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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의 배신자라.


적막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묘하게 깊었음.


- 질문을 좀 해도 될까?

-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 그 '배신자'는 바이오로이드와 AGS중 어느 쪽이지?

- 친구보다 적에게 먼저 관심을 두는 것은 현명한 자의 행동이지요. 올바른 선택을 하신 것 같아 기쁘군요.

- 글쎼, 누가 적일지 확정한 건 아니라서.


다소 거리를 둔 사령관의 말에도 로크는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듯 웃어보임.


- '배신자'는 저와 함께 세상의 시비와 비탄을 가리지 않고 무도한 침입자를 벌하는 의무를 받았던 형제와, 그 형제의 손아귀에 들어간 이 무덤의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둘 중에선 후자에 가깝다고 답해야겠군요.

- 철충인가?

- 과거에 실물을 본 적이 없기에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의 기록과 하늘에서 내려온 '괴물' 사이에 상당한 유사성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

 그 둘이 동일한 존재라 가정하는 것이 경솔한 행동은 아니겠지요.


사령관은 라비아타와 시선을 마주쳤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함.


- 좋아. 네 형제를 처치하는 것을 돕지.

- 그리 빨리 결단하셔도 되겠습니까? 이곳에 있는 헛된 재물 전부를 당신께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

- 그 전에 내 쪽에서 제시해야 할 조건이 있거든.

- 조건이라 하심은?


*   *   *


- 당신의 주인은 영민한 만큼 특이한 분이시군요.


근 5m짜리 쇳덩이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리는 건 신선함이 지나치다 못해 부담될 지경이었지만, 로크의 푸념(?) 자체는 꽤나 공감하고 싶었던지라 리제는 깊이 고개를 끄덕임.

사령관이 내건 조건은 "로크의 회로를 생체 회로로 대체할 것"이었으니까.

원작에서라면 모든 일이 끝난 후에야 행해진 일이라 순서가 달라도 한참 달랐지만, 전투 중에 로크 같은 최상위 AGS가 기습적으로 감염이라도 되면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은 정론이었으니 또 납득할 수 밖에 없었어.


- 굳이 당사자를 옆에 두고 리제에게 이야기하는 이유라도 있어?


바로 옆 - 그러니까 로크의 손 위에서 리제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사령관의 툴툴거림에 로크의 날개가 살짝 - 인간이었다면 어깨를 으쓱이는 제스쳐였을 거란 느낌이 드는 방식으로 - 움직임.


- 저 암컷 바이오로이드가 당신과 특별히 가까운 개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정확해. 하지만 나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호칭은 바꾸는 편이 좋을걸.

- 흠. 일반적인 구분법에 따랐을 뿐이지만 존귀하신 분의 심기에 거슬렀다면 정정하지요.


로크의 태도를 탐탁치 않게 여길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도 새파랗게 분노해서 오히려 리제 쪽이 당황해 억지로 화제를 바꾸어야 했음.


- 그,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 제가 처음으로 인사를 올렸던 당시, 존귀하신 분께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하려고 행동하셨기 때문입니다.

 동행한 바이오로이드 중에서 전투 면에서는 가장 열등하고, 지성적으로도 특출나지 않은 개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뒷 문장을 붙이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뜬금없는 팩폭에 속으로 눈물을 흘리려던 리제가 아차 싶어 사령관을 바라봤는데, 다행인지 뭔지 사령관은 오히려 화가 가라앉았달까, 뭔가를 이해한 표정이었음.


- 네 그 판단은 앙헬 리오보로스에게서 배운 것이겠지?

- 정확합니다. 냉철한 앙헬 공은 언제나 존귀한 존재를 따로 구분할 줄 아셨지요.

- 리제는 내 연인이야.

- ?!


실례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못 따라잡겠는데요.

라는 건 리제만의 생각이었는지, 로크의 대답은 막힘없이 이어짐.


- 과연. 확실히 과거엔 당신과 흡사한 부류의 고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앙헬 공은 그런 부류의 고객들을 위선자라고 불렀지요.

 애정을 줄 데가 없어서 물건을 사람처럼 대하는 가련한 자들이라고.

- 그러면 다시 물어볼게.

 로크, 네가 보기에 - 앙헬 리오보로스는 누군가에게 위선이 아닌 애정을 주고 있었어?


그 질문에, 붉은 안광이 일렁이듯 점멸함.


- ……앙헬 공은 모든 것을 공평하게 금으로 판단하셨습니다.

 '애정'이라는 것을 특정한 대상에 대한 비논리적인 선호라고 정의한다면,

 그 분이 사랑한 대상은 없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겠지요.


사령관은 대답 대신 쓰게 웃으면서 리제를 감싼 팔에 더 힘을 줬어.


- 제 답변에 부족함이 있다는 반응이로군요.

- 네 정의대로라면 앙헬도 틀림없이 사랑한 것이 있었구나 해서.


적당히 주변에 널린 금붙이를 가리키는 시점에서 굳이 말로 꺼낼 것도 없었지.


- 동의하기 어렵군요. 그 분에게 금은 객관적인 척도였을 뿐―

- 본인의 죽음을 앞두고, 네가 '헛된 재물'이라고 표현할 만큼 무의미하게 쌓아두는 행동의 어디에 객관성이 있지?


긴 침묵.


- 바이오로이드를 선호하는 것이 금을 선호하는 것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 아니. 애초에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행동에 우열을 나누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하고 싶었던 거야.


물론 남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겠지만.

그 말을 덧붙이면서 사령관은 리제와 시선을 맞췄지만, 리제는 사령관이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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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가 대화는 많이 하는데 영양가가 없는 느낌이 들고 있스빈다

전투(?)는 다음 편에 매우 짧게 끝날 예정이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3774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