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묘 외워서 그리는 애들이 주로 쓰던

짜잘한 선들로 면 만들어서 입체감을 내는

일명 면치기라는 테크닉이 있었는데

물체에 따라서는 30분 내에 작업이 끝나니까

수채화에 비중을 두고 싶은 애들이 주로 썼음

문제는 짜잘한 면들과 그 선이 겹치는 부분이

밑도 끝도 없이 양산되니까

그림이 찌글찌글해 보이는 문제가 있고

뭣보다 세밀한 부분을 신경 못쓰니까

잘하는 소묘 옆에 놓으면 그림이 구데기가 됨

얘네 특징이 연필 숫자가 극단적으로 적었음

스케치용 2B에 면치기용 4B로 끝

정말 심하면 4B 원툴.

나는 그래도 다행이었던게

나를 가르쳐준 선생님이 일러스트레이터로 뛰다가

가족 부양 때문에 강사가 된 분이라서

형태력과 관찰력의 중요성에 강한 신념을 가져서

학생들 중에 좀 따라온다 싶으면 

소묘를 개빡세게 시켰었음

나는 운 좋게도 물감보다 연필이 더 좋았던 놈이라

그 소밀레의 한복판에 떨어졌고

5H부터 6B까지의 연필을 모두 사용하게 하는

극단적인 소밀레를 당한 끝에

결국 물감도 무채색만 써서 학교를 감

그런데 막상 갔더니 나는 관심도 없는

광고, 타이포그래피, 앱 디자인 같은 거나 시켜서

그림을 거의 손 놓고 낙서만 하고 있다가

한그오가 폭발해버리고

친구 따라 아사나기 따라 라오에 왔다가

갤탭으로 그림 그리고 있음

제복대회 마감 5일 전에 소재 떠올라서

생일선물로 그리던 짤도 미루고

대회 난입하는걸 이해해 준 좋은 친구지만

덕분에 도주도 못하고 통조림 당해서 

오에엑 하면서 갈리는 중임

디지털 페인팅은 태어나서 이게 두번째인데

시행착오로 탈탈 털리면서도

또 뭔가 되는거 같으니까 놓을 수가 없네

아무튼 이 흔들리는 당근이 보인다면

통조림을 열.....

살면서 얼굴 그릴 일이 없으니 ㅈㄴ 어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