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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어서 신혼의 남은 이틀은 문자 그대로 불을 태우며 보내게 됨.

사실 불탄다는 표현도 꽤 가감한 것이랄까, 짐승 같다고 하는 편이 차라리 정확할 지경이었지.

눈이 마주치면 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하고. 같이 욕조에 들어가서도 하고. 심지어 잠들어 있을 때도 하고.

그 전까지는 아무튼 얼굴을 마주하는 체위로만 했던 것도 이제와서라는 느낌으로 온갖 곳에서 온갖 자세로 하고. 


가감할 필요 없다는 발언에 사령관이 정말 진지하게 응했던지라, 이미 중간부터 몇 번이고 까무라치고 다시 눈뜨고를 반복한 끝에 하루가 지났을 즈음에는 눈이고 뭐고 풀린 꼴로 움찔거리는 것이 최선인 상황까지도 갔었음.

그런데 이 이상은 무리겠거니 싶어한 사령관이 텀을 두려고 할 때 허리를 다리로 감으면서 - 리제 본인은 기억이 나고 안 나고를 떠나서 애초에 그 정도의 움직임도 불가능하다고 확신할만한 상태였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 의사 표명을 하는 것으로 재차 불을 지피는 것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지.


결국 리제가 좀 제대로 된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던 건 귀환까지 반나절이 남은 시점이었어.

어질어질한 머리로 아직도 여기저기가 쑤시고 가끔 덜덜 떨리기도 하는 몸을 내려다보면서 바이오로이드의 신체능력이고 나발이고 반나절만 더 했다간 진짜 죽었겠구나라고 전율하고 있다가, 한 박자 늦게 사령관이 자신에게 팔베개를 한 채로 자고 있었다는 걸 눈치챔.

그리고 거의 동시에 깨닫지.

잠깐 눈을 붙인다거나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정사 후에 잠든 모습을 자신이 보는 건 정말로 처음이구나.


누군가는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고 기막혀할지 모르고, 누군가는 맥락은 알아도 그렇게 특기할만한 일이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몰라도.

리제한테는 그 모습이야말로 목숨을 걸고 도전한 것에 걸맞은 보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뭐,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것 만으로 후유증은커녕 상쾌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눈을 뜨고, 또렷한 목소리로 잘 잤냐는 인사를 건네는 걸 보자면 역시 이 전력차는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 정도야 슬슬 남은 체력까지 쥐어짜낸 몸을 맡기면서 씻겨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정도로 충분히 퉁쳐줄 수 있었지.


*   *   *


사령관과 리제가 돌아왔을 즈음엔 오르카 호의 휴일도 슬슬 막바지에 돌입하고 있었음.

둘이 신혼을 보내는 동안 그 전까지 주력으로 일했던 스틸라인과 둠 브링어, 호라이즌이 다른 세 부대와 교대해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이후 다른 소규모 부대들이 돌아가며 쉬는 것까지 고려해도 이틀 정도면 충분했으니까. 


물론 그러는 동안 이쪽은 이쪽대로 일이 있었지.

구체적으로는 전리품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였음.

원작에서도 언급했듯이, 금고의 내용물 자체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서 그렇게 유용한 건 아니었어.

내용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귀금속은 서약 반지 같은 특수한 용도를 제외하면 공급도 적지만 수요는 더 적은 자재 정도 취급이었고, 술을 비롯한 다른 사치품도 대대적으로 공급할 만큼 양이 많은 건 아니었으니 그대로 보관해두다가 필요하면 챙겨오는 정도면 되겠지- 라는 느낌이었으니까.


오히려 진짜 중요한 건 금고의 내용물이 아니라 금고 그 자체였음.

세계를 삼분한 거대 기업 중에서도 군수 분야에 통달한 것이 블랙리버와 그 주인 앙헬이었고, 당연히 금고의 보안 체계에 적용된 기술력은 멸망 전 세계를 기준으로도 정점을 달리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오르카 호에는 그것을 흡수하는 정도를 넘어 다른 분야에 응용하는 재해석도 능히 해낼 수 있는 닥터가 존재했지.

자연스럽게 오르카 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각종 장비 및 무기의 한계점도 한 차원 이상 올라갔고, 닥터는 그 점을 고려해 아자젤과 아르망의 다음 차례로 복원할 대상을 제안해.


절멸전에서라면 그 멸망의 메이에게도 밀리지 않는 능력을 지녔고 유전자 지도도 진즉 확보되어 있었음에도, 적재된 무기를 발굴하기만 하면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었던 메이와는 달리 각 개체에 특화한 고유의 무기 체계가 있어야만 한다는 이유로 복원이 미뤄진 두 바이오로이드.


페어리 시리즈의 정점인 오베로니아 레아와 배틀메이드의 이단아인 세라피아스 앨리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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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중에 있던 일은 진도상 다이제스트하긴 했는데 언젠가 외전으로 다시 쓸지도 모르겠스빈다

삼얀이랑 메이 외전이 한 편씩 들어가는 것으로 리오보로스 쪽도 마무리이빈다.


메이 외전 : https://arca.live/b/lastorigin/24226785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4277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