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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얀 외전이빈다

외전으로는 처음으로 썰푸는 식으로 적었스빈다

여기서 등장하는 리제는 빙의리제가 아니라 찐리제이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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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 소완, 리제가 한자리에 모인 건 거의 전적으로 소완의 주도였음.

항해 도중 섬에 정박하면서 여유 시간이 생겼을 때 '주인에 대하여 긴밀히 논할 것이 있다'고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지.

각각에게 다른 한쪽도 불렀다는 말은 쏙 빼놓아서 서로를 보자마자 둘의 인상이 사정없이 찌그러졌지만, 그거야 소완이 알 바는 아니었고.


- 저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면 대성공이군요. 축하라도 해드릴까요?

- 그리 성급하게 굴지 마시옵소서. 달리 거짓을 고한 것도 아니지 않사옵니까.


하여튼 스토커와는 다르게 정말 본질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상대라는 - 그렇다고 스토커가 마음에 든다는 건 아니고 -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건 그것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리리스는 일단 소완이 깐 돗자리 위에 자리를 잡음.

리제도 자신과 거의 똑같은 이유로 자리를 뜨지 않은 거로 보여서 슬쩍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뭐 어쩌겠어.

그렇게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 소완은 방긋 웃으며 도시락을 착착 꺼내놓음.


- 해충, 독이라도 탄 건 아니겠지?

- 너무하시옵니다. 저 또한 요리의 기예에 자부심이 있는 몸, 어찌 식사에 장난을 치겠사옵니까?


치고도 남을 년이면서 무슨.

그래도 지금 뭔가 저지를 것 같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고 이미 흐름에 타버린 것도 타버린 것이라 리리스랑 리제는 그 이상의 군말은 없이 그냥 도시락을 받아듬.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피크닉이 시작되었지.

물론 평소에 배식 되는 것 - 리리스는 게 중에서도 간부를 위한 고급 식단이긴 했지만 - 과 소완이 직접 힘줘서 만든 건 격이 다를 만큼 맛의 차이가 나긴 했는데, 그걸 즐길만한 자리는 아니잖아?


그 찌를듯한 분위기를 뻔히 알면서도 태연하게 후식을 나눠주는 모습에 결국 리리스가 한 마디 쏘아붙이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소완은 본론을 꺼냄.


- 두 분의 협력이 필요하옵니다.


그거야 당연하겠지.

소완 성격에 아쉬운 일도 없는데 자신과 스토커를 초대할 리는 없었으니까.

계속 말해보라는 듯 눈썹을 까딱인 리리스에게 소완은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하듯 이야기함.


- 함께 주인으로부터 여인으로서의 사랑을 얻지 않으시겠사옵니까?

- 미쳤군요, 당ㅅ…?


리리스는 처음엔 감히 무슨 폭탄 발언인가 하고 놀랐다가, 당연한 소릴 듣는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리제를 보고 두 번째로 놀람.

그리고 그것이 어쩐지 초조했지.


- 자기가 지금 무슨 소릴 한 건지, 이해하고 있나요?

- 달리 문제 될 발언이라도 하였사옵니까?

- 그걸 몰라서 물어요?


정말로 몰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떠보는 건지.

어느 쪽이든 불쾌하기 그지없었어.


- 주인님의 총애가 그 여자에게서 떨어질 리 없는데.


자기 입으로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점은 그 부분이었으니까.

감히 주인님의 사랑을 재단하려 드는 그 오만함을 리리스가 탐탁잖게 여기든 말든 주인님은 "그 리제"를 깊이 사랑했지.

얼마 전에 있었던 서약은 원래부터 독보적이었던 애정에 재차 쐐기를 박은 것에 불과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소리를 하다니 머리가 꽃밭인 것에도 정도가 있구나.

이쯤 되면 어이가 없다 못해 딱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는데-

소완도 리제도, 여전히 태연했음.


- 그게 무슨 상관이옵니까?

- 그게 뭐 어쨌다고?


- …뭐라고?


- 주인께서 본부인을 사랑하시는 것과 소첩을 사랑하시는 것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물었사옵니다.

- 주인님의 정원에 한 자리밖에 없을까 봐?


