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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풍 당일.

호위는 자기들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알비스도 있었지만, 그 말의 신뢰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사령관이랑 부관이 같이 외출하는데 아이들하고만 나갈 리도 없으니 당연히 별도의 호위대도 편성되었음.

그리고 그 멤버는 원작과 비슷하게 앨리스를 주축으로 한 배틀메이드에 샬럿이 더해진 형태였어.


보통 호위로 붙곤 하던 컴패니언이 빠진 이유가 또 기가 막혔는데, 할로윈 분위기에 취한 애들이 하도 동물귀나 꼬리에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페로는 물론이고 그 하치코까지 지쳐 쓰러질 지경에 몰려서 사령관이 리리스에게 자매들이랑 따로 피크닉이라도 다녀오라는 배려 섞인 권유를 해줬기 때문이었음.

그렇게 컴패니언이 빠지니까 자연스럽게 다음 물망에 오른 것이 컴패니언 다음으로 경호에 익숙할 배틀메이드였지.

맏이인 라비아타는 사령관의 대행 업무를 소화해야 했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앨리스가 의기양양하게 리더로 나섰는데,


- 정말, 평소부터 저에게 맡겨주셔도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라는 발언에 자매들을 추스르던 리리스가 발끈하면서 일이 꼬였지.


- 다른 자매들이면 모를까, 앨리스 양의 전문은 광범위한 파괴지 근접 경호가 아닐 텐데요?

- 위해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안심할 수 있는 경호가 아닐까요?


'그 중장 보호기'를 생각하면 어쩐지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싶긴 했지만, 결국 "여유 인원이 없는 것도 아닌 상황인데 주인님의 경호에 인원을 많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리리스의 논리를 반박할 방법이 없었던지라 샬럿이 더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나게 됨.


추천인인 리리스는 '아이들도 잘 돌보고 경호에 대한 소양도 있으며 본인의 의욕도 높다'는 이유를 대긴 했는데, 글쎄.

리제는 리리스가 뒤끝을 발산할 겸 평소에도 앙숙처럼 티격태격하는 샬럿을 붙였을 거라는 데 참치캔 100개 정도는 걸 수 있었지.


*   *   *


- 어제 처리한 이후 추가적인 철충 반응은 없어요, 언니.

- 수고했어, 바닐라.


편하면서도 의외였던 건, 아이들을 인솔하는 동안 앨리스가 - 딱히 샬럿이 억누른 게 아닌데도 - 사령관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지.

하긴, 일단 아이들의 시선은 신경쓰는 정도의 상식은 있었… 던가?

리제가 아리송한 기분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안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자리를 깐 다음 받아온 과자 바구니를 연 채로 웃고 떠들기 시작함.


- 마음에 들어요?

- 응. 아이는 아이답게 지내는 게 제일이니까.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감싼 채로 그걸 바라보는 사령관의 표정은 참으로 따뜻했음.

아주 잠깐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 것도 같았지만 아마 착각이었겠지.


그렇게 잠깐 서로 어깨를 기대고 있다가, 갑자기 뭐에 정신이 팔린 건지 엉뚱한 방향으로 가려는 알비스를 말리는 걸 시작으로 리제도 그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게 됨.

사령관이나 콘스탄챠, 바닐라 등도 그 나름대로 아이들을 상대해주고 있었지만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샬럿이었지.

아이들 중 몇몇이 역할놀이를 하는 것에 끼어들더니 특유의 연기력을 십분 발휘해서 단번에 어른이 보기에도 흥미진진한 즉석 연극을 시작했거든.

요정의 축복을 받은 기사가 말수 적지만 믿음직한 골렘을 동료로 삼아 천년 묵은 성의 어둠에 도전하는 이야기는 어느새 하이라이트에 가까워지고 있었음.


- 도망친 백작을 쫓으려던 그 순간! 기사의 앞에 모여든 어둠은 순식간에 가련하면서도 위엄있는 형상을 이루었으니!

 기사가 채 반응하기도 전에 진조의 공주는 금단의 힘을 발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샬럿이 날린 윙크와 손짓을 이해하지 못하기엔 좌우좌의 감수성은 너무나 풍부했지.

 

- 작렬하라, 사안이여! 파멸의, 멸절의 봉인을 풀어라!


샬럿이 적절하게 경로를 유도한 덕분에 안광은 모인 사람 전원을 절묘하게 피하며 뻗어나가서―


- 아악! 내 눈!


무대에서의 스포트라이트처럼 완벽하게 건너편 산등성이에서 접근하던 펜리르에게 직격했음.


- 콘스탄챠 언니!

- 보리야! 붙잡아!

- 잠깐, 얜 또 뭐야?! 이거 놔!


그나마 앨리스가 바로 포격을 퍼붓지는 않을 만큼 냉정했다는 게 다행이긴 한데….

이런 등장으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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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 어린 외형 + 본래 전투용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는 랜덤 생산으로 나오는 경우 외에는 추가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등급에 비해서 개체 수가 적은 편이고, 합류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후방으로 돌려지고 있스빈다.

그 중에서 전투 임무 수행도 자청한 대표격인 아이가 오르카 호의 멤버로 묘사되는 것이고, 승급도 해당 개체 정도만 받았다고 보시면 되빈다.

그나마 알비스는 발할라의 편제에 필요한 만큼 평소에도 다수가 돌아다니고 있고, 아쿠아도 살충 요원으로 다소 남아있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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