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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로, 리제와 사령관의 관계에도 전환기가 찾아와.

사령관이 스스럼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빈도도 늘어났고, 리제도 그걸 마냥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받아들이기 시작했거든.

야스도 리제에게 무리가 과하게 가지 않는 선에서는 꽤나 평범하게 하게 되었고.


"이제 건강 문제도 사라졌으니 세계가 다시 평화로워질 때까지 아이를 가지는 건 피하고 싶다"는 리제의 말에 사령관이 아쉬운 듯 수긍한 날 밤에는 간만에 비몽사몽으로 죽어나간 적도 있었지만 그조차 그렇게 특기할만한 일은 아니었음.

그렇게 온갖 구멍을 찾아내는 브라우니들과 맞서거나, 이따금 다른 '리제'의 찌르는 듯한 시선을 견디거나,

라비아타를 도와가면서 부관이라는 구색은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던 즈음

간헐적으로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을 유지하던 스틸라인으로부터 한 가지 보고가 들어옴.


예의 '소완'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발견했으며, 합류할 의사를 보였다라는 내용이었어.


*   *   *


실로 드물게도 리제의 기대 그대로, 소완이 사령관을 요리로 세뇌한다거나 하는 원작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음.

조우를 마친 후 자신에게 명하실 것이 있느냐며 특유의 교태어린 말투로 물어본 소완에게

사령관은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힘을 보태달라."고 했고

주인만을 위한 식사는 필요하지 않느냐고 아쉬운 듯 이어진 질문에도

"현재로서는 기반을 다지는 게 우선인데 그걸 해낼 만한 전문가가 너 이외엔 없다"고 단언하니까

소완은 잠깐 눈을 감았다 뜨고는 그렇다면 주인께서 바라시는 결과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겠다고 대답함.


그 후의 소완은 정말로 성실하게 주방장 겸 요리 선생으로 업무를 수행했어.

직속이라고 할 수 있을 포티아를 위시한 식당조뿐 아니라 컴패니언이나 배틀메이드 사이에서도 금방 평판이 좋아졌고,

만에 하나를 대비할 겸 순수한 흥미 겸 해서 가끔 찾아간 리제한테도 한결같이 친절하게 대해줌.

당연히 전체적인 식사 사정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개선되어서, 이쯤 되면 각종 개그성 이벤트를 즐길만한 여유가 생기겠구나 싶어졌지.


그렇게 슬슬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여기게 될 무렵, 소완이 티타임에 리제랑 리리스를 초대함. 

솔직히 찜찜한 기분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리리스도 같이 있으면 괜찮겠지.

+ 그보다 소위 삼얀 모임인 것 치고 원작 리제가 빠지니까 좀 그렇다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리제는 소완의 방에 찾아감.

몇 마디 인사치레를 하고 다과를 먹으면서 맛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에, 소완이 평소의 어조 그대로 말을 꺼냈어.


- 제가 여기서 리제 양을 죽이면, 주인께서 얼마나 노할 것이라고 생각하시옵니까?


차를 뿜어버릴 뻔 한 걸 간신히 추스르고 고개를 돌렸더니,

리리스는 리리스대로 인상을 찌푸리긴 했지만 그다지 놀라지는 않은 눈치였지.

아무래도 진짜 죽이겠다는 소리는 아닌가보다.

하기야 소완 성격에 진짜 저지를 생각이었으면 리리스를 같이 부르지도, 이렇게 멀쩡하게 두지도 않았겠지.


- 소완 씨는 저지른다면 애초에 그이가 노하지 않게 '만들어버릴'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원작 성깔이 어디 간 건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비아냥거리는 투로 대답하게 되어버렸는데,

소완은 화내기는커녕 재미있다는 듯 웃었지.


- 매력적으로 고려한 적은 있사오나, 무서우신 분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시도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은지라.


순간 리리스 이야긴가 했다가, 소완의 시선이 좀 더 먼 곳을 향하는 걸 보고 라비아타를 뜻했다는 걸 깨달음.

그러고 보니 이쪽 오르카에서는 라비아타가 멀쩡하게 활동중이었지.

그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갔나.

뭐라고 하기 힘든 감상에 찻잔이나 들여다보자니, 그때까지 별 말 없던 리리스가 끼어듬.


- 글쎄요. 제가 그 삿된 생각을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소완 양이 그 분의 땅에 발조차 붙일 수 없을 만큼 주인님께서 화내실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왜 둘이서 불꽃을 튀기는 거야.

SS급 둘이서 치고받는 사이에 새우등 터지는 꼴은 사양이라 이리저리 눈치를 살폈지만 소완 쪽은 여전히 여유만만했지.


- 그리 말씀하지 마시옵소서.

저는 다만 리리스 양께서 차마 묻지 못한 것을 대신하여 묻고자 할 뿐이옵니다.


그게 뭔데요. 라는 의문을 품을 필요도 없다는 듯, 얼음처럼 새파란 눈동자가 리제를 꿰뚫듯이 훑어내림. 


- 첫 번째의 도리로서

 슬슬 주인께 그 다음을 권할 때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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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지고의 원작 줄거리를 따라가는 건 뒷수습이고 뭐고 불가능할 것 같은지라 기싸움이나 시키게 되었스빈다

궁중물이다 궁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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