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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대로 구속됐다.

 

재수가 없게도 그 놈은 아직도 의식이 없었고,

 

하필이면 맨손이 아니라 벽돌로 사람을 팬 탓에 내 혐의에는 ‘특수’라는 두 글자가 더해졌던 것이다.

 

사람을 맨손으로 패는 것과 연장을 들고 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미호였다.

 

아저씨의 연락을 받고서 파출소로 뛰어온 미호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와 아저씨 둘이서 필사적으로 달래서 간신히 울음을 멈출 수가 있었다.

 

미호가 조금 진정하고 나서 슬쩍 말을 꺼내보았다.

 

그동안 힘 들었지.

 

그 마음 잘 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나도 힘이 들었어.

 

그래도 이제 다 끝난 일이잖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너도 이제 니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사실, 아저씨께 나도 들었어.

 

너 학교 그만두겠다고 했다면서.

 

아저씨한테 들어보니까 선호 씨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더라.

 

조만간 의식을 회복할 거 같대.

 

니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잖아.

 

학교 다니면서, 아저씨 잘 보살펴드려.

 

나는 괜찮아.

 

그렇게 말하자 미호는 다시 울음보가 터져버렸다.

 

나는 서글프게 우는 미호를 가만히 내 품에 안고 있었다.

 

조금 진정한 미호가 내게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는데 무슨 학교를 다녀,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 학교 따위 다니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미호의 눈빛에서, 나는 말릴 수 없는 결단의 뜻을 엿보았다.

 

그래서 나는 그 이상 아무런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본 미호의 모습이 그것이었으니 내 맘도 편할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이 없는 채로 시간은 훌쩍 지나고,

 

불구속 심사가 끝난 나는 구치소로 끌려갔다.

 

교도관의 앞에 마주앉아서 내 신상명세와 개인 기록을 작성했다.

 

서류 작성이 끝나고 나자 방이 배정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람 패고 특수폭행에 상해치사미수로 잡혀왔고요, 이름은 이철남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방에는 사람이 13명 있었다.

 

이 사람들이 앞으로 같이 살 사람들인가.

 

저 뒤에 앉아있는 덩치 큰 남자가 방장이라고 한다. 굉장히 험한 인상이다.

 

실제로 전과도 수십 번은 있는 조폭 출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방장의 시다바리를 하는 몸집이 작은 막내 한명이 있었고,

 

의외로 나머지 사람들은 대체 여기에 왜 온 건가 싶을 정도로 평범한 인상의 사람들뿐이었다.

 

"준현아! 저 친구 여기 생활 잘 알려줘라"

 

"네"

 

다들 다시 나에게서 관심을 다시 끊고, 방금 방장이 불렀던 준현 씨라는 사람이 나에게 온다.

 

"아, 오늘부터 같이 살게 됐으니까, 여기 단체생활이잖아요, 빨리 익숙해지셔야 돼요"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일단 저희 일과부터 말씀드릴 건데"

 

 

 

 

 

준현 씨에게 여기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뭘 해야 하는지 등등을 들었다.

 

내가 온 여기는 ㅇㅇ구치소이다.

 

나는 구속 기소되었고, 재판이 끝나 나의 형이 확정될 때까지 이 곳에서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초범은 웬만해서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세상이 다 그렇게 하던 대로만 가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구속되게 되었다. 아마도 재판이 끝나기까지는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했다.

 

금방 나가서 미호를 만나려고 했는데, 참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에 나는 준현 씨의 설명이 귀에 잘 들어오지를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청소시간이 되었고, 점호를 했고, 그리고 취침시간이 됐다.

 

창문도 없는 감방에서의 시간 감각은 전혀 의미가 없고, 이제 자자고 하는 말에 나는 얼떨떨했다.

 

좁은 감방에 부대낀 몸뚱이들 사이에 간신히 몸을 뉘이고 나자, 감방의 어두컴컴한 천장이 나를 마주본다.

 

하루 종일 크게 한 것도 없는 주제에, 이상하게도 잠은 무척이나 잘 왔다.

 

 

 

 

 

눈을 잠시 감았다 정신을 차리자 기상 시간이었고, 이불을 정리했다.

 

매트리스를 접어서 서랍장에 쌓고, 빈 자리에 배게를 쑤셔다가 넣었다.

 

순식간에 점호시간이 되어서, 다들 정해진 위치에 정좌한다.

 

"각방! 차려!"

 

"객방! 째옷!"

 

부장을 따라하는 방장의 말투에 모두가 웃고,

 

나도 잠시간 따라서 웃는다.

 

지금이라도 웃어 두지 않으면 웃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점호가 끝나고, 아침 식사를 한 후에 잠시 운동시간이 있었다.

 

운동시간이라고 해도, 별 건 없었다. 그냥 나가서 운동장 도는 수준이었다.

 

그런 구색만 맞추는 수준의 산책을 마치고 들어오자 자유시간이 되었다.

 

감옥 안에서 자유시간이라니 퍽이나 아이러니한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했다.

 

자유시간이 되자, 다들 자기 나름대로 시간을 때우려 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은 무언가를 쓰는 것이었다.

 

대개의 경우 그것은 반성문이나 편지였는데,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반성문도, 편지도 모두 쓰고 싶었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나는 매일 자유시간만을 기다리면서 살았고,

 

며칠이 지나서 보니 반성문은 만족스러울 만큼 써 졌기에,

 

나는 미호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지금 여기에 왔다.

 

여기는 생각보다는 살 만하다. 

