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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어떻게든 하겠다"가 뭔지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음.

딱 반나절 후에 가지게 된, 소완과의 세 번째 티타임에 태연하게 동석해 있었거든.

행복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디저트를 착착 내놓는 소완을 보다가 멀거니 리리스를 쳐다봤지만 오히려 설명해야 할 건 그쪽이 아니냐는 시선을 되돌려 받아서 황급히 딴청을 부려야 했음.

아무튼 그렇게 둘만의 세계(자기가 느끼기에)에 빠진 소완에게 솜씨에 대한 칭찬 등을 또 세세하게 늘어놔서 한층 더 기분을 올려준 다음, 사령관은 오후에 있을 지휘관급 회의에 동석해 달라고 해.


어라? 소완이 필요한 안건이 있었나?


부관으로서 파악하고 있는 현황을 떠올려봐도, 요리 부문은 최근에는 재료도 인원도 완전히 안정화 단계에 들어서서 더 이상 손댈 부류가 없지 않나 싶을 정도였거든.

오히려 예술성을 발휘해야 할 시간을 군복 수선 매뉴얼 제작에 빼앗기고 있다며 (보그체로) 한탄 중인 오드리 쪽이 급하지 않을까 하는데….

그런데 왜 자꾸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   *   *


- 요리 대회를 열까 해.


그쪽이었냐.

참석한 바이오로이드 거의 전원 - 심지어 소완까지 - 에게서 황당해하는 시선이 쏟아지는 와중에 사령관이랑 라비아타는 태연한 걸 보니 누가 꾸민 일인지는 명확했지.

지휘관 사이에서 시선이 오가다가, 레오나가 손을 들고 발언해.


-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사령관?

- 그래. 블랙리버의 연구소 수색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출항할 테니까.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절반, 앞으로 수고해줄 대원들에 대한 위로가 절반 정도일까.


배부르게 먹는 것만큼 사기진작에 도움되는 것도 없잖아?

라며 덧붙인 말에 지휘관 - 특히 메이와 마리 - 가 크게 납득하고, 라비아타가 좌중을 한 번 둘러본 후 설명을 시작함.

대회라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먼 길 떠나기 전에 잘 먹고 가자는 취지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할 예정이다.

첫 번째는 단체로 양껏 만들어서 채점 같은 것도 없이 그냥 나눠먹는, 각 부대가 주축이 되는 행사고.

두 번째는 특히 요리에 자신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본격적으로 실력을 피로하는 자리라고.


- 외람되오나, 그런 것이라면 소첩이….

- 소완은 심사위원장을 맡아줘.


뭔가 더 말하려던 소완은 사령관의 지명에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긍정함.


- 그러면 각하, 두 번째 대회의 상품은 결정하셨습니까?

- 아, 그거 말이지?


*   *   *


- 사서 고생이네요, 정말로.


평소보다도 더 늦게 돌아온 사령관을 맞아주면서 내심을 이야기했더니, 사령관은 멋쩍게 머리를 긁었음.


- 그렇지만 소완도 기뻐했잖아?

- 그거야 그렇겠지요.


우승자를 부주방장으로 임명하고 상당한 권한을 주는 대신 소완이 본격적으로 사령관의 식사를 전담하게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동안 교육 등에 성실하게 임한 것과는 별개로 소완 입장에서는 제 자리를 찾은 듯 기꺼워하는 것도 당연했지.

다만….


- 그래도, 그 정도로 만족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 꽤나 잘 아는 것 같네?

- 요 며칠 어울리기도 했고, 폼으로 오래 돌아다닌 것도 아니니까요.


그 돌아다닌 게 빙의한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게임 이벤트 이야기기는 하지만.

아무튼 당장은 즐거워하더라도 결국 야스 없이 소완을 달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골똘히 생각에 잠겼는데


- 뭐, 그것도 어떻게든 될 거야.


내가 소완을 제대로 본 게 맞다면.

이라고 덧붙이는 말에서 느껴지는 확신에, 리제는 문득 뭔가를 깨달음.


- 제가 그... 이야기를 꺼내기 전부터 준비했던 거예요?

- 응.


그만큼 수고해주고 있으니까, 나도 무리가 아닌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보답할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것이 소완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모두'를 가리킨다는 건, 따로 곱씹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음.

그야 멋지지.

멋지긴 한데….


- …차라리 동침을 하는 편이 나았던 걸지도.

- 뭐어?


그 전까지 그렇게 자기 주제 운운하며 땅을 파온 주제에, 사랑 이외의 관심은 참 많이도 빼앗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설명하기 힘든 불만에 입을 삐죽 내밀게 되는 자신은 참 구제의 여지가 없다고 리제는 생각했어.

사령관이 쓰게 웃으면서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 것만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풀리는 시점에서 더욱 그렇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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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은 이벤이라 서순이나 디테일 같은 건 바뀌어도 큰 줄기 정도는 재현하고 싶었스빈다

댓글 추천 항상 감사하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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