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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알렉산드라의 경우에는 부관이 되기 전에도 면식이 좀 있는 편이었어.

사령관을 발견하기 전의 저항군에서 고급 기체들 생산할 여력은 대부분 지휘관기에 집중되었던지라 후방 관리를 능숙하게 해낼 능력을 갖춘 바이오로이드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알렉산드라가 그 중 한 명이었거든.

자연스럽게 저항군의 히든카드인 오르카 호를 보관중이던 등대에도 자주 들르곤 했고, 일단은 관리인 위치인 좌우좌나 리제랑 마주거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으니까.


그렇긴 해도 "학생"으로 찾아가는 건 처음이라 또 느낌이 다르긴 했어.

원작에서 알렉산드라가 벌인 사건들을 생각하면 지금 이게 잘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전기에 지져지는 정도까진 아니라도 채찍에 맞는 정도까진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알렉산드라는 사령관과의 밤일에 대해 고민이 있다는 리제의 상담에 진지하게 응대해줬음.

그리고 밤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용건을 꺼낸 리제에게 핵심을 꿰뚫는 질문을 던졌지.

당신이 학습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어디에 문제점을 느끼지에 따라서 알려줄 수 있는 것도 다르다라고.


어... 이걸 이야기해야 하나?

주저하자마자 알렉산드라가 인상을 찌푸리는 걸 보고 조금 움찔하긴 했지만

다행히 알렉산드라는 바로 다그치기보단 하나하나 짚어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꿈.


주인님과의 관계에서 만족할 수 없습니까? - 아니오.

주인님께서 특별히 요구하신 사항이 있습니까? - 아니오.

주인님께서 만족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까? - 모르겠어요.


그 시점에서 알렉산드라가 눈썹을 한 번 치켜올리게 되어서야 리제는 이실직고를 하게 됨.

자기가 너무 느껴서 매번 정신을 잃어버리는데, 그걸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   *   *


리제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기겁하면서 찾아올 생각도 안 했겠지만, 알렉산드라는 이미 리제의 용건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음.


그야 브라우니 네트워크까지 거칠 것도 없이 정황 증거만 봐도 

대충 사령관과 리제의 정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정도는 짐작 가능한 데다가,

부관 - 리제만큼은 아니라도 자문 역으로 이래저래 사령관과 가까운 이상

관계를 가진 다음 날 사령관의 안색을 살필 짬은 충분했으니까.

위에서 던진 질문들은 순전히 리제가 입을 쉽게 열게 만들기 위함일 따름이었지.


아무튼 정말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굳이 리제의 고민에 응해줄 필요는 없었지.

사령관이 언제나 만족 그 자체인 반응이었는데 상대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 바 아니니까.

다만, 알렉산드라가 보기에도 사령관이 리제에게 보내는 총애는 꽤나 오래 갈 가능성이 높았고

그럼 권태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미리 가르침을 베풀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되어서 몇 번 채찍으로 자기 손바닥을 두드리며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해줌.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건 관계 없지만, 그게 리제 양의 고민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본방도 아니고 전희 시점에서 녹다운되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리제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임.


그러면, 하고 알렉산드라는 안경을 치켜올리면서 단언해.


- 일단은 쾌감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   *   *


자기 방 - 결국 비밀의 방에 책상 등등을 들여놓는 것으로 타협한 - 에 돌아온 리제는 그대로 머리부터 감싸쥠.

일단 배운 건 틀림없이 유용할... 것 같았고, 고민에 대한 해결책도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음.

하지만 그 그럴듯한 해결책이 자기위로라니, 역시 허들이 좀 과하게 높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리제는 자신의 몸에 욕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

근 백 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익숙해져서 그런 게 아니라, 막 빙의했던 직후부터 계속 그랬어.

하다못해 호기심도 거의 들지 않았고.


하지만 그러니까 익숙하지 못한 자극에 견디지 못한 것이다라는 주장을 딱히 반박할 수도 없긴 했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시도나 해 보자.

반쯤 자포자기해서 개인 욕실 - 원래 비밀의 방이었으니 딸려온 - 에서 자기 몸을 더듬어 봤지만, 역시 그렇게 신통하진 않았음.

반응 자체야 있긴 했지만 눈앞이 번쩍거리는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도 너무 있었으니까.


이래서야 제자리걸음이구나. 그냥 전희나 연습하자.

그렇게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머릿속으로 뭔가 팟 하고 전류가 달림.

지금이면 좀 더 잘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예감이.

그래서 잠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몸을 주물러봤더니 머잖아 애달픈 신음이 나왔음.

여전히 사령관에게 만져질 때만은 못해도, 아까와는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달랐지.


이유가 뭘까 한참 생각하다가, 이불에 사령관의 체취가 아직 남아있다는 걸 깨닫게 됨.


그런가, 나는 파블로프의 개인가.


어이가 없어서 대자로 뻗은 채 헛웃음을 지은 채로 얼마나 지났을까,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묘한 속삭임이 들려왔어.


- 방어력(?)을 올릴 필요성은 있잖아.

- 사령관도 매번 일방적으로 기절하기만 하는 여자가 상대면 금방 질릴 거야.

- 단계별로 적응할 수 있으면 확실하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 사령관이 쉬고 있는 지금이 아니면 찬스가 없을걸?


그렇게 계속된 내면의 속삭임은, 머잖아 정당화를 끝내고 방법론으로 넘어가 있었어.


- 부관인 리제에겐 사령관의 방에 마음껏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 그 방에 있는 물건이라면 사령관의 흔적도 더 많이 남아 있을 거야.


어딘가 멍하면서도 붉은 얼굴로, 리제가 휘청이며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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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개변태같은 것까지 쓰게 되어버렸을까오

모르겠스빈다

이게 다 라오챈이 나쁜 것이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594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