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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정신인지도 모를 상태로 방에 도착한 지 10여분.

리제는 애꿏은 옷깃을 꾸깃거리거나 발끝을 꼼지락거리거나 하면서 멍이나 때리고 있었어.

이렇게 대놓고 "너랑 야스를 하겠다"는 말을 들은 건 또 처음이었거든.

첫날 밤은 완전히 충동적이었고, 두 번째는 라비아타의 과대해석과 당시의 분위기로 어어하다 떠밀린 감이 없잖아 있었으니까.

함교에서. 그것도 지휘관기가 다 모인 자리에서 그리도 당당하게 통보를 받을 줄이야.

-라는 사실을 떠올리니 갑자기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어.


아니, 남사스럽게 그 자리에서 그 발언은 뭐람.

몸 새로 만들 때 대뜸 입술박치기를 해버린 것도 그렇고, 거침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그렇지 않아도 사방에서 몰리는 관심 때문에 불편해 죽겠는데.

자기가 야스할 때마다 정신을 못 차리는 이유도 단순한 육체적 쾌감에 더해 수치심에 의한 과부하도 있는 게 틀림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이번에 사령관이 오면 단단히 한 마디 해 줘야겠다.

임전무퇴의 각오로 리제는 마음을 굳게 먹었지.


*   *   *


그리고 다시 30분 후에는 이미 반쯤 눈이 풀린 리제가 거기 있었음.

사령관이 묘하게 직접적인 애무보다는 가볍게 마주닿은 채로 몇 번이고 키스를 반복한다던가,

야릇한 의도 없이 정직하고 애정 넘치게 끌어안고 쓰다듬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긋하게 행동한 결과였지.

그 와중에 감염이 사라진 몸은 빠진 곳 없이 체온이나 살내음을 전달하고 있었으니, 리제가 분위기에 취해버리는 건 어느 의미 당연한 결과기도 했음.

그렇게 대충 한 손으로 못 셀 만큼의 키스가 끝나고, 리제는 할딱이면서 간신히 입을 열어.

오늘따라 왜 그러냐고.


사령관의 대답은 턱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리제가 파드득거리는 걸 지켜본 다음에나 나옴.

자기랑 반나절을 같이 있어도 외롭다면서 이불 씩이나 빌려가니까 안 외롭게 달래주려고 했다고.


리제는 당연히 반박하려고 했지.

자기가 이불을 빌려간 건 그런 의미가...

맞나?

맞네.


입만 벙긋거리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리제를 재미있게 바라보다가, 사령관은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이 물어봄.

애초에 빌려가서 어떻게 썼냐고.

깜짝 놀라서 그런 거에 안 썼다고 소리죽인 비명을 질렀더니 "그런 거"가 뭐냐는 질문이 역으로 돌아와.

아주 작정하고 놀려먹으려 드는구나.

입을 삐죽이면서 베개로 얼굴을 꾹꾹 밀어내도 마냥 웃기만 하는 게 더 얄미운데,

그렇다고 등을 돌리자니 뭔가 지난번의 반복 겸 상하관계의 증명 같아서 그건 그것대로 안 내키는 거야.

그래서 그냥 시선만 피하면서 품에 안겨 있었더니 사령관이 뜬금없이 미안하다고 함.

의문을 담아 눈을 마주쳤더니, 그 전까지는 자신의 몸 상태 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너를 충분히 배려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소중히 대해주겠다고 하네.


결국 놀려먹은 건 핑계였고 - 라기엔 반 정도는 재미있어서인 것도 같지만 - 오늘따라 스윗한건 저래서였구나.

사령관이 이렇게 말하는 시점에서 리제가 안 받는다는 선택지도 없었지.

지금까지도 곤란한 거면 모를까, 싫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속삭이면서

리제는 (야스 중에 반쯤 정신나간 상태로 한 걸 제한다면) 처음으로 사령관에게 먼저 입을 맞춤.


그걸 일종의 개시 신호로 삼아 서로의 몸이 더 농밀하게 겹쳐지기 시작했지.

계속 입을 맞춘 채로 옷가지를 벗겨내고, 팔로 상대를 더듬고.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균열에 손가락이 들어왔을 때야 탄성을 내면서 입이 떨어지게 됨.

그렇게 자유로워진 사령관의 입은 그대로 리제의 가슴을 빨아들였고.

아찔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이완된 분위기 덕분일지 혹은 사령관의 이불로 적응한 보람이 있는 건지 이번엔 리제도 제법 버틸만했음.

알렉산드라에게 배운 내용을 응용해서 사령관의 물건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는.

자세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고 이론과 실전은 다르니만큼 그렇게 대단한 공격력(?) 같은 건 당연히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꽤나 인상깊었는지 사령관이 놀란 표정을 짓는것만으로도 그 나름대로 성취감이 들어서 리제는 땀에 젖은 얼굴로도 의기양양하게 웃어보였어.

그게 뭔가의 승부욕을 자극한 건지, 사령관이 양 손 - 회복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 과 입까지 아낌없이 사용해서 리제를 집요하게 자극하는데, 분명히 이전과는 달리 의식은 남아있는데도 뭘 못 하겠는 건 마찬가지인 거야.

혹시 자기는 방어력을 높인 게 아니라 피통만 늘려서 더 많이 맞게 되었을 뿐인가, 같은 실없는 생각이나 하는 건 어찌되었든, 이 이상 희롱당해서 또 제대로 돌입하기 전에 정신을 잃는 건 피하고 싶었던 리제가 간신히 입을 오물거렸어.


- 이… 제, ―, 세요.


자신의 다리 사이에 얼굴울 묻고 있던 사령관이 어딘가 아득한 느낌이 드는 시선을 맞추고, 잘 못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림.

분명히 들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도 짐작했을 텐데.

안 들어가는 힘을 모아서 인상을 찌푸려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고, 사령관이 저런 장난을 즐기는 건 이미 알고 있기도 했으니까

리제는 다시 안간힘을 모아서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하며 말을 해.


- 이제, 당신의 것을, 제 안에, 넣어 주세요.


잘 말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에 심술쟁이라고 쏘아붙여주려고 했지만,

심, 까지 말했을 때 자신의 안이 채워지면서 그대로 외마디 신음을 내뱉느라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어.

그나마 사령관이 허리놀림에도 나름 여유를 둔 지라 정신을 잃지는 않았고,

리제는 남은 의식을 끌어모아서 자신을 들어올린 채 움직이는 사령관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음.


그날 밤은 전체적으로 템포를 늦추는 대신 서로를 더 깊이 느껴가는 식으로 진행되었어.

그리고 리제는 그동안 모르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첫 경험 직전에 있었던 고백의 기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령관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거였음.

그리고 첫날밤에 있었던, 쾌감에 밀린 끝에 절규에 가깝게 내지르던 말도 싫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지금이 더 마음에 든다는 것도.


야스를 할 때마다 능글거리던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하는 토로에, 리제도 막연히 생각했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 것도, 몸을 내준 것도 한참 전의 일이지만.

어쩐지 이제야 진짜로 이 사람과 이어졌다는 실감이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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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가 아닌가

야한가 아닌가

그런 건 쓰는 사람은 모르는 법이빈다

내일은 쇼령관 외전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썰 2연타는 허들이 높네오



쇼령관 외전 : https://arca.live/b/lastorigin/22744342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2783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