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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이나 사전 작업 - 구멍 막기- 때문에 조금 무드가 깨지긴 했어도,

아무튼 두 번째(횟수 말고 날짜라는 의미로) 야스를 하게 되어버렸구나.

아직도 어쩐지 생경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리제는 사령관과 침대에서 마주 앉았어.

이러니저러니해도 충동적이었던 첫날에 비하면 조금이나마 더 여유는 있었고, 나름대로 생각해둔 방책도 없진 않았어.


자신과 사령관의 전력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지난번처럼 충동에 몸을 맡겼다간 또 죽어나갈 게 뻔하다.

그러니까 좀 더 야스를 비롯해서 정신 못차리게 될 행동은 최대한 피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가면서 여유를 확보하자.

괜히 늘여 말하긴 했지만, 요컨대 좀 더 꽁냥거리자였음.


해서 살짝 어색한 분위기를 풀 겸 대뜸 손을 내미니까 사령관은 또 바로 잡아줬지.

그대로 끌어당겨서 무릎 위에 앉은 다음, 약간 장난기있게 웃으면서 물어봤음.

결국 아이 운운은 생각하기도 전에 자기랑 이러고 싶어서 라비아타한테 상담까지 했던 거냐고.

말하는 입장에서도 살짝 얼굴에 열이 오르긴 했지만 추궁 당하는 당사자 만큼은 아니어서, 사령관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야 긍정해.

그래서 자기 일까지 빼앗았냐고 하니까 더 당황하는 것이, 어쩐지 처음으로 주도권을 잡은 것 같아서 리제도 뭔가 신이 나는 거야.

그대로 가볍게 밀치니까 사령관은 저항 없이 넘어가고, 자기도 따라서 나란히 눕는 식으로 자세를 바꿈.


물론 사랑 받는 건 기쁘지만, 그 전에 먼저 자신과 이야기해주는 편이 더 좋을 거라고.

지금은 막막해 보이는 부분도 어려워 보이는 부분도 많지만, (주인공인) 당신이 있으면 결국 다 잘 풀릴 거라고

눈을 마주한 채로 나지막하게 말해줬는데, 어째 묘하게 납득 못한 표정인 거야.

뭘 잘못 말했나 했더니, 조그맣게 함께 있어서 잘 풀리는 쪽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옴.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에 기겁하는 것과, 그것이 기쁨임을 알아채는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어.


온 몸이 이건 못 참는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머리도 이번에는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지. 


*   *   * 


참을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시간 만에 손바닥을 뒤집게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쪼는듯한 키스를 몇 번이고 반복했을 때까지만 해도 살짝 아찔하긴 했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

서로의 옷을 벗겨내는 부분도 뭐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었고.

다만 전희 단계에 들어서기만 해도 속수무책이 되는 건 견딜 수 없었지.

자신 속에 사령관이 들어왔을 즈음에서는 이미 눈에 보이는 게 사령관 말고는 사라졌고.


이 1회전이 반복되는 건 역시 곤란하다.

사령관은 아직도 팔팔하니까 더 그렇다.

이쪽은 엎드려서 이불을 끌어안은 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사령관은 세상 즐거운 표정으로 등을 쓸어주고 있으니까 더 그랬지.

역시 알렉산드라 선생을 빨리 찾아갔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자연스러운 연상작용으로 책상 밑의 뭔가가 떠오름.

그러고 보니 자기 쪽에서 적극적으로 전희를 한 적이 없었지.

어쩌면 정말로 필요한 건 선턴을 잡고 상대의 HP를 깎아두는 딜링기가 아니었을까?


갑자기 벌떡 일어난 자신에게 사령관이 의아한 시선을 던지건 말건, 

리제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사령관의 물건을 바라봄.

좋아. 지금부터 타도(?)하자.

아무튼 본 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근자감을 불러일으키면서 리제는 천천히 손을 뻗...

다가 닿는 순간 움찔하면서 바로 물러남.


자길 몇 번이고 대파 상태로 몰아넣은 물건이라는 인식 때문이라 그런지 뭔가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졌거든.

그렇게 수 차례 고양이마냥 와리가리하는 걸 보다 못한 사령관이 작게 웃고,

자기가 무슨 꼴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쪽팔림이 훅 하고 몰려옴.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훽 하고 돌아누웠더니, 사령관이 그대로 어깨를 잡고 달래듯이 속삭였지. 갑자기 무슨 일이냐고.


솔직하게 내 몸이 못 버틸 것 같아서 좀 빼두려고 했는데 서투른가 능숙한가 이전에 닿지도 못했다고 이실직고할 수는 없어서, 그냥 당신이 좀 더 기분 좋았으면 했다고 에둘러서 대답함.

그 말에 사령관은 의외로 웃는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을 해.

솔깃해서 귀를 기울이니까 이 말만 따라해 주면 된다고.

귓가에 와닿는 숨결이 간질간질한 와중에 리제는 신중하게 사령관이 한 단어씩 해주는 말을 그대로 따라해.


- 당신의

  아이를

  주세요.


늘 그렇듯 야스로 나사가 몇 개 빠진 머리가 상황을 이해한 건 행동보다 반 박자 뒤였지.

아차, 딜링기가 아니라 버프기였네.


결국 그날도 리제의 의식은 자신에게 쉴 새 없이 겹쳐지는 몸의 열기와 사랑을 속삭여오는 목소리 사이의 어드메에서 끊겨버리고 맘.

사령관에게서 풀려나면 알렉산드라를 찾아가고야 말겠다는 처절한 결심을 마음 속에 새겨두는 것 정도가 최선이라면 최선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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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의 타락은 순조롭스빈다

제가 야설을 쓴 적이 없어서 꼴리게 못 쓸 뿐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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