 

같이 사는 사람들도 좋은 인간은 절대 아니지만, 뭐... 그냥저냥 산다.

 

그러니까 걱정 말아라.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차마 거기에다가 미호가 지금 뭘 하는지 묻는 말은 쓰지 못했다.

 

 

 

 

 

 

 

이주일 정도가 지났다.

 

그 동안에 감옥에서의 일상은 하나도 변하는 것이 없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서였을까.

 

친구들도, 일을 같이 했던 아저씨들도, 대학 동기들도.

 

별의 별 사람들이 계속 면회를 와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 댔다.

 

그리고 내가 그 동안의 여차지종을 설명해 주면 다들 거기서 거기인 말로 위로했다.

 

자책하지 말아라.

 

네가 잘못한 건 없다.

 

잘 될 거다.

 

하지만 그런 말이 나를 감옥에서 내보내주지는 못했고, 나는 그저 불안할 뿐이었다.

 

그런 내 불안은 기우가 아니였던 건지,

 

며칠 전에 좋지 못한 소식을 들었다.

 

그 놈이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안하다는 마음은 요만큼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통쾌했다. 속이 시원했다.

 

다만 눈을 돌리고 싶은 현실이 있었을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 놈이 죽었다는 사실에 마냥 꼴좋다고 비웃어주고 싶었다.

 

배꼽이 빠질 듯이 웃어서, 눈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면하려 해 보아도 내가 살인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속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아저씨께서 면회를 오셨다.

 

아저씨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약간은 기대했다.

 

아저씨와 함께, 미호도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호는 오지 않았고, 아저씨의 표정은 침통했다.

 

“...미호는요?”

 

“자퇴했어.”

 

“...미호 상태는 좀 어때요”

 

“그... 솔직하게 말해도 되겠지?”

 

“네, 뭐... 솔직히 여기 없는 걸로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가 돼서요”

 

“애가 지금 거의 반 폐인이 됐다.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밥도 안 먹더라”

 

“아...”

 

“오늘도 너 보러 간다고 몇 번을 얘기해 봤는데, 문도 안 열어 주고... 아무 말도 안 해 주더라고”

 

“놀랄 만도 하죠... 남자친구가 살인자가 됐다는데. 배신감도 들 거고, 충격도 받았겠죠”

 

“.....”

 

“...저, 아저씨.”

 

“그래”

 

“돌아가시고... 미호한테 한 마디 해 주세요. 나는 신경 안 쓴다고요”

 

아저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돌아갔다.

 

 

 

 

 

 

 

그리고 몇 번의 주말이 더 지났다.

 

그 놈이 죽기 전에는 자주 오던 사람들도, 

 

일이 그렇게 되고 나니 몇 명 정도를 빼고는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편지가 오던 것도 확실히 줄어들었다.

 

나는 이제 범죄자가 되었구나 하고,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죽을 것만 같았다.

 

그 때는 괜찮은 척, 아저씨에게 미호더러 다른 사람 찾아보라 전해달라고 해 놓은 주제에,

 

미호의 편지도, 전화도, 면회도.

 

아무 것도 오지를 않자 너무 괴로웠다.

 

미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가 궁금하고,

 

미호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미호를 원망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미호야.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학교도 그만둔다고 해 놓고서, 너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야.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한 거, 전부 거짓말이야.

 

허세였단 말이야.

 

네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전화해 줘.

 

편지도 써 줘.

 

보고 싶어.

 

면회 한번 오는 게 그렇게 어렵냐?

 

거의 이뤄지지 않는 연락 속에서,

 

나만이 초조함을 느끼는 것만 같았다.

 

여기서는 연락 한번 하는 것도 여의치가 않은데.

 

나는 너에게 연락할 기회 한번 한번이 너무나 소중한데.

 

왜 편지 한통이 없는 거야, 미호야. 왜...

 

실망했으면 실망했다고라도 말해 줘.

 

내가 싫어졌으면 그런 말이라도 해 줘.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줘, 미호야.

 

나는 점점 불안해져 왔다.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에서 나갈 수 있으리라 믿었고,

 

여기서 나가는 대로 바로 취업준비로 바쁠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결국 마지막엔 미호가 날 웃으며 반겨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놈의 부고 소식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이제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무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여유가 없어지니 미호를 보고 싶었고,

 

그런 내 맘도 몰라주는 미호에게 거꾸로 성질이 났다.

 

그러다가 제 처지도 모르고 감히 품은 분노가 수그러들고 나면,

 

그 다음엔 지독한 공포가 찾아왔다.

 

미호는 대체 내게 얼마나 실망했길래 이러는 걸까.

 

분명 내가 싫어진 거겠지.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그 녀석을 볼 수 없는 걸까.

 

애초에 여기서 나갈 수는 있을까?

 

내 인생은 이렇게 끝이 나는 거구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처럼, 하루 종일 의문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이 차례대로 내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런 내게 결정타를 날린 것이 선고 날이었다.

 

검찰은 내게 폭행치사 혐의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그것을 접수한 판사가 최종 판결일을 고지한 후, 다시 구치소의 좁아터진 골방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이래저래 주워들은 바로는 최종 판결은 대부분 구형한 것의 절반 정도가 된다고 했다.

 

이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방 구석에 십년을 더 박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착잡한 심정에, 나는 구치소로 돌아와 다시 방으로 들어온 다음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벽에 등을 기댈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나는 벽에 기대앉아서 그저 멍하니 철창 너머를 바라본다.

 

항상 시끄럽던 방장도, 오늘따라 웬 일인지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