*   *   *


소완이 사령관에게 진심으로 반한 것이 요리 대회부터였다는 건 이제 와서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배려에 감동했기 때문에-는 아니었어.

그도 그럴 것이, 오르카 호에 합류한 후의 소완은 사령관의 부탁에 따라 성실하게 요리장으로서만 일해왔고, 당연히 트러블도 전혀 일으키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소완은 이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이해하는 게 그럴듯하잖아?

그런데도 사령관은 요리 대회라는 거창한 행사를 준비하면서까지 자리를 만든 다음 굳이 '자신 이외에서도 가치와 의미를 찾아보라'는 부탁을 했지.

다시 말해 소완이라는 모델의 성격적 특성 -주인에 대한 집착-을 인지하고, 그것을 오르카 호의 소완 개인과 대조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단 소리야.


그 부분을 이해한 순간, 소완은 확신에 가깝게 직감하게 되었지.

주인께서는 이미 자신을 사랑해주고 계신다고.

물론 그것은 '리제'에게 향하는 것과는 다른, 차라리 가족애나 친애에 가까운 것이었어.

하지만 방향성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았지.

자신이 받는 이 사랑이, "리제" 조차 어쩔 수 없는 고유한 것이라는 깨달음이야말로 소완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했던 것이니까.


*   *   *


- …그러니까. 당신의 말은 그거로군요.

 이건 애초부터 주인님의 총애를 뺏고 뺏기는 경쟁이 아니라, 주인님께서 주시는 애정을 남녀 간의 것으로 바꾸려 하는 도전이라고?

- 바로 그렇사옵니다. 오히려 리리스 양께서 아직도 깨닫지 못하셨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옵니다.


한 마디도 안 지고 긁어대기는.


- 그게 얼마나 걸릴 줄 알고요?


그러니까 이 반문은 리리스에게도 별 의미는 없었어.

혹은, 없었어야 했어.


- 천 년은 남아있을 시간. 손을 뻗다 보면 언젠가는 닿지 않겠사옵니까?

 만에 하나 영원의 끝까지 그분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한들, 그때까지 변함없이 이 마음을 지켜올 수 있었다면 그 또한 홍복이 아니겠사옵니까?


하지만 소완이 그림자 따위는 흔적도 남기지 않은 미소로 저리 대답하는 걸 본 순간부터는 그럴 수도 없었지.


- 어차피 주인님은 언젠가 나도 택해주실 텐데. 하기야 너 같은 해충은 확신할 수 있을 리 없구나?

- …넌 좀 다물어봐.


어질어질해지려다 리제가 툭 던진 말 때문에 이마에 힘줄이 솟는 걸 대가로 침착해진 게 참 하찮게도 다행이랄까.

이마를 손가락으로 몇 번 두드리다가, 리리스는 고개를 번쩍 들었음.


- 요는 주인님에게 함께 구애하자는 소리지?

- 그렇사옵니다.

- 굳이 여럿일 이유는?

- 일단 한 명이라도 측실이 되는 것에 성공한다면, 세 번째나 네 번째는 그 이상으로 쉬워질 것이 뻔하지 않사옵니까?

 이것이 경쟁이 아님은 이미 말했던바, 협력을 통해서 이를 수 있는 지점도 있을 테지요.

- 괜히 방해는 하지 마, 해충.

- 안심하시길. 자의로 무언가를 저지를 생각은 없사오니.

 우선은 정보 공유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자기를 두고 멋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두 바보를 보다가, 리리스는 이내 허탈한 듯 상쾌하게 웃었어.


- 너흰 참 좋겠다. 세상이 간단해 보여서.

- 사랑을 갈구하기에만도 바쁜 세상,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사옵니까?

- 참 멍청이 같은 생각이야.


그러니까-


- 당장 하자.


자기도 조금 바보같이 구는 정도로는 티도 안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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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가 좀 더 솔직하게 굴기로 한 계기인 삼얀 외전이었스빈다.


빙의 리제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리리스

사령관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소완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는 비생산적인 일을 하느니 그냥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리제


얀데레는 늘 최고이빈다


다음부터는 만월의 야상곡 시작일 예정이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4564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