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꼽으라면 당연 사령관이다.

오르카 호의 희망이자 인류의 마지막 씨앗, 인간이라는 종의 희망.

그랬기에 사령관은 주기적으로 원하지 않더라도 건강검진을 받아야했다.


그랬기에 간호담당이었던 다프네는 사령관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건강검진을 하는 내내 그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소소한 역할도 하며

사령관과 알게모르게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진을 마친 사령관은 유독 피곤하다고 말하며

오늘 하루는 수복실에서 재워달라고 다프네에게 부탁했고,

다프네는 어쩔 수 없이 간호를 위해 수복실에 남아있게 되었다.


"으으, 아윽..."


그리고 그곳에서 다프네는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사령관을 보고

그의 몸을 흔들어 정신을 깨우는 한편, 닥터에게 연락하기 위해 수화기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깨어난 사령관의 손에 막히게 되었다.


"다프네, 안돼."

"그치만 주인님, 무슨 문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든 연락을 하려는 다프네를 보고 사령관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연락하려는 다프네를 막고서 사정을 이야기했다.

단, 이 사실은 반드시 다프네 본인만 알고 있어야한다는 약조를 받고 말이다.


"지금이야 난 오르카 호의 사령관이지만, 나한테는 그 이전의 기억이 없어."

"네?"

"콘스탄챠가 깨워주기 전의 기억이 없어. 너희와 함께한 기억 뿐이야. 그래서 무서워."

"무섭다고요?"

"누가 없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 내가 여기있다는 감각이 필요해."


그렇게 말하는 사령관의 표정은 간신히 웃고 있었지만 매우 창백했고

감추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손은 겁에 질린 것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주인님, 모두에게 말해준다면..."

"안돼. 난 사령관이야. 무너질 구멍이 보여선 안돼. 희망으로 있어야 해."


마치 자신에게 남은 것은 이거밖에 없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사령관에게

다프네는 연민과 동정을 느끼는 한편, 알 수 없는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다프네는 사령관의 비밀을 받아들이는 대신 조건을 걸었다.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지만, 이건 약속해주세요. 수복실에 오실땐 절 불러주세요."

"어?"

"어떤 상황이더라도 수복실에 오실때는 저를 호명해주세요. 꼭 곁에 있을게요."

"다프네... 알았어."


다프네는 조금 편안해진 얼굴로 말하는 사령관을 다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눈을 감는 사령관의 손을 살며시 붙잡고서 자장가를 불렀다.

그가 지금만큼은 짐을 내려놓고 편히 자기를 바라면서.


그날 이후 다프네와 사령관의 관계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낮에는 다프네가 건강검진을 받는 사령관의 말동무를 해주며 친밀도를 높혀갔고,

밤에는 사령관이 홀로 잠들지 않게 다프네가 곁에 누워 보듬어주며 애정을 쌓아갔다.


둘은 서로 말하지 않았지만 점점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것을 느꼈고,

수복실에서 만나는 시간도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점차 밀회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달이 밝아 깊은 바닷속을 비추던 어느 날 밤이었다.


평소처럼 간호사 옷을 입은채로 불을 끄고 사령관의 곁에 누우려던 다프네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령관의 품에 끌어안겨 침대 위에 눕혀졌다.

놀란 다프네에게 사령관은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다프네, 좋아해. 사랑해."

"주인... 님?"

"다프네는 어때? 날 좋아해?"


갑작스러운 고백에 다프네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와 눈이 마주쳤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굳은 의지와 진지한 마음이 담긴 그 모습에,

다프네는 크나큰 행복을 느끼며 자신의 사랑을 자각했다.


"저도, 저도 주인님을 좋아해요..."

"다프네..."


둘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훔치며 숨결을 나눴고,

그 숨결이 발화점이 되어 사랑의 불씨는 불꽃이 되어

사령관과 다프네의 몸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주인님, 저, 처음이니까, 그... 상냥하게 해주세요..."


살짝 몸을 움츠리는 다프네를 보며 사령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알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말하며 다프네의 몸을 애무했고,

가녀린 신음을 흘리는 그녀의 요염한 모습에 참지 못하고 다프네의 순결을





첫날 밤을 보냈지만 둘의 관계는 딱히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다프네가 사령관에게 공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냐고 묻는 그에게 다프네는 요사스러운 눈빛을 하고서 말했다.


"알면 안되는 자매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리고?"

"몰래 만나는 밀회가, 조금 더 즐겁지 않나요?"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다프네를 보고 사령관은 멍하니 바라보았고,

다프네는 쿡쿡하고 웃으며 평소대로 업무를 보러 갔다.

그렇게 둘은 지금도 둘만의 신혼방인 수복실에서 사랑을 나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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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내용은 아무것도 모르는 시저스 리제에 의해 [검열됨]


노잼글 봐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