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라오 1.8년차인 라붕이인데

날이갈수록 내가 컨텐츠로 충족해지는게 아니라 못 따라가서 허덕이는걸로 느껴진다


한 2017년까진 나도 참 즐거웠음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신나서 돌아다녔고

그때 처음으로 생긴 가챠겜들(과금 개좆같긴했지만)에 빠져서 캐릭도 빨고 작품도 보러다니고

한 영화도 친구들 불러서 여러번 땡기고 특전받으러가고 그렇게 내 마음이 차오르는 기분을 즐겼음


근데 군대를 갔다온뒤에는 좀 달랐음

난 군대를 끝까지 가지 못했어. 폐가 조져져서 공익으로 전환되었거든

인생에서 처음 있는 몸이 실시간으로 조져지는 경험, 멘탈이 탈곡당하는 경험, 그리고 내 시간이 정말 무의미하게 쓰여지는 느낌까지.

나는 씹덕질하는걸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걸로 느끼지 않거든?

근데 군대-공익을 할수록 난 점점 시간을 버리고 어떻게든 넘기기 위해 씹덕질을 하고있는거야

자기계발을 하면 되고 뭐 의미있게 공부하면 되지않느냐 하는데

적어도 나는 내 시간이 무의미하게 취급되는데 그걸 내가 쓰레기처먹는것처럼 주워먹는 느낌이 들더라


그렇게 전역을 한 뒤로는 씹덕질도 재미가 없더라고

아 물론 완전히 재미가 없던건 아님. 요즘도 말딸인가 뭐시긴가 하는것도 하고 라오도 하고 있지

근데 게임말고 애니나 영화는 못보겠더라. 그럼 그 앞에 앉아있어야 하잖아?

게임은 중간에 끊을 수 있는데 영상은 내가 거기에 잡혀사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렇게 애니를 끊어버리니까 아는것도 없고, 게임 해도 설정같은거 모른채로 그냥 헤헤헤 예쁘다 이러고 있고...

점점 모바겜만 하고 붕쯔붕쯔하는것만 보면서 스토리 스킵하는 내가 씹덕인가? 그냥 병신아닌가?

이게 컨텐츠 소비하는게 맞나?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있다


확실한 건 나같은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가까이하는건 두가지더라

첫번째는 모바겜, 그것도 최대한 오토겜

뭔가 예전처럼 그냥 확 빠져서 시간을 쓰자니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애들이 기본적인건 알아서 돌려주면 난 아무것도 안하고 뭔가를 성취한 기분이 들음

그래서 원래는 직접하는 페그오를 했었는데 점점 못하겠더라고. 게임이 쓰레기같은건 참아도 오토가 없으니 기빠지더라


두번째는 야한거야

당연하지 야한건 최고니까. 성욕이 무한정 솟아서가 아니라 그냥 그게 제일 오래 접한 컨텐츠잖아

청소년때 야짤 안 본 사람 있어? 스토리가 어떻든 성욕이 연관되면 이해하기가 쉬워져

그리고 가끔 틀떡밥돌때 틀 망가 이야기 나오는거보면 씹덕야망가만큼 모두 같이 오래 알고있는 장르도 없다 싶어

적어도 다들 봤을테니까 그건. 호문쿨루스 사이가도 애기하면 누군가는 알거아니야

그럼 다른것처럼 이악물고 안따라가도 돼 꼴리냐마냐는 원숭이도 아는거잖아


그런 의미에서 라오는 내 취미의 마지막 선이고 또 고마운 게임이기도 해

딱 저 두가지를 충족시켜주는데 나한테 돈을 갈취해가진 않으니까

물론 월정액이 비싸고 핵과금들은 자원 들이부으니까 다른애기겠지만

무력감에 빠진 나같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씹덕으로 남아있을 기운을 보충해주는거 같아

물론 정신머저리나간새끼들은 이걸 보고 "씹덕겜이 무력감에 빠진 사람을 늘려간다" 그러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건 전부 외부요인이고 게임은 그걸 해소해줄 뿐이야


너무 길어졌는데, 하여간 저 짤을 보고 생각이 많이 들었어.

지금 나는 되새김질밖에 못하는 인간이거든.

최근에 친구가 귀멸의 칼날 보러가자! 이럴때도 뭔가 재밌겠다 귀찮다 그런게아니라 두렵다는 생각부터 들더라

새로운 걸 어떻게 보지? 영화관에 2시간동안 있어야한다고? 그런거


라붕이들은 씹덕질도 재밌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했으면 좋겠어

근데 난 이제 두려워서 못해먹겠다. 머리가 새하애지는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