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아...아니야. 오늘 점심담당이 하치코라는 말을 들었거든"


"으겍, 오늘은 컵볶이나 먹어야겠다. 알려줘서 고마워 사령관!! 히히"


나에게 미소를 짓고 복도를 뛰어가는 LRL이 모퉁이를 돌 때쯤, 내 입꼬리는 다시금 내려와 있었다.


항상 미안했다.


날 보며 인사하는 그녀들을 보며 애써 웃는 얼굴 뒤엔 죄책감이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발견된 날부터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작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녀들의 사령관이 되었다.

 

전략과 전술, 전쟁과 전투는커녕 주먹질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그들의 총사령관이다.


전교 회장은 고사하고, 학급 반장조차 해보지 못한 소심한 내가 그들의 리더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나의 무능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를 향한 그녀들의 맹목적인 감정에 파묻히다 보면 무심코 정말로 내가 대단한 사람인 줄 착각하고 명령하게 된다.


나의 별 시답잖은 말 한마디에 그녀들은 웃으며 사지로 들어간다.


중파되어도 오히려 나에게 미안하다고 울먹인다.


죽어도 마지막까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속삭인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나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을 보고 있다.


지휘관 개체들은 이런 나를 보며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무릇 사령관이란 병사를 체스 위의 폰처럼 여겨야 한다고.


인간이신 당신을 위해서라면 바이로이드인 우리는 폰보다 못한 존재라고.


하지만 그들의 위로가 나를 더 아프게 하는 것만 같았다.


이유없는 호의와 사랑이 되려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 어린아이의 투정만도 못한 생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나에게서 '사령관'을 제외한다면, '인간 남성'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의 가치는 브라우니만도 못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내가 아무것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루는 커녕 한 시간이라도 돌아다닐 수 있을까?


불가.


내 무가치함을 그녀들의 희생으로 숨기고 있으면서, 정작 그녀들의 희생을 부담스러워하다니....


아이러니하다.


스스로가 역겹다.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하루하루씩 내 마음을 좀먹어갔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어느 날 닥터가 찾아와 나에게 새로운 몸을 고르라고 하였다.


건강한 신체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들거라고.


나만을 위해 특수제작된 이 신체에만 전체 자원의 10%가 가용되었다고 했다.


평소에는 참치캔 1개만 가져가도 화를 내던 안드바리가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확실히 새 육체는 대단했다.


억지로 짓던 웃음을 훨씬 자연스럽게 더 오래 지을 수 있었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지만, 다크서클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점프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난..... 이제 자유다...






우효오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