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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물… 진짜, 눈이 멀어 냠, 버리는 줄 알았잖아!


원작에 비해 여러모로 적대적(?)인 조우였던 걸 고려하면 다행스럽게도, 펜리르는 도시락 바구니 하나로 좌우좌를 용서해주기로 함.

처음에 화내던 서슬이 어디 간 건 아니라 좌우좌는 아직도 리제의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말이지.

아무튼 게걸스럽게 식사를 끝내고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먹은 후에야 펜리르는 한결 풀어진 얼굴로 사령관에게 시선을 돌림.


- 그럼, 인간님이 여기 우두머리인 건 맞지?

- 응.

- 그럼 잠깐만, 확인해 볼게.


그리고 펜리르는 사령관 주변에서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함.


- 무, 무슨?!

- 당장 떨어지세요!


원래부터 그럴 거라고 알고 있었던 리제는 태연했는데 정작 경계를 거두지 않던 샬럿이랑 앨리스가 기겁했음.

다행히 펜리르는 재차 몸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만족스러운 얼굴로 사령관에게서 떨어져서,


- 응, 이쪽은 인간 님 맞는……데…?

- ?!?!?!


알 수 없다는 듯 갸웃거리더니 바로 리제로 타깃을 바꿔서 냄새를 맡음.

이건 꿈에도 생각 못한 리제가 딱 굳어버린 와중에 앨리스는 아까와는 정반대로 히죽거리며 관전하기 시작했고, 샬럿은 난감하게 웃으면서 마담이 곤란해한다고 주의를 주긴 했지만 아까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

거기에 뭐가 문제인지 리제한테는 사령관보다 훨씬 오래 들러붙어서 보다 못한 사령관이 뒷덜미를 잡아 올려야 했음.


- 뭔가 문제라도 있어?

- 응? 아, 냄새는 거의 똑같은데 인간 님은 아닌 것 같아서.


해맑게 웃으면서 사령관에게 대답한 건 펜리르인데 왜 눈총은 자기가 받는 걸까.

좌우좌야, 등 뒤에서 갑자기 킁킁거리지 말아주련?

알비스도 그릉가? 하는 표정으로 다가오지 말고.


- 소개할게. 내 이름은 펜리르. 컴패니언의 펜리르야.


그렇게 자기가 뒤집어 놓은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펜리르는 자기 소개를 함.


- 공교로운 타이밍이네. 다른 날에 왔다면 바로 자매들을 소개시켜줄 수 있었을 텐데.

- 응? 다른 컴패니언도 있어?

- 대부분은.

- 나중에 만나봐도 될까?

- 지금이라도 상관없어.


안내용 드론은 남아있으니까, 하고 덧붙여진 말에 펜리르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처럼 눈을 빛내다가, 뒤늦게 깨달았다는 듯 감탄사를 내뱉음.


- 아, 맞다. 지금은 안 돼. 심부름 중이었어.

- 심부름?

- 응. 어떤 마녀 님이 '축제의 초대장'을 전달해 달랬거든.


그리고 내밀어진 것은, 뭐.

예상대로 키르케의 초대장이었지.


*   *   *


먹을 걸 좀 더 나눠 받은 - 겸사겸사 사령관을 주인님으로 인정한 - 펜리르가 기분 좋게 웅크려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고, 닥터를 필두로 호기심이 공포를 이겨낸 아이들도 그 주변에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했지.

그러는 동안 사령관은 리제, 앨리스, 샬럿을 눈짓으로 불러냈고.


- 어떻게 생각해?

- 테마 파크면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지 않을까요?


라고 나름 상식적인 의견을 낸 샬럿에게 앨리스는 노골적으로 코를 울려보임.


- 할로윈에 인간 님을 초대하는 바이오로이드라니, 의도가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B구역 적인 그거 말이지.

아무튼 두 명이 하나씩 의견을 냈으니 이번엔 자기 차례인가.

시선이 돌아온 걸 느끼고, 리제는 짧게 침묵했다가 대답함.


- '당신은'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가타부타 설명도 없는 말에 담긴 묘한 뉘앙스에 세 명 전부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물릴 생각은 없었어.

원작에서 말려야 할 포지션인 아자젤이나 아르망이 동행하지 않았으니 대신하자- 같은 이유는 당연히 아니었음.

그렇달까, 그 둘이 사령관을 말리려 했던 이유가 '만에 하나 사령관이 구인류에 동조할지도 모른다'였음을 생각하면 오히려 반대에 가까웠지.


- 리제,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어?

- ……상처받을 테니까요.


샬럿을 복원할 당시에, 덴세츠의 기록만으로도 그렇게 괴로워했던 당신이라면.

원작에서도 자세히 묘사하기를 피한 C구역을 태연히 넘길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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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 떡밥 때문에 PTSD가 좀 씨게 와서 늦었스빈다

아무튼 다음부터 테마파크 구경 시작하빈다



다음편 : https://arca.live/b/lastorigin/25313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