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너무 기분 좋아! 지금부터 못했던 건 다 할거야!


여기 보려고 했다가 못본 책도 보고!


16 뛴다고 못 잤던 잠도 실컷 자고!


듣고 싶었던 노래도 전부 다 듣고!


꺄! 매일매일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쿠울..




이런. 벌써 정오잖아? 점검이 끝날 시간이 멀지 않았어..


사령관, 서버가 열리면 바로 쳐들어와서 날 16에 던져 버리겠지..


제발 연장점검..연장점검 하게 해 주세요..!


지금 '연장점검'이라고 했나, 소녀?


어? 누구세요? 말하는 원숭이..?


실례로군. 난 말하는 원숭이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일세.


앗..죄송합니다..


알면 됐네. 소개하지. 12년차라고 한다네. 이 오르카 호의 프로그램 파트를 맡고 있지.


앗..그 말씀은?


..머리가 좋군, 하르페이아 양.


자네가 오늘 몇 시간을 더 쉴 수 있을지는 이 나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는 이야기지.


내가 오늘 기분이 좋으면 연장점검 이외에도 나의 명검들을 보여줄 수 있네만. 그건 모두 자네의 간절함에 달려 있다네.


간절함..이라구요?


나에게는 정기점검 이외에도 연장점검, 임시점검, 긴급점검이라는 3개의 검이 더 있지. 


하지만 그 검들을 내가 모두 사용하려고 하면 무시무시한 월클마왕이 찾아올거라 말일세..


요는 자네가 얼마나 그 마왕의 시선을 끌어 주냐에 따라서 내가 몇 개의 검을 뽑냐가 갈린다는 이야기지.


저..그 시선을 끈다는 거나 검을 더 뽑는다는 건 그냥 더 일한다는 것 같은데요.


...


생각해 보니 그렇군. 내가 왜 그걸 더 쓰려고 했지?


그럼 난 일하러 가보도록 하겠네. 남은 시간 즐거운 휴가 되시게.


네, 감사합니다. 12년차 씨..


자기가 프로그래머라고 주장하는 말하는 원숭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


어..? 저 사람은 누구지..?


거기 금발 아가ㅆ..아. 외국인이네.


Sorry for interrupting your vacation, beautiful lady. 

Have you seen a talking monkey wandering around this beach? 


저..한국어 할 줄 아는데요.


아, 한국어 할 줄 아시는구나.


여쭤보신 말하는 원숭이라면 좀 전에 일하러 간다고 어디로 갔어요.


아유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일하러 돌아가 봐야겠네요.


저..좀 전에 그 분이 자기 말로는 프로그래머라고 하시던데..정말인가요?


아, 예. 맞습니다. 저희 회사 수석 프로그래머에요. 보기랑은 다르게 코드 좀 칩니다.


그렇구나..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빌게요.


감사합니다. 아가씨도 휴가 잘 보내세요. 월클클..


감사합니다.


뭔가 휴가 끝에 신기한 사람들을 만나네..


어라..사람들? 인간? 아니..첫번째는 말하는 원숭이였지만 두번째는 인간님이셨잖아?!


뭐지? 여기가 꿈인가?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하르페이아, 하르페이아! 일어나! 노래 연습해야지!


전대장. 할페는 피곤할 텐데 조금만 더 자게 두죠.


어..그건 그렇네. 미안해. 그냥 우리끼리 연습하러 가자.


그런데 얘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되게 싱숭생숭한 얼굴인데.


글쎄요. 휴가나온 해변에서 말하는 원숭이랑 월클클이 말버릇인 아저씨를 만나는 꿈이라도 꾸는 게 아닐까요?


무..물론 심정적으로는 모모 꿈을 꾸고 줄거리라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랄까? 지만요!


깔깔깔! 그게 뭐야, 흐레스벨그.


쿠우울..월클클 아저씨..12년차..