령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은 평소와는 달리 붉게 물들어있었다. 메이는 방금 전의 그 신비로웠던 모습은 집어던지고, 평소의 사랑에 빠진 소녀와도 같은, 귀여운 모습으로 금세 돌아와있었다. 그게 퍽 귀여워, 조금 더 세게 껴안았다.


"읏.."


"메이 대장님? 뭘 그리 놀라신대? 그나저나, 좋은 향이 나는구나."


"뭐..뭘 맡는거야.."


평소의 메이라면 '뭘 맡는거야!' 라며, 사령관에게서 벗어났겠지만, 그저 팔을 잡으며 조용하게 말했다. 싫지만은 않단 뜻 같았다.


"귀엽기도 하지.."


"아..으으.."


메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크게 저항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다.



"......"


"달. 오늘따라 달이 정말 예쁘네."


"아.. 응."


사령관은 술김인진 몰라도, 메이가 오늘따라 유독 사랑스러워 보였다. 오늘만큼은 오직, 메이만이 눈에 들어왔다. 이 한마디 이후로,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어색한 침묵이 아닌, 기분좋은 침묵이였다. 서로를 두근거리게 하는, 그런 침묵 말이다. 메이도 처음엔 당황했었으나, 지금은 그저 사령관에게 안긴 채로, 자신과 사령관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었다.




침묵을 깬건, 메이였다.


"그.. 사령관, 슬슬 춥지 않아...?"


단어 하나하나에 쑥스러움이 묻어나왔다. 사령관은 금세 메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어떤 의도로 말을 꺼냈는지 알아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딴청을 피우려 말을 돌리려고 했다.


"추워?"


"아,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춥다는 건 아니고 그냥사령관이추워할까봐그냥그런.. 아니 걱정된다는것도아니고.."


"푸흡."


"뭐야, 웃어?!"



"사랑해, 메이."



메이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사령관은 메이의 귀가 빨개지는 걸 보고, 흡족해하며, 반바퀴 돌아서 달을 등진 채로 메이를 놓고, 메이의 눈을 보며 다시 말했다.


"사랑해 메이, 이것만큼은 진심이야."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려 입술을 갖다댔다. 이건, 술김 때문인 게 분명하다며, 무슨 일이 벌어지든간에 술김 때문이란 걸 상기시키며, 메이의 입술에 입을 포갰다. 자연스럽게 들어간 혀는 메이의 혀를 휘감았다. 메이는 혀가 들어오자마자 사령관의 머릴 잡고 떼는 시늉만 했다. 입은 이미 사령관의 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입을 떼자, 끈적하게 섞인 침이 길게 늘어졌다.


"...사..사령...아.......아으아...."


메이에겐 자극이 너무 심했는지, 부끄러워하며 사령관 쪽으로 쓰러지듯 안겼다. 그대로 메이는 사령관의 옷자락을 잡고 속사포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그걸 보고, 메이를 안아올렸다.


"저, 사령관?!"


"자, 메이 대장님, 다음 단계로 넘어갈까요?"


"그..그런 거.... 묻지 마... 무드 다 깨잖아.."


메이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사령관을 꽉 안았다.


그대로 사령관과 메이는, 비밀의 방으로 내려갔다.



"......"


나이트앤젤은, 자신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 호언장담할 수 있었다. 


사령관과 메이는, 서로를 껴안은 채로 잠들어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옥의 티가 딱 하나 있었다.


"메이 대장님... 왜 옷이 정갈하신겁니까.."




메이는 결국 아다를 못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