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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백토, 뽀끄루의 합류와 평소보다 달아오른 하룻밤이란 것으로 만월의 야상곡은 마무리――

가 아니었음.


마법의 힘을 늘리기 위해 매지컬 송편을 모아야 한다는 백토의 주장에 이왕 이리 된 거 대원들 간식도 좀 먹이자 싶어서 송편 원정대가 출발했거든.

프린세스에게도 나눠주겠다고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백토 덕분에 배웅해주는 손이 와들와들 떨리긴 했는데, 사실 그것도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어.

사령관이 지휘를 시작한 걸 확인한 다음, 리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호드의 숙소로 달려갔음.


*   *   *


- 어머,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부관님?


때리고 싶다, 저 미소.

항복 선언을 받아냈을 때의 비굴함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능글능글한 미소에 리제는 내심 주먹을 꽉 쥐었음.

그래도 어쩌겠어, 이번에 아쉬운 건 이 쪽인데.


- 그, 영상…….

- 걱정 마세요, 사령관님의 당부대로 절~대! 공유는 하지 않을 테니까요!


해석 : 저는 두고두고 씹뜯맛즐하겠습니다.

솔직히 그것도 그만둬줬으면 하는 마음은 굴뚝 같긴 했지만.


- ……그렇게 하세요.

- 오?

- 그이가 정한 일에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쪽팔리는 것까지 포함해서 추억이라면 추억이고.

괜히 퍼뜨리는 헛짓만 안 하면 감당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 그이의 사진, 찍고 있죠?

- …….

- 눈 피하지 마시고.


탈론페더의 성격이라면 당당하게 인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번에 가한 위협(?)이 그래도 유효하긴 했던 걸까.

보여나 달라고 했더니 주섬주섬 꺼내온 게 앨범으로 몇 개 분량이었다는 건, 뭐 예상대로라 놀랍지도 않고.

이런 검열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내심 한숨을 내쉬면서 리제는 앨범을 넘기다가-


- 아, 이거 잘 찍혔죠? 다시 찍으라고 해도 이렇게는 안 나올 것 같…….

- ……핫?!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집중하고 있었음.

아니, 그야 잘 찍은 것도 사실이고 사령관 사진이 마음에 안 들 리도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보다.


- 의외로 무난하게 찍었네요?


단독으로 괜찮게 나온 것이나 자신과의 투샷은 물론이거니와, 라비아타랑 회의를 하거나, 리리스에게서 화기 사용법을 배우거나 칸과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다종다양한 구도만으로도 압권이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문제는 없을 정도의 수위로 조절되고 있었거든.

리제가 황급히 탈론페더를 찾아온 것 자체가 자신과 사령관의 야스 이외의 부분에서는 도촬을 제한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걸 고려하면 정말로 의외였지.


- 절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도촬마요.

- 어머, 신랄하기도 하시지.


짐짓 억울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것도 잠깐, 탈론페더는 멋쩍게 웃으면서 그 비밀을 알려줬음.


- 이거, 사실 사령관님이 한 차례 거르신 거예요.

- …….


그래, 촬영 담당으로 탈론페더를 섭외할 정도인 시점에서 그 워커홀릭 사령관이 이 정도도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지.

과로에 대한 걱정이 쌓여만 가는 건 둘째치고, 이 정도면 걱정할 건 없겠다 싶어서 앨범을 덮은 다음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탈론페더가 역으로 리제를 붙잡음.


- 저기, 화는 안 나셨죠?

- 이 정도면, 뭐어.

- 그럼 공유해도 될까요?!

- ……아직 안 했어요?


당연히 퍼뜨려진 것 전제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 탈론페더는 순간 괜히 말했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리제의 눈매가 가늘어지니까 황급히 설명을 덧붙임.


- 그, 요청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데…… 사령관님이 부관님의 허락이 없으면 안 된다고 하셔서.


이걸 나한테 떠넘기네.

생각보다 중요한 일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리제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임.


- 마음대로 하세요.

- 감사합니다!


자신이 서약자인 것과는 별개로, 아무튼 남자라고는 사령관 하나 뿐인 게 오르카 호고.

굳이 소완처럼 극단적인 예를 들 것도 없이 사령관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니까.

수위만 지켜준다면야 이런 일에서까지 인색하게 굴 필요는 없겠지.


- 아, 그 대신….…

- 네?


*   *   *


그날 밤.


- 부탁받은 물건, 확실히 가져왔다.

- 감사합니다. 혹시 차라도…….


없네.

이 정도 친밀도는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거리감이 있나.

아무튼 팬텀이 긴밀히 공수해온, 탈론페더 작 사령관 컬렉션(1쇄)을 품에 안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리제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히죽거리며 앨범을 넘기기 시작했음.


역시 사진으로 보는 건 또 느낌이 다르구나. 이거 잘 찍혔네. 이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건 참 이상할 만큼 재미있어서-


- 리제, 지금 돌아왔…… 응?

- 히약?!


사령관이 돌아오기 전에 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까맣게 잊고 현장에서 발각당하고야 말았음.

그 후에 능글맞게 사진에 질투가 난다며, 책임을 져줘야겠다고 주장한 사령관에게 어젯밤과는 정반대로 제대로 시달리고야 만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한 전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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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야는 이 정도로 마무리이빈다.

이제 앨리스 합류를 포함해서 할로윈 사이까지의 막간이 이것저것 시작될 예정이빈다.


근데 다이브 떡밥 한창일 때 올리는 건 과연 현명한 생각일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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